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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文훈풍]①들뜬 3040..분양·매매 '북적'

  • 2017.05.22(월) 14:11

대선 후 분양물량 쏟아지자 청약 대기자들 봇물
"불확실성은 줄었다"..저가매물 문의도 이어져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직후 주택시장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대선을 치르고 다시 열린 아파트 분양시장에 인파가 몰리고 매매시장에도 집을 사겠다는 수요자들이 줄을 서고 있다. 새 정부는 시장 안정과 주거복지를 공약의 골간으로 삼았지만 시장에서는 불확실성이 걷힌 이후 경기가 나아지면 집값도 상승세를 탈 거라는 기대감이 번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열기가 얼마나 갈지는 미지수다. 달아오른 주택시장 분위기와 그 배경, 앞으로의 전망을 짚어본다.[편집자]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밀려있던 분양 물량들이 쏟아지고 있어 수도권에서 아파트 분양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격 부담이 크지만 도시재생에 투자하겠다는 정비 계획이나 최근 부동산 가격 움직임을 보면 여전히 집값도 오를 것 같아 보이기도 하고요." - 김포 소재 견본주택을 찾은 서울 도봉구 거주 '워킹맘' 김 모씨(33세, 여)

 

"유모차를 끌고 광화문으로 나갔던 젊은 층들이 내 집 마련을 위해 뛰어든 듯합니다. 새 정부에서는 뭔가 살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도 느껴집니다.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든지, 집 장만에 드는 자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심리적 불안감을 지금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 서울 영등포구 모델하우스 분양 상담사 이 모씨.

 

▲ '보라매 SK 뷰' 모델하우스에 단지 모형과 상담석 사이를 관람객들이 가득 메우고 있다./윤도진 기자 spoon504@

 

◇ 견본주택 5곳에만 '16만명 운집'

 

지난 20일 오후 1시쯤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보라매 SK 뷰' 모델하우스. 장사진을 친 입장 행렬 맨 뒤에 줄을 서려던 한 30대 부부가 얼마나 기다려야 하냐고 묻자 "1시간 안에 입장할 수 있다"는 도우미의 답이 돌아왔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렸지만 모델하우스 아래 필로티(기둥으로 건물을 띄우는 양식) 밖까지 줄을 선 입장 대기자들은 행렬을 떠날 줄 몰랐다.

 

대선이라는 이슈에 밀려 봄 성수기를 휴식기로 보낸 보낸 분양시장이 한껏 달아올랐다. 전국 10여곳 아파트 단지 견본주택이 문을 열자 한동안 관심을 접어두고 있던 수요자들이 대거 분양시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지난 19일~21일 사흘간 수도권 주요 5개 모델하우스에만 각 건설사 집계 기준 총 16만명 넘는 인파가 몰려들었다.

 

모델하우스를 찾은 이들 가운데서는 유독 '아기띠'를 매고 나온 젊은 부부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주말 사흘 간 6만5000여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된 경기도 김포 '한강메트로자이' 견본주택에는 서울의 높아진 전월세를 피해 내 집을 마련하려는 30∼40대가 주를 이뤘다.

 

이 견본주택에서는 입장부터 실내공간(유니트) 관람과 상담까지 평균 3~4시간이 걸렸다는 후문이다. 관람을 마친 한 40대 초반 직장인 내방객은 "서울은 지난 몇 년 간 집값이 너무 올라 집을 살 엄두가 나지 않아 나들이 겸 나왔다가 들렀다"며 "교통과 주변 환경이 좋아지면 출퇴근하기도, 아이를 키우기도 괜찮을 듯해 청약을 신청하려 한다"고 말했다.

