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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맞수 롯데-신세계, '미래형 편의점' 대결

  • 2017.05.16(화) 17:50

롯데, 첨단기술 집약한 무인점포 '파격'
신세계, 밥해주는 편의점 '색다른 경험' 초점
고전중인 편의점 일병 구하기 승부수

영원한 유통 라이벌 롯데와 신세계가 또 다시 맞붙었다. 장소는 서울 강남, 종목은 편의점이다. 그냥 편의점이 아니다. '미래형 편의점'이다. 

롯데와 신세계의 미래형 편의점 콘셉트는 확연히 다르다. 롯데는 최첨단 기술을 접목해 소비자들의 '편의성'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췄다. 소비자가 지갑없이 매장을 찾아도 모든 것이 가능하다. 반면 신세계는 '소비자의 색다른 경험'에 초점을 맞췄다. 소비자 개성에 맞춰 다양한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 롯데, 첨단기술 집약 '편의성' 승부

신세계의 이마트위드미가 미래형 편의점을 선보이자 롯데는 파격적인 매장을 선보였다.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다.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의 가장 큰 특징은 결제 방식이다. 이른바 '핸드페이(Hand Pay)'로 손의 정맥을 이용해 결제하는 시스템이다. 정맥을 이용한 핸드페이 방식의 결제를 상용화한건 세계 최초다.

핸드페이는 일부 은행 등에서 본인확인 수단으로 사용한 사례는 있지만 카드와 연계해 결제시스템으로까지 발전시킨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카드가 개발해 처음으로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에 적용했다. 

▲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에서 '핸드페이(Hand Pay)'로 결제하는 모습.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에는 편의점에서 활용할 수 있는 모든 기술을 집약한 무인점포다. ▲무인 POS ▲바이오 인증 게이트 ▲전자 가격 태그 ▲디지털 담배 자판기 ▲자동 개폐 쇼케이스 ▲스마트 CCTV ▲디지털 사이니지가 대표적이다. 롯데카드, 롯데정보통신 등 그룹 계열사의 핵심 역량을 합쳤다.

롯데의 편의점 전략의 핵심은 소비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의 콘셉트를 '손으로 입장하고 손으로 결제하는 나만의 편의점'이라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소비자가 선택만하면 나머지는 편의점이 알아서 해주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롯데의 비전이다.

롯데가 이처럼 최첨단 기술을 집약해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에 공을 들이는 것은 앞으로 전개될 스마트 편의점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아울러 국내 편의점시장에서 CU와 GS25에 밀려 고전하고 있는 세븐일레븐이 치고 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도 고려됐다.  

◇ 신세계, 즐길거리가 가득한 공간 '색다른 경험' 초점

신세계의 스마트 편의점은 롯데에 비해 기술 집약적이지는 않다. 무인결제 시스템 정도가 눈에 띄는 정도다. 신세계가 주안점을 두는 것은 상품의 질이다. 고품질의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여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에 집중하는 전략이다.

신세계는 이마트위드미를 통해 이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지난 3월 선보인 이마트위드미 스타필드코엑스몰 1호점이 대표적이다. 스타필드코엑스점에서는 직접 밥을 짓는다. 고급 품종쌀인 '고시히카리'로 직접 조리한다. 프리미엄 도시락과 덮밥 등을 편의점에서 직접 제조해 공급한다.


광화문 샌드위치 맛집으로 알려진 샌드위밋도 이마트위드미에 입점해 있다. '숍 인 숍(shop in shop)' 형태다. 셀프 토스트를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 커피도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원두를 직접 내려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신세계의 가정간편식(HMR) 브랜드인 '피코크' 제품 구입시에는 보냉팩을 대여해주는 등 서비스에도 만전을 기했다.

기존 편의점이 제품을 구입만 하는 곳이었다면 신세계가 추구하는 편의점은 양질의 상품과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공간이다.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에 비해 아날로그적인 색채가 강하지만 소비자가 각자의 개성대로 편의점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신세계의 생각이자 전략이다.

이마트위드미 관계자는 "편의점을 단순히 물건을 손쉽고 편리하게 구매하는 공간이 아닌 하나의 즐길거리가 가득한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양질의 상품과 서비스가 뒷받침 돼야한다. 이 부분은 신세계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다. 앞으로 이런 점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 롯데·신세계, 편의점 일병 구하기 성공할까

유통 대기업인 롯데와 신세계가 이처럼 미래형 편의점 개발에 집중하는 것은 편의점사업이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이다. 국내 편의점시장은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편의점시장 규모는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어섰다. 점포수도 3만개를 돌파했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혼밥', '혼술' 등을 즐기는 이른바 '혼족'이 증가한 것이 편의점시장의 성장을 견인했다.

▲ 자료:한국편의점산업협회. (단위:조원).

하지만 모든 편의점 업체들이 승승장구 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 편의점시장은 BGF리테일의 CU와 GS리테일의 GS25가 주도하고 있다. 유통 대기업인 롯데와 신세계가 편의점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힘을 못쓰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후발주자인 신세계의 이마트위드미는 선두그룹과 격차가 크다.

지난 1분기 실적은 이같은 시장상황을 잘 보여준다. CU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38.3% 증가한 383억원이다. GS25는 전년대비 21.4% 늘어난 317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세븐일레븐은 전년대비 영업이익이 줄었고 이마트위드미는 적자폭이 확대됐다.

▲ 단위:억원.

롯데와 신세계로서는 나날이 성장하고 있는 편의점시장에서 주도권을 빼앗긴게 뼈아프다. 미래형 편의점, 스마트 편의점은 롯데와 신세계의 이런 고민의 산물이다. 편의점 시장에서 선두와의 격차를 메울 수 있는 것은 대기업이 가진 강점인 기술력과 상품 및 서비스의 질이라는 판단이다. 

롯데와 신세계의 전략이 편의점시장의 대세가 될 것인지는 아직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경쟁사 관계자는 "여전히 대다수 소비자들은 기존 편의점 형태에 익숙하다"며 "기술의 발전 속도가 얼마나 빠를 지는 지켜봐야겠지만 한동안 현재의 판도가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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