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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발포주, '가성비' 앞세워 16일만에 완판

  • 2017.05.11(목) 10:55

하이트진로, 필라이트 초기물량 완판..긴급 추가 생산
맥주 아닌 기타주류…주세 낮아 가성비 '굿'
발포주, 일본 맥주시장 잠식중

하이트진로가 지난달 25일 출시한 발포주 '필라이트' 초기 출고물량 6만상자(1상자 = 24캔)가 완판됐다. 출시 16일만으로, 하이트진로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판매 속도다. 회사 관계자는 "모든 초도 물량이 완판되면서 현재 긴급 추가 발주에 들어갔다"며 "황금연휴 기간이 끼이면서 1.6ℓ페트병이 가장 먼저 팔려 지난 9일 긴급 생산에 들어갔고, 캔 제품은 생산일정을 조율중"이라고 전했다.

 맥주 아닌 맥주 같은

최근 소비자들에게 '가성비 좋은 맥주'로 관심을 받고 있는 '필라이트'는 국내 최초 발포주(發泡酒)다. 발포주는 '거품이 나는 술'이란 뜻으로 일본에선 '핫포슈'라 불린다. 발포주는 언뜻 보면 맥주로 보이지만 맥주라 부를 수 없다. 발포주의 맥아(싹 틔운 보리)비율이 법이 정한 '맥주 기준'보다 낮거나 맥주 원료로 인정되지 않는 옥수수·대두 등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국내 주세법상으로도 '필라이트'는 맥주가 아닌 기타주류로 분류된다. 주세법상 맥주는 맥아 함유량이 10% 이상 되어야 하지만 '필라이트' 맥아 함유량은 10% 미만이다. '필라이트'는 맥아 외에 국내산 보리와 미국산 호프 등을 사용해 풍부한 맥주 맛을 냈다. 이와 같은 이유로 국순당의 '쌀바나나'와 디아지오코리아의 '윈저 더블유 아이스' 등도 주세법상 막걸리나 위스키가 아닌 기타주류로 분류된다.

 


세금 덜 낸 만큼 싸다

맥주도 아닌 생소한 술이 초기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저렴한 가격에 있다. 필라이트 355㎖ 캔 출고가는 717원으로 하이트 355㎖ 캔(1239.16원)과 비교하면 42%가량 싸다. 대형마트에서 필라이트 6캔 묶음을 5150원 정도에 살 수 있다. 하이트진로는 '말도 안되지만 만원에 12캔' 마케팅을 앞세워 가정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발포주의 저렴한 가격 경쟁력은 세금에서 나온다. 주세법상 맥주의 주세는 72%인데 반해 기타주류는 30%다. 이 덕분에 하이트진로는 기존 맥주보다 42% 싸게 필라이트 가격을 책정했다. 일각에서 발포주에 맥아를 덜 넣거나 싼 재료를 사용해 가격이 싼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지만 이는 오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필라이트와 하이트 가격 차이는 세금 때문"이라며 "원재료값 차이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 [그래픽 = 하이트진로]


◇ 일본 맥주시장 절반은 발포주·제3맥주

일본 주류시장에서 발포주는 이미 맥주를 위협하는 술로 자리 잡았다. 일본은 술집에서 '일단은 맥주부터'라고 주문할 정도로 맥주가 큰 인기였지만 최근 젊은층이 쓴맛 나는 맥주 대신 가격이 싼 발포주나 과일맛 등이 추가된 제3맥주를 찾고 있다.

일본 맥주시장 점유율(맥주·발포주·제3맥주 합산)을 보면 발포주 점유율은 처음으로 출시된 1995년 2.5%에서 지난해 13.7%까지 늘었다. 여기에 맥아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옥수수와 쌀 등을 원료로 만든 '제3맥주' 점유율은 35.5%에 이른다. 맥주 점유율은 1995년 97.5%에서 지난해 50.8%로 반토막 났다. 일본 맥주시장의 절반을 발포주와 제3맥주가 차지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에서 술집에선 맥주, 가정에선 발포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성비가 좋은 발포주가 인기"라고 설명했다.

 

▲ [그래픽 = 김용민 기자]


◇ 일본에 1억달러 이상 수출

한국이 일본보다 발포주 시장에 늦게 뛰어들었지만 기술이 뒤떨어지지 않는다.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가 10년 넘게 일본에 발포주를 OEM 방식으로 수출하면서 기술력을 쌓았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발포주와 제3맥주 수출은 1억3976만 달러(2013년), 1억4217만달러(2014년), 1억1925만달러(2015년), 1억418만 달러(2016년) 등 매년 1억달러가 넘는다. 여기에 해외로 수출되는 국산맥주까지 더하면, 수입맥주보다 그 규모가 더 크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필라이트 개발에만 2년이 걸렸다"며 "제품 출시 직전 최종 맛 평가에 미달해 몇번이나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사진 = 이명근 기자]

 

필라이트, 수입맥주 견제할까

 

업계는 발포주가 찻잔속 태풍에 머물지, 판세를 흔들 태풍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현재 국내 맥주시장은 회식 문화가 '혼술'로 바뀌고, 수입맥주의 공세가 심화되면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롯데주류가 맥주 공장을 확대하고 새 맥주 '피츠' 출시를 예고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 상황이다.

 

따라서 발포주에 대한 업계 전망도 엇갈린다. 업계 관계자는 "필라이트가 가정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집에서 맛있는 맥주 1~2캔을 먹는 문화가 이미 정착됐다"며 "대형마트에서 수입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50%가 넘은 상황에서 '가성비'만을 앞세운 발포주가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필라이트와 수입맥주를 비교하면 품질대비 가격 경쟁력에서 뒤지지 않는다"며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넓혀 수입맥주에 대응할 수 있는 제품으로 키우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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