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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ICT정책]②'정부주도 vs 민간주도'

  • 2017.04.17(월) 11:11

원내 5개 정당 대선 후보 ICT 공약 점검
'4차산업혁명가속·통신비인하' 방향 비슷
文-安, 정책주도 주체에선 선명한 시각차

'정부가 주도하느냐 vs 민간에 맡기느냐'

 

대선 판세를 양분하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정보통신기술(ICT) 정책 공약을 비교하라면 이렇게 요약된다.

 

주요 대선 주자인 심상정(정의당), 유승민(바른정당), 홍준표(자유한국당) 후보를 비롯해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가 강조하는 정책은 4차 산업혁명 생태계 구축과 가계통신비 인하다. 4차 산업혁명을 앞당겨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이를 통해 경제 재도약에 나선다는 것이 골자다. 통신비 인하 및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손질 등을 통해 가계 부담을 줄이고 저소득층의 복지를 끌어올리겠다는 공약도 내세우고 있다.

 

큰 방향은 같지만 접근 방법은 제각각이다. 특히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간 차이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해선 정부 주도로 밀어붙이자는 의견과 시장 경쟁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통신비 인하에 대해서도 기본료 완전 폐지와 기업의 경쟁을 활성화시켜 자연스럽게 요금을 떨어뜨리자는 입장으로 갈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요즘 글로벌 통신 업계의 이슈인 망 중립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 ‘4차산업혁명=좋은 일자리’…접근법은 달라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대선 주자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다. 문 후보측 10대 대선 공약을 살펴보면 1순위로 ‘4차 산업 생태계 확대를 통한 좋은 일자리 창출’을 내걸고 있다.

 

문 후보는 대통령 직속의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설치하고 이른바 스마트 코리아(Smart KOREA) 구현을 위해 민·관 협업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올해 중으로 관련 법령을 정비하고 내년에 위원회를 출범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앞서 문 후보는 지난 2월 자신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이 주최한 포럼에서 "과거 IT 강국이었던 대한민국이 최근 9년간 허송 세월로 까마득히 뒤쳐졌다"라며 4차 산업혁명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한 국민의 정부 시절 초고속인터넷망에 비견되는 사물인터넷망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스마트하우스, 스마트로드, 스마트시티를 만드는 21세기형 뉴딜 정책을 제안하기도 했다.


문 후보가 정부 주도의 국가 발전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면 안철수 후보는 민간 주도의 자율적인 정책 추진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민간을 뒷받침하는 역할에 그치고 시장 경쟁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을 가속화하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학제 개편 등 교육혁명을 꺼내들었다. 교육 시스템을 뜯어 고쳐 창조적이고 우수한 두뇌를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다.


안 후보는 교육 혁명을 통해 4차 산업을 가속화할 인재 10만명을 양성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융합기술 생태계를 구축을 통해 자연스럽게 4차 산업혁명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특히 국가 단위 연구개발(R&D)을 비롯해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에 대한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제조업과 4차 산업혁명의 융합을 통해 국내 제조업 부흥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해 학제 개편을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국가 연구개발 예산 19조원을 책정해 미래 준비를 위한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융합 기술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심상정 후보는 정부 주도의 투자로 '생태경제 고속도로'를 조성하자고 강조했다. 유승민 후보는 4차 산업혁명의 주인공은 중소기업이 되어야 한다며 중소기업청을 '창업중소기업부'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으며, 홍준표 후보는 과학기술정보부 신설과 4차 산업분야 육성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 통신 기본료 폐지 vs 제로레이팅
  

유력 대선주자인 문 후보와 안 후보는 가계통신비 절감 정책에 대해서도 접근 방법이 다르다. 우선 문 후보는 지난 11일 가계통신비 절감 8대 정책을 발표하면서 첫번째로 통신 기본료 완전 폐지를 내걸었다.


