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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어음·私債 눈 뜬 동양, 규제 회피도 탁월했다

  • 2013.10.10(목) 16:31

동양그룹이 부실 계열사 지원을 위해 동양증권은 물론 동양파이낸셜대부 등 금융 계열사들을 총동원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편법과 탈법을 교묘히 오가면서 법망을 피해 나간 기발한 우회 지원 아이디어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규제와 감독의 사각지대에 있는 대부업체인 동양파이낸셜대부를 자금 회전 창구로 활용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여기엔 오랫동안 종합금융업을 영위하면서 터득한 노하우가 한몫했다는 평가다.

◇ 부실 계열사 구하기에 금융 자회사 총동원

동양증권의 100% 자회사인 동양파이낸셜대부는 자금 세탁과 우회 지원을 위한 창구 기능을 했다.

동양파이낸셜대부는 동양그룹 내 우량 계열사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부실 계열사들을 지원했다. 동양과 동양시멘트를 대상으로 기업어음(CP)을 발행해 마련한 돈을 부실 계열사들에 빌려주는 방식이다. 부실 계열사를 직접 지원할 수 없게 되자 중간에 동양파이낸셜대부를 끼워 넣어 꼼수를 부렸다.

동양파이낸셜대부가 이렇게 부실 계열사에 빌려준 돈만 최근 1년 6개월 동안 1조 5000억 원(단순 누적)이 넘는다. 동양그룹 계열사 간 차입 거래의 90%가 넘는 금액이다. 빌려준 돈 대부분은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로 흘러들어 갔다.

동양증권은 부실 계열사들의 CP를 소화하는 역할을 맡아 자금 조달의 선봉에 섰다. 2011년 이후 동양그룹 계열사들이 발행한 회사채 가운데 75% 이상을 동양증권이 소화했다. 동양그룹의 부실이 본격화된 지난해부턴 회사채 물량의 대부분을 동양증권이 떠안았다.

동양자산운용은 고객의 돈으로 운용하는 펀드에 동양그룹 계열사 회사채와 CP를 법정한도 이상으로 편입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 규제 사각지대 대부업체 우회 지원 창구로

동양그룹이 동양파이내셜대부를 우회 지원 창구로 활용한 이유는 간단하다. 규제와 감독이 느슨하고 또 허술하기 때문이다.

대부업체는 신고만 하면 세울 수 있다. 또 이자율을 빼면 대주주 자격이나 대주주 간 거래, 자금조달 등의 측면에서 규제가 거의 없다. 감독권도 전문기관인 금융감독원이 아닌 지방자치단체에 있다.

그러다 보니 동양파이낸셜대부는 감시의 눈을 피해 마음대로 부실 계열사들을 지원할 수 있었다. 동양파이낸셜대부는 본업이라고 할 수 있는 개인 소액신용대출은 거의 없었다. 계열사 편법 지원이 주된 역할이었음을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자금력이 충분한 대기업들이 캐피털을 비롯한 제도권 금융회사 대신에 대부업체를 차리는 것도 이와 비슷한 이유로 풀이된다. 현재 현대중공업과 현대해상, 부영그룹 등이 대부업체를 가지고 있다.

◇ 종금 노하우가 편법 지원 아이디어 원천

금융권에선 동양그룹이 증권과 자산운용, 대부업을 넘나드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법망을 피해갈 수 있었던 이유를 종금 노하우에서 찾고 있다.

동양그룹은 라이선스가 끝난 2011년까지 20년 이상 종금업을 영위해왔다. 종금사는 지하경제에 있던 사채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탄생했다. 단기금융, 유가증권, 사채발행, 중장기 대출 등 대부분의 금융업무를 영위하면서 과거 기업금융의 첨병 역할을 했다.
 
☞음지를 더 사랑한 종금업, 동양그룹과 함께 사라진다
 
과거 투자금융과 종합금융에서 터득한 어음·사채(私債) 시장의 메커니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동양이기에 가능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동양그룹 사태가 재벌 계열 금융회사들의 사금고화 위험을 잘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대기업들이 많이 소유하고 있는 증권사와 캐피탈사에 대한 규제를 더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에 금융회사의 사금고화에 따른 폐해가 다시 한번 드러난 만큼 제도적 구멍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면서 “금융당국이 동양그룹의 노하우를 전수받을 필요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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