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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하는 은행 ELT…고개드는 불안감

  • 2017.04.20(목) 16:33

증시 강세 여파, 은행권 1분기 ELT 판매량 크게 증가
주가 하락땐 원금 손실…'노녹인' 상품 만기조건 취약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이며 은행권의 주가지수연계신탁 판매도 크게 늘고 있다. 주가지수연계신탁(ELT, Equity Linked Trust)은 주가지수에 따라 일정 조건을 충족시키면 약정수익을 주는 상품으로 일부 은행은 1분기에만 이미 지난해 연간 판매량을 넘어섰다. 
 
은행들은 원금 손실 구간(녹인 구간)을 없앤 노녹인(No knock-in) ELT만 파는 등 안전장치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노녹인 ELT 또한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는데다, 경우에 따라 만기 때 녹인(Knock-in) ELT보다 더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 우리은행 등 ELT 판매 급증…손실 우려 상존 

시중은행들의 ELT 판매량은 올 들어 급증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1분기 2조493억원의 판매 실적을 올려 지난해 전체 수치를 벌써 넘겼다. 신한은행도 1조2364억원을 팔아 작년 1년치의 3분의 2를 넘어섰다. 국민은행은 약 5조원(업계 추정치)으로 작년 연간 판매량의 절반을 웃돈다.

은행들이 ELT 판매를 확대하는 건 저금리 기조에서 예금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주는 투자상품에 대한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는 "
과거에 양재동 파이시티 사업에서 큰 손실을 본 이후 신탁을 거의 취급하지 않다가 최근 늘어나는 자산관리 수요에 맞춰 다시 늘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최근 글로벌 주가지수 상승으로 ELT 투자자들이 조기 상환을 받은 후 재가입을 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국민은행 고위 관계자는 "유럽, 미국 등 글로벌 경기 호조에 따라 기존 ELT 고객들이 주가를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재계약을 많이 하면서 판매량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시장 충격 시 타격도 클 수 있다. 더군다나 주가가 많이 오른 상태에서 만들어진 만큼 원금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녹인 ELT의 경우 주가지수가 녹인 구간 밑으로 한 번이라도 내려가면 손해를 보는 구조다. 지난해 2월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폭락 때 녹인 ELT를 갖고 있던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입기도 했다. 

은행들은 이 같은 사태에 대비해 노녹인 ELT 취급을 늘리고 있다. 특히 우리은행은 노녹인 ELT만 판매 중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노녹인 ELT의 경우 주가지수가 만기 때 평가가격만 넘기면 되고, 그 사이의 등락은 영향을 미치지 않아서 비교적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기초자산도 HSCEI, 닛케이지수 등 위험성이 높은 지수를 줄이는 대신 코스피500, S&P500, 유로스톡스50 등 다양한 지수를 쓰는 추세다.


◇ 노녹인도 손실 우려…만기 땐 더 까다로워

하지만 노녹인 ELT도 원금 손실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은행 관계자는 "여러 안전장치를 넣어 과거보다 리스크를 줄이고 있지만, 이 또한 시장에 충격이 오면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상품"이라며 "공격적으로 판매를 늘리는 것에 대해 우려의 시각들이 있다"고 전했다.

만기 시점만 놓고 보면 노녹인 ELT의 조건을 충족하기 더 까다롭다는 지적도 있다. 예컨대 국민은행의 녹인 ELT는 원금 손실 구간인 50%만 넘기면 약정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노녹인 ELT는 만기 때 평가가격인 60%를 넘겨야 수익을 받을 수 있다.

주가지수 2000일 때 1000만원을 투자했는데 만기 때 지수가 계약 시점의 55%인 1100으로 떨어졌다고 가정하면 녹인 ELT는 50%를 넘겼기 때문에 원금과 수익을 받는다. 반면 노녹인 ELT는 60%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600만원을 잃게 된다. 경우에 따라 노녹인 ELT 투자로 더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점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노녹인 ELT를 팔다가 손실을 보면 고객과 은행간에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일부 은행은 최근 ELT 판매를 적극적으로 늘리면서 내부적으로 직원들의 실적 압박이 크다는 불만도 나온다. 직원들의 부담이 지나치게 커지면 불완전판매가 일어나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금융당국도 주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신탁감독팀에서 최근 은행 ELT 조사에 들어갔다"면서 "은행과 증권사간 경쟁, 가계대출 규제 여파 등으로 은행들이 신탁수익을 늘리려 하고 있는데 향후 리스크가 감지되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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