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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공룡 횡포]上 이익은 Yes 세금은 No

  • 2017.05.17(수) 17:03

구글·오라클 등 조세회피 수법 진화
막대한 수익불구 책임없는 유한회사

세계적인 인맥구축서비스(SNS) 기업인 페이스북이 국내 통신사인 SK브로드밴드와 통신망 비용 문제를 일으키면서 글로벌 ICT 기업들의 횡포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ICT 기업들은 각국에서 막대한 수익을 내면서도 법적 책임은 다하지 않고 나아가 조세 회피를 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받는다. 최근 글로벌 ICT 기업들과 로컬 기업간 분쟁 현황을 재조명하고 해결방안을 찾아본다. [편집자]

 

서울 강남파이낸스센터에 입주한 구글코리아. 지난 2004년 법인 설립 후 2006년 구글 R&D센터란 이름으로 문을 연 구글의 한국 법인이다. 초대 지사장인 이원진·조원규 센터장(사장)을 시작해 염동훈, 존리 등 지난 10여년간 4명의 사장을 선임했다. 

 

의아하게도 현재 구글코리아의 대표이사는 2014년에 취임한 지금의 존리 사장이 아니다. 매튜 스캇 서처먼(Matthew Scott Sucherman)이란 미국인이다. 구글코리아는 지난 2004년 폐쇄적 성격의 유한회사로 설립된 이후 2007년 데이비드 칼드러먼드란 미국인이 등기임원이자 초대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어 존 켄트워커와 이원진, 염동훈 대표이사를 거쳐 지금의 메튜 스캇 서처먼 대표(2013년 취임)가 회사를 이끌고 있다. 구글코리아 측은 메튜 대표이사가 구글 본사 부사장이라는 사실 외엔 뚜렷한 설명을 하지 않는다.

 

즉 구글코리아 업무를 이끄는 운영자는 한국에서 일하는 임원들이지만 법적 책임을 갖고 있는 인물은 한국에 있는지 조차도 모르는 외국인이라는 얘기다.  

 

구글은 검색, 지도, 메일, 동영상(유튜브) 서비스를 비롯해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와 앱 장터 플레이스토어 등 국내에서 영향력이 막강한 서비스를 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회사의 경영 체제를 비롯한 숱한 점들이 베일에 쌓여 있다.


구글뿐 아니다. 국내에서 활발하게 사업하는 페이스북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회사의 법적 지위가 모호한 대신 국내 법·규제에선 비교적 자유롭다. 서버 시설 등 고정 사업장이 없어 조세회피 의혹도 받는다.

 

최근 수년간 유럽 각국 정부와 글로벌 ICT 기업들이 역외탈세 문제 등으로 분쟁을 벌여온 것도 이 때문이다. 

 

 

◇ 폐쇄적 성격 법인이 대부분

구글과 페이스북 등 글로벌 ICT 기업들의 한국법인은 대부분 폐쇄적 성격의 유한회사다. 유한회사는 재무실적 공시 의무가 없어 경영 현황을 파악하기 어렵다. 주식회사와 달리 외부감사 및 감사보고서 공시 의무도 없어 사업 내용을 가늠하기 힘들다.


이러다 보니 이들 기업이 국내에서 얼마만큼 돈을 벌고 있는지 파악조차 힘들다. 본사에서 발표하는 전체 실적 외 각 나라별 경영 성과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구글의 지난해 전체 매출은 902억달러(한화 103조원), 영업이익은 237억달러(27조원)로 전년대비 각각 20%, 23% 증가했다. 국내 대표 기업 삼성전자의 지난해 연결 매출(202조원)에 비해 절반 수준이지만 영업이익(29조원)은 거의 비슷하다. 매출 외형으로는 삼성전자에 밀리지만 수익성은 훨씬 높다는 얘기다. 구글의 영업이익률은 26%로 같은 기간 삼성전자(13.4%)의 두배다.

