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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하이스코 합병, 이번엔 가능할까

  • 2013.10.11(금) 16:26

현대제철 3고로 가동으로 합병 가능성 높아져
재무구조 개선 등 시너지 높아..순환출자 해소 등은 숙제

최근 현대제철의 3고로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연산 1200만톤 규모의 쇳물 생산이 가능해졌다. 이는 여러가지 의미를 갖는다. 현대제철이 본격적으로 글로벌 철강업체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다.

또 그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현대하이스코와의 합병이 성사될 조건이 형성됐다.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가 합병될 경우, 국내 자동차 강판 시장에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 현대차그룹, 철강업 이원화 한 까닭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합병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있었다. 열연강판을 생산하는 현대제철과 이를 자동차 강판으로 가공하는 현대하이스코가 합쳐진다면 시너지가 클 것이라는 분석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현대제철의 고로 생산능력이 안정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구체화되지는 않았다. 고로에서 생산한 쇳물의 양과 질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지 않으면 자동차 강판 생산은 어렵기 때문이다.

 

▲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3고로 첫 출선 모습. 현대제철의 3고로가 가동되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간의 합병설이 다시 부상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최근 현대제철이 3고로 가동에 들어가면서 양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안정적인 열연강판 수급이 가능해졌다. 때마침 현대제철은 자동차용 강판 생산 확대를 선언했다. 양사의 합병이 가시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현대차그룹의 철강업은 이원화 돼있다. 현대제철은 상공정(쇳물 생산)을, 현대하이스코는 하공정(제품 생산)을 담당한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자동차 강판이 필요했다. 고로가 갖춰져 있지 않았던 현대제철 역량으로는 자동차 강판을 공급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현대하이스코는 일본 JFE 등에서 열연강판을 구매해 자동차 강판을 생산·공급했다. 재무적으로도 현대제철은 고로 건설 등으로 단기간에 대규모 자금이 투입돼야 했다. 따라서 하공정을 담당할 현대하이스코를 독자적으로 성장시켰다. 현대하이스코는 현대제철의 고로 생산력이 안정될 때까지 시간을 벌어준 셈이다. 


그러나 최근 현대제철 3고로 가동으로 현대제철은 대규모 투자가 끝났다. 따라서 굳이 이원화할 필요가 없다. 포스코처럼 쇳물에서 자동차 강판까지 일관 공정을 갖추는 것이 비용이나 시너지 측면에서 더 유리하다. 현재 현대제철 당진 제철소에는 현대제철의 열연설비와 현대하이스코의 냉연설비가 함께 있다.

◇ 합병시 재무구조 안정

재무적인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올해 현대제철의 총차입금은 11조원 가량이다. 이에 따른 순이자 비용은 30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대규모 투자가 일단락된 상황이어서 내년부터 차입금 상환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신규 투자 계획 등을 감안할 때 순이자 비용을 제외한 원금 상환은 연 5000억원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것이 시장의 예상이다.


▲ 자료: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


결국 현대제철에게는 향후 금융 비용 지출 부담이라는 숙제가 남겨진 셈이다. 현대제철이 향후 부담해야 할 금융비용은 신규 투자 여력을 제한한다. 또 투자비 회수 시점을 지연시키는 요인이 된다.


반면, 현대하이스코의 경우는 정반대다. 올해 당진 2냉연공장 증설을 마지막으로 대규모 투자 계획이 없다. 또 증설효과와 안정적인 마진을 바탕으로 내년도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가 7700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아울러 오는 2015년이면 순현금 상태로 전환된다. 따라서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합병이 성공한다면 현대하이스코의 현금 여력을 현대제철 재무 구조 개선에 투입, 합병기업의 금융비용을 축소할 수 있다.

◇ 시장, 합병에 '긍정적'..현대제철 "글쎄…"

시장에서는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합병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방민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는 합병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하지만 두 기업의 관계와 비즈니스 모델, 기대 효과 등을 감안할 때 시점의 문제일뿐 합병 가능성은 높다"고 밝혔다.

전승훈 KDB대우증권 연구원도 "고로 3기 가동 후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간 합병은 불가피할 것"이라면서 "합병할 경우 재무구조 개선, 톤당 EBITDA의 상승, 균형 잡힌 매출 구조 등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합병을 위해서는 당면한 문제가 많아서다. 무엇보다도 합병이후 지배구조가 가장 큰 문제다.
 
▲ 자료: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

현대차는 현대하이스코 최대주주다. 따라서 합병시 현대제철 지분을 10% 가량 보유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기존의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 순환출자 구조 이외에 '현대모비스-현대차-현대제철'의 신규 순환출자 구조가 생기게 된다.

현재 국회에서 신규 순환출자 금지 법안이 논의 중이다. 따라서 합병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 시장에서는 순환출자 해소 방법으로 합병 후 정몽구 회장의 현대제철 보유지분과 현대제철 보유 모비스 지분간 주식 교환을 제시했다. 또 현대제철이 보유 중인 현대모비스 지분 매각도 방법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합병건에 관해서는 예전부터 이야기가 있어왔지만 현재로서는 결정된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합병에 대해서는 현대차그룹 내에서도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합병의 당위나 합병 후 시너지 등을 고려할 때 합병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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