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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속물들이 모여 부러움을 팝니다"

  • 2017.04.03(월) 10:48

소셜미디어플랫폼 '엔비케이스' 장문영 대표
"자랑질하면서 돈버는 SNS..사치품보다 나만의 경험에 초점"
"4월 첫 수익모델 적용..미디어그룹 만들겠다"

'오랜만에 부모님과 조촐한 외식'이란 글과 함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라온 사진 귀퉁이에 희미하게 샤넬백이 보인다. '비행기는 언제 타도 피곤ㅜㅜ'이라며 SNS에 올린 비행기 내부 사진은 언뜻봐도 퍼스트클래스다. SNS 세상에서 자랑질은 본능이다. 하지만 이 본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속물 취급받는다.

"SNS에서 속물은 왜 욕을 먹어야 할까." 소셜미디어 엔비케이스(envicase)는 이 질문에서 출발했다. 사업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인터뷰 요청을 흔쾌히 받아준 장문영(39) 엔비케이스 대표는 "대놓고 자랑질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를 만들면 좋겠다는 철없는 발상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2014년 론칭한 엔비케이스에 180만명의 '속물'들이 모여들었다.

 

엔비케이스 장문영 대표./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자랑질은 본능"

 

"미국에서 100달러 넘게 주고 산 휴대폰케이스를 SNS에 자랑하고 싶은데 올릴만한 곳이 없네요. 페이스북은 친구들과 너무 엮여있어 속물 취급받을까 올리기 싫고."

 

2014년 장 대표는 한 직원의 하소연을 들었다. 직감적으로 사업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자랑질하면서 쇼핑정보도 줄 수 있는 SNS. 장 대표는 "누구나 자랑하고 싶은 본능을 가지고 있다"며 "본능을 충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당시 장 대표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스타트업이 생존하기 위해 버텨야 하는 기간)을 건너고 있었다. 10여년을 다니던 직장(ABC마트)을 그만두고 2013년 창업한 모바일 쇼핑앱 TID는 오픈 3개월만에 문을 닫았다. 장 대표를 포함해 2명이 시작한 회사는 직원이 15명으로 늘어있었고, 한달에 비용으로 1억원씩 나갔다. 2014년 미국시장 진출을 위해 뉴욕에 사무소도 냈다. 장 대표는 "빨리 성장해야한다는 조급함과 성공해야한다는 욕심때문이었다"고 회고했다. '죽음의 계곡'에 빠진 그를 "자랑질하고 싶다"는 직원의 한마디가 구해낸 것이다.

 

▲ 명품 가방에 든 애완견(왼쪽)과 전용기 자랑하는 남자 사진 등 엔비케이스에 올라온 '자랑질' 사진[사진 = 회사 제공]

 

◇ "자랑질하면서 돈 번다"


1년뒤인 2015년 2월 엔비케이스가 문을 열었다. 장 대표는 곧바로 미국시장을 겨냥했다. 엔비케이스에서 활동할 패션 블로거와 메이컵 아티스트 등 인플루언스(영향력 있는 개인)들을 찾기 시작했다. 장 대표는 "엔비케이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세련된 것 같은 느낌을 주자 흩어져서 활동하던 인플루언스들이 서서히 모였다"고 말했다. 현재 엔비케이스 사용자 180만명중 미국이 58%, 유럽이 31%에 이른다. 한국 사용자는 3%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엔비케이스가 돈 자랑하는 곳은 아니다. 장 대표는 "개인 전용기나 몇십억원짜리 벤틀리를 올리는 것보다 레어템(희귀한 상품)이나 콜라보레이션 상품 등에 envies(엔비지수·페이스북의 '좋아요'와 같은 추천 기능)가 더 많이 달린다"고 전했다.

콘셉트가 뚜렷해지자 돈도 모였다. 지난해 네오위즈인베스트먼트가 투자하는 등 총 11억원을 유치했다. 장 대표는 "창업자가 사업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투자자)에게 확신을 심어줄 수 없다"며 "창업자 자신이 납득할만한 서비스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달(4월)에는 엔비케이스에 처음으로 수익모델을 접목한다. 엔비케이스에서 바로 쇼핑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수수료중 일부를 사용자들에게 분배하는 방식이다. 장 대표는 "자랑질하면서 돈도 벌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사진: 이명근 기자]

 

◇ "직장생활 행복했지만, 무언가 근질근질"

 

장문영 대표는 늦깎이 창업가다. 20대 초반 일본에서 바리깡·면도기 등을 수입해서 팔았고, 프리랜서로 영화홍보·패션쇼연출도 했다. 대학에서 광고와 사범대(편입)를 전공했다. 그는 "당시 월 2000만~3000만원을 벌었지만 20대인 나에게 버거웠다"며 "하지만 기업 운영체계를 배울수 있는 기회였다"고 설명했다. 2003년 신발 편집매장 ABC마트에 입사해 10년간 직장생활을 했다. 그는 "책임도 덜하고 연봉도 매년 오르고 직장생활때 행복했지만, 무언가 근질근질했다"고 말했다.

 

2013년 창업한 그는 이듬해 무작정 미국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장 대표는 "영어를 잘못해 지금도 새벽 6시에 개인과외를 받고 있다"며 "미국에 처음 갔을때 계좌도 못트고 사무실 임대도 제대로 하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앞뒤 따졌으면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창업후 3년간 한번도 월급을 받지 못하다 작년에 처음으로 월급을 받았다"며 "3년을 버티다보니 가정경제가 무너졌는데 한번도 내색하지 않은 와이프를 존경한다"고 했다.

 

▲ 엔비케이스에 올라온 사진들[사진 = 엔비케이스 캡쳐]

 

◇ "미디어그룹 만들겠다"

 

그의 꿈은 뭘까. 장 대표는 숫자로 표현되는 목표와 감성적 비전 2가지가 있다고 했다. 숫자 목표는 엔비케이스 사용자 1억명이다. 장 대표는 "1000만명까지는 현실적으로 도달 가능하고, 1억명은 이상적인 숫자"라며 "사용자 2500만명, 연간 거래액 300억원이 되는 2021년께 상장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감성적 비전은 엔비케이스를 다국적 출판기업 '콩데나스트'와 같은 미디어그룹으로 만드는 것이다. 장 대표는 "콩데나스트는 지큐·보그·뉴요커 등 오프라인 매체를 보유한 글로벌 미디어 기업이지만, 디지털시장은 장악하지 못했다"며 "디지털시장에서 아직 대표적인 미디어그룹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엔비케이스는 어떻게 보면 개인들이 만드는 잡지"라며 "우리가 그 빈자리를 차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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