 

▲ 김포 '한강메트로자이' 견본주택에서 관람객들이 단지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김혜실 기자 kimhs211@

 

신길동 보라매 SK 뷰 모델하우스 내부 분위기도 비슷했다. 젊은 부부들은 청약신청 후 부적격 당첨자 물량이나 계약 취소분을 잡기 위해 '내집마련 신청서'를 접수해 두려고 모델하우스 바닥에 늘어 앉은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지하철 7호선 보라매역 인근에 들어서는 이 아파트는 공급면적 기준 3.3㎡당 분양가가 2000만원을 넘나드는 수준임에도 최근 입주한 인근 '래미안 에스티움'이 이보다 높은 가격에 시세가 형성되자 수요자들이 구름처럼 몰렸다. 사흘간 방문한 인원은 4만7000여명으로 집계됐다.

 

이밖에도 반도건설이 경기 안양시 동안구 비산동에서 문을 연 '안양 명학역 유보라 더 스마트'에는 1만2000여명, 대우건설이 인천 남동구에 선보인 '인천 논현 푸르지오'에는 2만5000여명, KCC건설의 '영종하늘도시 KCC 스위첸'에는 1만5000여명 등이 모델하우스에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 "덜 오른 곳 없나"..매매시장 문의급증

 

수도권 매매시장 곳곳에도 대선 시기 관망을 마친 수요자들의 문의 행렬이 늘었다. 정비사업 추진 지역이나 교통이 편리해진 주택 밀집지역이 주축이다. 시장 안정에 주안점을 둔 진보 성향 정부가 들어섰음에도 지역에 따라선 집값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본 실수요자 및 투자자들의 매수 문의가 되살아났다는 게 일선 중개업소의 전언이다.

 

작년 집값 상승을 주도한 강남권 재건축부터 거래가 다시 살아나는 모습이다. 강동구 둔촌주공 4단지 전용 76㎡는 지난 주 8억45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말보다 3000만원 가량 오른 값이다. 개포동 주공 1단지도 매물 시세를 2000만~3000만원가량 올렸다. 현재 전용 42㎡ 시세가 11억1000만원까지 오르며 11억원을 넘겼다.

 

개포동 M공인 관계자는 "가격이 더 떨어지기를 기대했다가 매수를 미룬 수요자들이 지난 봄 시세에 나온 매물이 있냐고 물어오지만 그 가격대 매물은 이미 팔렸거나 다시 집주인이 값을 올려 내놓은 상황"이라며 "집주인이 올려붙인 호가에도 사겠다는 이는 적지만 매수세가 몰리면 가격 상승세가 가팔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북권이나 경기도 성남·광명 수도권 주요 주거밀집지역에도 매수 문의가 차츰 늘고 있다. 작년 강남권 집값이 크게 오르고 서울 종로, 마포 등지에서도 3.3㎡당 매매가격이 2000만원을 넘는 고가 단지가 속출자 비교적 값이 덜 오른 지역,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 중심으로 매수 문의가 많아지는 분위기다.

 

마포구 아현동 일대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 종로구 홍파동·평동·교남동 '경희궁자이' 등 먼저 집값이 오른 신규 단지 주변 아파트들은 매물이 드물어 매도호가가 1000만~2000만원씩 더 올라가고 있다. 성남과 광명 등 재개발 지역 일대에서도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는 지분에 붙는 웃돈이 커지면서 일반분양 예상가를 넘어서자 상승폭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 5월 셋째주(19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24% 상승했다. 이는 전 주보다 0.09%포인트 높은 상승률이다. 구별로는 강동구가 1.11% 급등했고 송파(0.47%)·성동(0.32%)·양천(0.25%)·강남(0.23%)·마포구(0.23%) 순으로 상승폭이 컸다. 수도권에서는 광명(0.11%)·시흥(0.10%)·안양(0.10%) 순으로 상승률이 높았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정치 이슈와 함께 관망세에 있던 대기 수요자들이 한꺼번에 시장으로 나오면서 일시적으로 분양 시장과 매매시장 모두 들뜬 분위기"라며 "사업을 미뤘던 건설사들이 분양 판촉에 집중하면 그 주변 시장도 자극을 받게 되기 때문에 휴가철이 오기 전까지는 시장 열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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