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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4주년]①-2 "사회적책임은 곧 기업가치 키우기"

  • 2017.05.23(화) 10:00

사회적책임, 길을 묻다…100년 기업을 위하여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인터뷰
"사회적책임 환경 열악..정부 인프라 구축 시급"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이 꾸준히 강조되고 있지만 사회적책임에 대한 기업이나 일반의 이해도는 여전히 낮다. CSR이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된 지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정부차원에서 변변한 정책하나 나온 적 없는 현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10년 전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을 발족해 기업의 사회적책임 필요성을 알리는데 공을 들인 양춘승 상임이사는 "사회책임은 기업이 살아 남고 인간이 살기 위해, 또 지구가 살기 위해 반드시 해야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15년 넘게 자리잡지 못하고 있지만 왜 '기-승-전-사회적책임'인지를 양춘승 상임이사에게 들어봤다.

▲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양춘승 상임이사. 사진 : 이명근 기자/qwe123@
 
- 포럼을 발족한지 10년이 넘었다. 무엇이 달라졌나
▲ 2007년 4월에 사회적책임을 다하는 좋은 기업에 대해 투자를 해보자는 뜻에서 만들었다. CSR에 대한 관심이 막 올라갈 때였고, 넓은 CRS영역중에 금융부문을 포인트로 잡은 것인데 실제로는 투자할 기업을 찾기가 어려웠다. 사회적책임을 이행하는 기업이 그만큼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변화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당시에는 사회적책임을 얘기하면 기업에서는 사회주의 아니냐는 얘기까지 했다. 그러나 지금은 적어도 대기업에서는 사회적책임이 뭔지 알고 있고, 하겠다는 기업도 늘고 있다. 특히 대학에서 CSR을 강의하는 곳이 늘었다. 중요한 변화다.
 
- 기업은 이윤을 추구한다. 사회적책임이 이윤으로 이어질 수 있나
▲ 당장은 이윤이 안될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책임을 진정성을 가지고 실천한다면 장기적으로 반드시 기업의 가치를 올려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또 실제 많은 사례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우선 기업이 사회적책임을 실천하면 종업원의 자부심과 충성심이 올라가고 이직을 줄일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업의 생산성이 올라간다. 이는 소비자의 신뢰로 이어지고 브랜드가치까지 올려준다. 기업에 대한 신뢰와 브랜드가치가 상승하면 투자자를 유도해서 자본조달 비용도 줄일 수 있다. 특히 이런 투자는 장기투자이기 대문에 기업 입장에서 유리한 자본조달방법이 된다.
 
공급망과의 관계도 좋아진다. 하청업체나 납품업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질 좋은 원부자재를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게 된다. 또 지역주민들과의 관계도 좋아진다.
 
브랜드가치의 상승은 브랜드 보험으로 이어지는데 실수를 하더라도 한번에 신뢰를 잃지 않게 된다. 작은 실수 정도는 쉽게 용서받을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장기적으로 무조건 득이 된다.
 
- 기업의 일상인 고용, 납세 등은 사회적책임이라 보기 어려운가
▲ 기업의 사회적책임은 고용창출하고 돈을 벌어 세금을 내는 것으로 다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우리는 이것을 경제적책임이라고 하는데, 그러나 사회적책임은 경제적 책임에 한정되지 않는다. 사회적책임은 경제적책임 이외에 법적책임, 윤리적책임 그리고 재량적책임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윤 극대화만 추구했을 때 기업이 법률에 저촉되지는 않지만 사회적 비난을 받는 행위를 한다면 CSR을 하지 않는 것이다. 나이키가 동남아에서 미성년자들을 고용한 사실이 확인되자 주가가 폭락했고,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옥시 사건으로 이윤추구와 사회적책임이 일치하지 않는 사례가 확인됐다.
 
사회적책임은 법적, 경제적책임 그 이상의 것이다. 사람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룰을 따르라는 것이다. 몸에 좋지 않은 화학물질에 대해서도 일정양까지는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는데 사회적책임은 그것을 넘어서는 것까지 책임을 지는 것을 말한다.
 
- 우리나라 기업의 사회적책임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 아직도 많은 기업이 사회적책임은 돈을 벌고 나서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 돈 벌기 이전부터 해야할 일이 사회적책임이다. 우리나라 1900여개의 상장기업 중에서 지속가능 보고서를 발행하는 기업은 100개 정도에 불과하다. 
 
미국에 CSR발전 단계론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사회적책임을 최고 수준으로 잘하는 기업도 중간점수 밖에 못받을 것이다. 아주 잘한다는 기업이 그 정도다. 중소기업은 이름도 못 꺼낸다.
 
- 한국에서 CSR 잘한다고 평가할만한 기업은 어디인가
▲ 내세울 만한 곳이 유한양행인데 유한양행은 유일한 박사가 창립초기부터 사회적책임을 열심히 이행한 기업이다. 요즘은 LG그룹이 전사적으로 CSR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청업체들까지 독려해서 지원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중소기업은 사회적책임에 소홀한데 대기업이 서포트하면서 신경 써주는 것은 높은 점수를 받을만 하다.
 
또 KSS해운이라는 곳은 종업원 이익공유제라는 것을 시행하고 있는데 주주가 아닌 종업원들에게도 이익의 3분의 1정도를 배분해서 종업원들 스스로 부패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고 한다.
 
금융 쪽에서는 신한금융지주가 이사회 내에 사회책임경영위원회를 만들고 사외이사를 위원장으로 임명해서 사회책임을 운영하고 점검하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성과도 많이 내고 있는 것으로 안다.
 
- 사회적책임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무엇이 가장 필요한가
▲ 정부 역할이다. 자본주의에서 정부의 역할은 게임의 룰을 공평하게 만드는 것이다. 단순히 돈 버는 것 이상으로 사회적책임을 잘 이행하는 기업이 시장에서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만들고 이를 감독해야 한다. CSR인프라를 구축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기업들이 재무제표만 공개하고 있는데 사회적인 성과 즉 인권침해 여부, 성폭력, 노동쟁의, 온실가스 배출 정도 등을 모두 시장에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 국민연금 등 연기금들이 이런 것을 잘하는 기업에 투자하도록 유도하고 법인세를 감면해 주는 등 세제지원도 하고 그런 것들이 필요하다.
 
국정농단에 재벌 대기업이 개입되는 등 박근혜 정부에서는 이런 것들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새 정부가 들어섰으니 이런 부분에서 이제라도 사회적 합의를 이끌고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짜서 실행에 옮겼으면 한다.
 
◇ 양춘승 상임이사는?
1956년 전라남도 장흥 출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후 우성해운에 입사했고 1997년 폐기물 처리기술을 도입해 지환테크를 창업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음식물쓰레기 공공처리시설을 수주하기도 했으나 환경사업 경영자로서 부족함을 느끼고 경영에서 물러나 50세 늦깎이로 대학원에 진학해 에너지와 환경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서울산업대 에너지환경대학원에서 박사과정까지 마친 후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와 청정개발체제 중심의 연구를 계속했다. 2007년 4월, 기업의 사회적책임이 기후변화 대응 및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높인다는 판단으로 사단법인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을 설립했다. 서울과학기술대 외래교수,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겸임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직과 함께 친환경 경영정보를 분석하는 CDP한국위원회 상임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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