문 후보는 한달에 1만1000원씩 내는 통신 기본료가 노인 및 사회취약 계층에 부담이라면서 이를 과감하게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오는 10월 일몰 예정인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를 앞당겨 폐지하고, 단말기 지원금 가운데 제조사 및 통신사 각각이 지원하는 금액을 따로 표시하는 분리 공시제를 시행해 단말기 가격 거품을 더 빼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안 후보는 기본료 완전폐지 대신 기본 데이터 소진 후 속도가 제어된 상태의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제공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았다. 저소득층이나 장애인, 청소년 등에게 요금제에 관계없이 매월 기본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해 데이터 복지를 보장하겠다고 공약하기도 했다.


가계통신비 절감 정책과 관련해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이 제로레이팅(zero-rating) 활성화이다.
이는 망 사업자와 동영상·게임 등 콘텐츠사업자(CP)가 제휴해 소비자가 데이터 요금 부담 없이 콘텐츠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를 말한다.

 

예를 들어 얼마전 SK텔레콤이 자사 고객을 대상으로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GO) 데이터 비용을 면제해줬다. 이처럼 이용자가 공짜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을 제로레이팅이라고 한다. 일명 스폰서 요금제라고 불린다.


이 외에도 제 4이동통신사 설립을 통해 소비자 선택을 늘리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공약했다. 지금의 단통법을 손보고 알뜰폰 사업자 전파 사용료 면제 연장, 4G 통신망 도매대가 인하 추진, 도매제공 의무사업자로 지정될 경우 기간제한 없이 의무제공 제도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통신 정책과 관련해 심상정 후보는 단기적으로 알뜰 통신의 전파사용료를 면제해주고 도매대가를 인하해 알뜰폰 사업자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유승민 후보는 정부 정책을 통한 소비자 편익 보호보다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알뜰폰이 활성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도매대가를 지나치게 낮추면 네크워크 투자 위축 및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업자의 난립 등으로 오히려 이용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청년실업자가 취업준비를 위해 인터넷 강의를 이용할 때 수강료 50%를 할인하는 등의 맞춤형 가계통신비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 망중립성 시각차, 대선 국면서 격돌
 

대선 주자들이 내놓은 핵심 공약들 가운데 통신 업계가 주목하는 것이 제로레이팅이다. 제로레이팅 활성화는 망 중립성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그동안 논란이 돼 왔다.

 

망 중립성이란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통신 사업자가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게 취급하고 어떠한 차별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제로레이팅 활성화는 통신사가 특정 콘텐츠 업체와 손을 잡고 다른 사업자를 차별할 가능성이 있어 상충하는 개념이다.


제로레이팅이 활성화되면 우선 소비자는 다양한 공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요금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데이터 여유가 생긴 소비자는 동영상이나 게임 등 콘텐츠 소비를 더하게 됨에 따라 데이터 사용량이 늘어날 수 있어 통신사에 도움이 된다.
 

통신사 입장에선 일반 소비자로부터 발생하는 데이터 매출이 줄어들겠으나 콘텐츠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도매 매출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기도 하다. 결국 통신사가 반길만한 정책이다.

 

제로레이팅은 최근 출범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강하게 추진하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망 중립성 원칙이 완화되는 방향으로 글로벌 통신 업계의 기조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통신사를 중심으로 망 중립성의 원칙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기간 중에 “돈은 통신사가 투자하고 과실은 콘텐츠 제공업체가 가져간다는 불만이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회의에서 자주 나왔다”며 망 중립성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망 중립성 원칙을 지키겠다는 원론적 입장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21일 '전기통신사업자간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건·제한 부과의 부당한 행위 세부기준' 고시 개정안을 마련해 오는 7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이통사와 포털 등 사업자간 거래에서 지위를 악용해 부당하게 차별적 조건이나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이용자의 이익 침해가 발생하지 않을 경우나 신규 서비스 출시를 위한 불가피한 경우 등에는 예외를 인정할 수 있어 제로레이팅을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다만 문재인 후보측에선 제로레이팅을 허용하면 망 중립성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며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대선 국면 ICT 분야의 이슈로 부상할 전망이다. 앞서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제로레이팅은 특정 서비스 제공업체만 밀어주는 결과를 초래해 통신시장의 공공성을 해치고 망 중립성 원칙을 훼손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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