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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통첩 날린 산업은행…박삼구 회장 카드는?

  • 2017.03.29(수) 14:43

산업은행 "19일까지 자금조달 계획안 내라"
박삼구 회장 측 강력 반발…소송전 돌입할 듯

금호타이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갈등이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양측이 사실상 한 발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법정 다툼이 불가피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산업은행은 박 회장 측에 컨소시엄 구성 등 구체적인 자금조달 방안을 내달 19일까지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데드라인'을 제시해 금호타이어 매각과 관련한 갈등을 이른 시일 내에 일단락하겠다는 의지다. 반면 박 회장 측은 소송으로 맞서면서 장기전으로 끌고 가려는 분위기다.

 

◇ 산업은행 최후통첩…'형식 절차' 마무리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조만간 박 회장 측에 금호타이어 주주협의회 결과를 알리는 공문을 보낼 계획이다. 앞서 주주협의회(채권단)는 박 회장 측이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한 구체적인 컨소시엄 구성안을 제출하면 허용 여부를 다시 논의하겠다는 '조건부 허용안'을 가결했다. 산업은행 측은 이와 함께 박 회장의 자금조달 계획안 제출 기한을 다음 달 19일까지로 못 박을 계획이다.

 

날짜를 19일로 정한 것은 산업은행이 보낸 주식매매계약서가 박 회장 측에 도착한 시점이 이달 20일이기 때문이다. 규정상 우선매수권 행사 기한은 '조건 통보 시점으로부터 한 달 이내'다. 애초 산업은행은 박 회장에게 더블스타와의 계약 조건을 통보한 이달 14일을 기점으로 봤지만, 박 회장 측은 주식매매계약서를 받지 못했다며 권리 행사 기한이 시작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산업은행은 이로써 박 회장 측의 요구를 거부하기 위한 '형식적 절차'를 마무리하는 모양새다. 주주협의회에 컨소시엄 인수 허용 방안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것과 우선매수권 행사 기한을 조정한 것은 박 회장 측이 문제 삼은 '절차적 하자'를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채권단의 기존 태도가 바뀌었다기보다는 여러 지적이 자꾸 나오니 절차를 다시 갖추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산업은행이 '조건부 허용'을 통해 박 회장 측의 자금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부각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주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14일이든 19일이든 날짜를 며칠 조정한 것은 사실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며 "박 회장 측이 그 기간 안에 구체적인 자금 조달 계획을 내놓지 못할 거라는 게 대부분 시각 아니냐"고 지적했다.

 

박삼구 회장 측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려면 그보다 먼저 컨소시엄 구성안을 검증받으라는 산업은행 등 주주협의회 측의 '조건부 허용 방침'을 '사실상 거부'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주주협의회 입장을 전해들은 지난 28일 "채권단의 이율배반적인 결정을 이해할 수 없으며 검토 가치도 없다"는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어 이날 ▲채권단 결정이 약정서상 컨소시엄 허용을 수락한다라고 봐도 되는지 ▲재논의에 앞서서 더블스타로 보낸 확약서를 취소한다는 것인지 등의 내용을 담은 공개질의서를 산업은행에게 보냈다.

 

◇ 배수진 친 朴 회장, '총공세' 카드는

 

박삼구 회장 측은 채권단이 우선매수권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매각을 진행했다는 절차상 문제를 따져 소송전에 돌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줄기차게 컨소시엄 허용을 요청했지만 이를 논의하지 않은 채 입찰 참가자들에게 '우선매수권자에 컨소시엄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송부했다는 것이 쟁점이다.

 

금호 측은 이를 근거 삼아 매각중지 가처분소송 등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공개질의를 내민 것도 근거를 확보하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금호아시아나 한 관계자는 "우선매수권자에게 컨소시엄 구성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이 아님에도 산업은행은 처음부터 컨소시엄 불허 입장을 고수하며 확약서까지 입찰자들에게 보냈다"며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매각을 흥행시키려고 우선매수권자의 권리를 묵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회장은 '금호', '금호타이어' 상표권이라는 무기도 들고 있다. 채권단과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한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상표권을 5년간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9550억원이라는 인수대금을 써냈다. 하지만 이 브랜드를 사용하지 못한다면 매물가치가 떨어져 더블스타가 이 돈을 다 주고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이유가 적어진다.

 

▲ 서울 신문로 금호아시아나 사옥에 걸린 기업 로고/이명근 기자 qwe123@ 

 

금호타이어의 회사 및 브랜드 로고(CI·BI)에 대한 소유권은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이 갖고 있다. 금호산업의 경영권은 박 회장이 쥐고 있기 때문에 상표권으로 박 회장이 채권단이나 더블스타를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박 회장의 금호아시아나와 계열 분리한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이 더블스타에 상표권 사용을 허용할지도 지켜봐야한다.

 

금호타이어 노동조합도 지난 28일 채권단에 매각절차 중단을 요청했다. 대놓고 박 회장 편을 드는 것은 아니지만 "현 상황대로 매각이 진행될 때 고용보장을 확신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매각이 일정 기간 지연되면 자금력이 부족한 박 회장 입장에서는 시간을 벌 수 있다는 게 이점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이나 고용 승계에 대한 우려 등을 거론하면서 중국 기업으로 국내 2위 타이어업체가 팔려나가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는 것도 채권단으로서는 부담이 될 것"이라며 "박 회장이 일단 매각을 불발시키고 차후 다시 인수 기회를 노리는 전략을 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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