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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 간 공무원]⑤경제검찰에서 전문위원으로

  • 2013.10.11(금) 14:08

공정위 출신 38명 로펌 합류…김앤장 1/3 차지
금감원 고위직 등 25명 활동…법 개정 후 주춤

지난 3월 새 정부 경제민주화의 선봉장에 내정된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이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돌연 사퇴했다. 그가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20년 넘게 변호사로 근무한 이력이 발목을 잡았고, 세금 탈루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스스로 위원장 직을 포기했다.

 

대기업을 규제하는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제 검찰'로서 막강한 권한을 지니고 있고, 과세당국 공무원과 함께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받는다. 기업의 불공정행위를 적발해 거액의 과징금을 물리고, 제재 조치를 가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기업과 유착되지 않도록 철저히 경계선을 그어야 한다.

 

그러나 공정위 공무원들이 로펌에 이직해 기업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공무원들에게도 엄연히 취업의 자유가 있지만, 하루 아침에 국가에 맞서고, 로비 활동을 벌이는 모습은 공직자 출신으로서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공정위 100명 중 7명 로펌행

 

11일 비즈니스워치 분석에 따르면 10대 로펌에 근무하는 공정위 출신은 38명으로 집계됐다. 경제부처 가운데 국세청(64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로펌 직원을 배출했다.

 

공정위 직원수는 500여명으로 국세청(2만명)의 40분의 1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로펌행이 상당히 잦은 편이다. 공정위는 100명 중 7명(7%) 가량 로펌에 이직한 반면, 국세청은 1000명 중 3명(0.3%) 꼴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로펌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고위직 출신은 고문 직함을 받았다. 부위원장 5명, 사무처장 3명, 상임위원 4명 등 요직에 있던 고위공무원들의 재취업도 줄을 이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에는 공정위 부위원장 출신 김병배 변호사, 김병일·서동원 고문, 법무법인 광장과 화우에는 조학국·손인옥 고문이 근무하고 있다. 공정위 사무처장을 지낸 김앤장 김원준·이동규 고문과 법무법인 율촌 박상용 고문도 있다.

 

로펌별로는 김앤장이 12명으로 가장 많고, 율촌 6명, 태평양과 광장이 각각 5명, 세종과 화우는 3명씩 분포했다. 로고스를 제외한 10대 로펌들은 1명 이상의 공정위 출신을 두고 있었다.

 

▲ 김병배 김앤장 변호사, 김병일·서동원·김원준·이동규 김앤장 고문, 조학국 광장 고문, 손인옥 화우 고문, 박상용 율촌 고문(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

 

◇ "금융 규제를 들었다 놨다"

 

금융감독원 출신들은 2011년 10월 말부터 공직자윤리법이 강화되면서 로펌행이 뜸한 편이다. 세무사나 변호사 등 전문 자격증이 없는 금감원 직원들은 다른 경제부처와 달리 로펌에 근무할 수 있는 예외 규정도 적용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법 시행을 앞두고 금감원 직원 중 상당수가 로펌에 이직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현재 김앤장과 태평양, 세종, 율촌, 광장, 화우 등 6대 로펌에서 25명이 활동하는 것으로 파악되지만, 법 개정 후 최근 2년 사이 재취업은 거의 없었다.

 

이미 로펌에서 활동하는 금감원 출신 인사 중에는 고위직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2000년대 초부터 금융감독원장을 지낸 이정재(율촌), 이근영(세종), 김용덕(광장) 고문이 대표적이다.

 

금감원 부원장 출신도 3명(김대평, 전홍렬, 박광철)이 활동 중이고, 부원장보는 6명(유관우, 이영호, 임주재, 노태식, 양성용, 유흥수)으로 로펌의 주된 스카우트 표적이었다.

 

이들은 과거 경험과 인맥을 바탕으로 금융 규제와 소송에 대한 업무를 돕고 있다. 금융기관과 자본시장 규제를 지휘하던 선배들이 로펌에 재취업해 후배들을 상대로 규제를 허물고 있는 형국이다.

 

경제부처 고위직 출신을 앞세운 대형 로펌과 그들을 이용한 대기업들의 거침없는 행보는 세금과 공정거래, 금융까지 폭넓게 뻗어나가고 있다. 공직자의 윤리 문제는 이미 느슨한 법 테두리를 벗어나 경제 논리에 뒤덮여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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