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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회장 경영 복귀…다시 시작하는 'CJ'

  • 2017.05.16(화) 10:19

17일 내부행사 참석 경영 복귀
4년여만에 공식 지휘봉..'투자·해외·M&A' 비전 총력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다. 오는 17일 눈에 띄는 성과를 낸 임직원들을 포상하고 마음을 모아보자는 취지로 열리는 그룹 내부행사 '온리원 컨퍼런스'를 통해서다.

 

4년 전 이 회장 구속 이후 CJ그룹은 암흑기를 겪었다. 오너 부재로 과감한 투자 결정이 어려웠다. 이 때문에 CJ그룹은 M&A 시장에서 눈독 들였던 매물들을 놓칠 수밖에 없었다. 외형은 커졌지만 내용은 부실했다는 것이 지난 4년 CJ에 대한 평가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이 회장이 지난해 광복절 특사로 사면복권 되면서 다시 뛸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다. 건강문제,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옛 정권과의 관계 등 부담스러운 이슈가 남아있지만 더 이상 그룹이 과거에 묶여있어서는 안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 4년만의 복귀

CJ그룹은 2013년 회장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그동안 준비해왔던 각종 투자 계획은 전면 보류됐다. 2020년 매출 100조원, 해외 비중 70%를 달성하겠다는 '그레이트 CJ 2020' 프로젝트는 중단됐다.

CJ그룹 관계자는 "회장의 결정이 필요한 중요한 시점이 생길 때마다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며 "이러다가 그룹이 위태로워지지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감이 팽배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 2014년 법원에 출석하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사진=이명근 기자/qwe123@)

이 회장은 2013년 6월 조세포탈·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수감 생활의 대부분을 병원에서 보냈다. 선천적인 유전병인 샤르코 마리 투스(CMT)병과 신장 질환으로 수감생활도 할 수 없었다. CJ그룹도, 이 회장 개인도 기나긴 터널을 지나야 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8월 광복절 특사로 사면됐다. 하지만 이 회장의 행보는 조심스러웠다. 가뜩이나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데다 건강도 좋지 않았다. 이 회장은 재계가 정치적인 회오리에 휘말린 최순실 게이트가 정리 국면에 접어들자 지병 치료를 위해 조용히 미국으로 떠났다.

◇ 부담스러운 시선

이재현 회장은 오는 17일 수원 CJ블러썸파크에서 열리는 '온리원 컨퍼런스'에 참석할 예정이다. 4년여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업계에서는 이 회장의 행사 참여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CJ그룹은 이런 시선이 부담스럽다. 자연스러워야 할 경영활동이 달리 해석될까 걱정이다. CJ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의 참석이 거의 확실하다"면서도 "하지만 주변에서 너무 관심이 많아 부담스럽다. 최악의 경우에는 참석을 취소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이 회장의 복귀 시점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올해 초, 3월 혹은 4월 복귀설이 대두되기도 했다. 지난 3월 열린 'CJ온리원페어' 행사에 등장할 것이라는 관측과 4월 주주총회를 통해 경영 전면에 나설 것이라는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설(說)'로 그쳤다.

▲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CJ그룹 고위 관계자는 "일각에서 3, 4월 복귀설이 제기됐지만 당시에는 건강을 추스리고 있을 당시여서 복귀를 준비하거나 하는 움직임은 없었다"면서 "다만 내부에서도 상반기 중에는 복귀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들이 흘러나왔고 여러 사정을 고려해본 결과 이번 '온리원 컨퍼런스'가 가장 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재현 회장의 '온리원 컨퍼런스' 참석을 경영복귀 무대로 해석하는 것은 여러가지 이유 때문이다. 우선 그동안 미국에서 치료를 받으며 경영활동에 지장이 없을만큼 건강상태가 나아졌다는 후문이다. 여기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CJ가 문화를 왜곡한다'는 시선도 달라질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지난 3월 임원인사는 이 회장의 본격적인 경영복귀를 대비한 인사라는 평가도 나왔다.

◇ 명확해진 방향

이재현 회장이 경영전면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CJ그룹이 처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CJ그룹은 '그레이트 CJ 2020'을 비전으로 제시했지만 잃어버린 시간이 많다. 비전 발표 후 7년째에 접어들지만 최근 4년은 잃어버린 세월이다. 오너 이슈가 부각되면서 비전을 얘기하기보다 그룹의 생존을 걱정해야 했다. 

CJ그룹의 성장그래프는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30조원을 넘어섰지만 내용을 보면 사실상 제자리를 맴돌았다. 투자도 2012년 2조9000억원을 정점으로 하향곡선을 그려왔다. 2013년부터 작년까지 총 9건의 M&A에 뛰어들었지만 매번 막판 배팅을 하지 못하고 고배를 마셨다.

▲ 단위:원. *2017년은 목표치.


올해 CJ그룹의 매출 목표는 40조원이다. 그래프가 급격히 올라간다. 투자 예정 금액은 5조원에 달한다. 공격적이다.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침체된 분위기를 쇄신하고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지난 3월 임원인사에서 상무 이상 승진자 32명중 12명이 글로벌사업부문 나왔다. 성장판을 해외에서 찾겠다는 의지다. 구체적으로는 적극적인 M&A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그룹이 성장하기 위해선 핵심사업에 가속도를 낼 수 있는 해외기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인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CJ대한통운이 인도와 아랍에미레이트 물류회사를 잇따라 인수한 것도 이런 판단에서 나온 것이란 분석이다. 이채욱 CJ그룹 부회장은 지난 4월 주주총회에서 “M&A에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쏟아 사업 전반의 획기적 성장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복귀로 그동안 막혀있었던 CJ의 혈관이 다시 뚫리게 될 것"이라며 "대규모 투자와 해외사업 확대, M&A 라는 세가지 키워드로 CJ그룹이 매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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