 

구글의 수익성이 높은 배경은 고부가가치인 디지털 광고 사업을 주력한다는 점도 한 요인이지만 정보 독점을 통한 시장지배력 행사나 조세회피 기법을 통해 법인세를 줄이는 등 불공정한 게임을 벌여온 것도 무시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구글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 각국에서 조세회피 의혹을 강하게 받고 있다. 제조업과 달리 인터넷 기반 서비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정보를 다루는 산업이라 조세 대상 여부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구글 같은 외국법인은 서버나 데이터센터 등 시설물이 위치한 장소를 기준으로 고정사업장 여부를 판단한다. 

 

하지만 구글코리아는 법인 설립 후 지금까지 물리적 고정 사업장이 없어 법인세를 내지 않고 있다. 구글코리아는 국내에서 온라인광고를 비롯해 모바일게임 플랫폼 사업 등으로 연매출 1조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대부분 매출을 구글코리아가 아닌 법인세율이 낮은 아일랜드 법인으로 돌리고 있다. 

 

◇ 진화하는 조세회피 기법

 

구글뿐만 아니라 글로벌 ICT 기업들이 이 같은 조세회피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아일랜드와 같이 법인세가 낮은 국가로 사업장을 정해 세율을 낮출 뿐 아니라 지적저작권을 비용으로 처리하는 방식까지 종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이 같은 신종 조세회피 방식을 ‘더블 아이리시 위드 어 더치 샌드위치(Double Irish with a Dutch Sandwich)'라 한다. 애플이 창안한 기법으로 유명하다.

▲ 신종 조세회피 방식인 'Double Irish with Dutch Sandwich' 구조도 [자료=국회예산정책처]


말 그대로 2개의 아일랜드 법인과 1개의 네덜란드 법인을 마치 샌드위치 같은 구조로 세운다는 뜻이다. 즉 아일랜드에 미국 법인용과 해외 법인용 2개의 자회사를 만들고, 해외 영업수익을 도관회사(조세회피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인 네덜란드 법인을 거쳐 버뮤다 등 조세회피처에 몰아주는 구조다.

 

이처럼 복잡한 방식으로 각국에서 발생한 수익이 돌고 돌면 이 회사는 최종적으로 법인세를 거의 내지 않아도 된다. 버뮤다 등 조세 회피처와 EU 회원국간 거래에 대해 비과세하는 아일랜드를 교묘히 활용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이 같은 조세회피 방식을 통해 지난해 아일랜드 법인에서 226억유로의 매출이 발생했으나 실제 아일랜드 당국에 납부한 세금은 4780만유로(0.2%)에 불과하다.

 

글로벌 IT 기업인 오라클도 이 같은 방식으로 탈세했다는 의혹을 받아 최근 국세청으로부터 3000억원 규모의 세금을 추징당하기도 했다. 오라클은 지난 2008년 아일랜드에 법인을 설립하고 오라클코리아는 미국 본사가 아닌 아일랜드 법인에 소프트웨어 사용료를 지급하면서 국내에 세금을 전혀 납부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 법적책임 없어 규제 자유로워

 

글로벌 기업들은 유한회사라는 모호한 성격 때문에 조세회피뿐만 아니라 법적 책임 측면에서도 자유롭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 구글 앱마켓 서비스의 제공 주체는 구글코리아가 아닌 구글의 아일랜드 법인이다. 아일랜드 법인이 한국 사업에 있어 권리와 책임을 갖고 있다.

 

이치상 사업에 대한 권리와 책임이 있는 아일랜드 법인이 국내에서 부가통신사업자로 신고해야하나 그렇지 않다. 현재 사업적으로 책임이 없는 구글코리아가 부가통신사업을 신고한 상황이다. 결국 구글은 부가통신사업 신고를 하지 않고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업계에선 구글 등 글로벌 ICT 기업의 이 같은 꼼수 탓에 이들과 경쟁하는 국내 기업들이 역차별을 받거나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페이스북과 SK브로드밴드가 통신망 비용분담을 놓고 갈등을 벌이고 있는데, 이 또한 규제에서 자유로운 페이스북이 시장 지배력을 등에 업고 벌인 갑질에 불과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쯤되면 글로벌 ICT 기업의 횡포라 말할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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