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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막히는 저축은행]下 영업기반 사라질 판

  • 2017.04.06(목) 16:09

당국 고금리 대출 대폭 손실…"충당금 더 쌓아라"
정치권 최고금리 인하 요구…인터넷전문은행도 압박

저축은행업계가 전방위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금리상승으로 야기된 가계부채 위기의 집중 관리대상으로 지목되며 충당금 부담이 커졌다. 또 선거국면을 맞아 취약계층 배려차원에서 고금리에 대한 규제 목소리도 높다. 갈수록 힘들어지는 저축은행업계의 영업환경을 두차례에 걸쳐 점검한다.[편집자]

저축은행들의 고금리 대출 장사가 갈수록 어려워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추가 충당금을 쌓게 한데다, 고금리를 부여하는 경우 엄격한 조건이 요구된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 공약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인터넷전문은행도 낮은 금리를 제시하면서 대출금리 경쟁에 불을 붙였다. 

변화하는 영업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고객층을 세분화해 적정금리를 적용하는 새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충당금 폭탄에 '묻지마 고금리' 관행 제동


금융위원회는 최근 2금융권을 대상으로 연 20% 이상 고금리 대출에 대해 추가 충당금을 쌓도록 했다. 대다수 저축은행들은 가계신용대출에서 연 20% 이상 대출 비중이 절반을 넘고 있다. 이자가 20%를 웃도는 대출 비율은 업계 상위사의 경우 SBI저축은행 59.18%, 웰컴저축은행 59.18%, OK저축은행 84.89% 등이다. 충당금 타격을 피하려면 고금리 대출 비중을 줄여나가야 한다.

금융감독원 또한 무조건으로 고금리를 부과하는 관행에 대해 제재키로 했다. 금감원은 올해 초 가계신용대출 취급 상위 14개 저축은행에 대한 대출금리 산정 체계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검사 결과 몇몇 저축은행들은 원가를 임의로 추정하거나 근거 없이 조정금리를 적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신용등급과 상관 없이 10~20%대 고금리를 부여했다는 얘기다.

저축은행들은 신용평가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일부 중소형사에만 벌어지는 일이라고 해명하지만, 금감원은 시각은 다르다. 김수헌 금감원 저축은행검사국장은 "검사를 실시한 업체들 대부분이 대출금리 산정 체계가 합리적이지 않았으며, 이들 업체들 중에는 대형 저축은행들도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금리 산정 체계가 미흡한 업체들과 MOU를 맺고 개선방안을 모색중이다. 늦어도 5월까지는 금리 산정 체계 세부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금리 산정 체계가 한층 정교해지는 만큼 고금리를 일률적으로 부과하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 "연 20%로도 영업 못 하나" 강경한 정치권

정치권에선 대선을 한 달 앞두고 법정 최고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유력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고금리를 연 20%로 내리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지난해 최고금리를 34.9%에서 27.9%로 내렸는데 또 인하 움직임이 보이자 저축은행업계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저축은행중앙회 고위 관계자는 "최고금리가 또 내려가면 저축은행 시장 자체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저축은행 관계자도 "금리가 7%포인트 떨어진다는 건 수익도 7%씩 줄어든다는 얘기"라고 토로했다. 타격을 입은 업계가 저신용자에 대한 문턱을 높이면서 서민들이 불법 금융기관으로 떠밀릴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하지만 문 전 대표의 대선캠프에서 경제 공약을 총괄하는 이용섭 비상경제정책단장은 "업계의 주장은 비판을 위한 비판이며, 기준금리가 1.25%인데 연 20% 금리로도 영업을 못 하는 회사라면 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단장은 일본의 경우 이미 최고금리 연 20%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가능하다며 강경한 입장이다.

◇ 인터넷전문은행 돌풍까지…고객 뺏길라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출범도 대출금리 인하 압박을 더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신용등급 4~7등급 고객을 대상으로 해 저축은행과 타깃이 겹치는데, 대출금리가 크게 낮은 상품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일 영업을 시작한 케이뱅크의 '직장인K신용대출' 최저금리는 연 2.73%, '슬림K중금리대출'는 연 4.19%다. 저축은행업계의 대표적인 중금리대출 상품인 'SBI저축은행 사이다대출'의 지난 2월 기준 최저금리인 6.9%보다 훨씬 낮다. 저축은행에 만만치 않은 상대인 셈이다.

저축은행업계에서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케이뱅크가 출범한 날 SBI저축은행은 최저금리를 기존보다 1%포인트 낮춰 연 5.9%를 적용하는 'SBI 중금리 바빌론'을 내놓기도 했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저축은행은 이제까지 고객을 세분화해 적절한 금리를 제시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면서 "고금리로 편하게 장사하던 관행을 버리지 않으면 인터넷전문은행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발 금리상승 압박 가중, 인터넷전문은행의 잇단 출범, 대통령 선거 등 대형 이벤트가 겹친 올해 상반기가 저축은행의 운명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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