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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노믹스&피플]저격수 장하성 '경제개혁 사령탑'

  • 2017.05.24(수) 06:07

20여년간 재벌 비판한 교수, 청와대 정책실장 맡아
"두들겨 패는 개혁은 없다"…관계·재계와 호흡 주목

"한국 사회는 재벌의 총체적 지배에 '분노하지 않는 노예 상태'가 됐는지도 모른다. 정치권력은 유한해도 재벌의 경제권력은 영원한 것이 돼버렸다."

지난 21일 청와대 정책실장에 임명된 장하성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64)는 2015년 펴낸 저서 '왜 분노해야 하는가'에서 이같이 말했다. 학계와 시민사회에서 국내 재벌기업을 강도 높게 비판한 그는 '저격수'로 통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를 재벌과 대기업 위주 경제를 서민과 중소기업 중심으로 바꿀 적임자로 꼽으면서 청와대 정책 사령탑을 맡겼다. 장 실장의 첫 공직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 속에서 그는 '점진적 개혁'을 표방하면서 첫 발을 뗐다.


◇ '독립운동가+장관 집안' DNA


장 실장은 뼈대 있는 가문 출신이다. 그의 집안은 고위 관료와 학자를 여럿 배출한 전남 광주 명문가다. 장 실장의 삼촌은 장재식 전 산업자원부장관이며, 누나인 장하진씨도 여성가족부 장관을 역임했다. 아버지 장충식씨는 전라남도 도의원이었다. 저서 '사다리 걷어차기'로 유명한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교 교수는 그의 사촌동생이다.

장 실장의 할아버지 세대는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을 했다. 뒤를 이은 아버지 세대는 정, 재계 지도자로 활약했다. 장 실장이 재벌 개혁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 것도 근현대사에서 굵직한 역할을 한 집안의 영향이다.

장 실장은 경기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나와 1990년 모교의 교수가 된 이후 다양한 사회활동에 참여했다. 금융개혁위원회 자문위원,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장, 한국재무학회장으로 일했으며,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내일 소장을 역임했다.

◇ '근성 갖춘' 실천적 지식인


장 실장은 삼성과의 질긴 인연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1998년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참여연대를 대표해 삼성자동차 밀어주기를 무려 13시간 동안 비판했다. 2004년 주총에서도 이건희 회장의 불법 대선자금 지원을 지적해 몸싸움을 벌였으며, 2008년엔 비자금 특검 공판에 증인으로 나갔다. 20여년간 재벌에 지배구조와 경영 개선을 요구할 정도로 집요한 근성을 갖췄다는 평가다.

이론과 행동을 겸비한 실천적 지식인이기도 하다. 장 실장은 1998년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장을 맡으면서 국내 최초로 소액주주 권리 찾기 운동을 전개했다. 이 운동은 소액주주들을 모아 주주총회에서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면서 시장에 파란을 일으켰다.

소액주주 운동의 연장선상으로 2006년 '장하성 펀드'를 만들어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펀드는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지닌 기업의 주식을 사들여 개선을 요구하고,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방식이었다. 수익률이 낮아 금새 수그러들었지만 장 실장의 실천력을 보여주는 일화로 전해진다.

◇ 대기업·제도권과 관계 정립 주목

문재인 대통령은 진작에 그를 영입하려 했으나 번번이 엇갈렸다. 장 실장은 2012년 대선 때 문 대통령의 러브콜을 받았으나 반대 진영인 안철수 후보 캠프 국민정책본부장으로 갔다. 지난해엔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에 추천됐으나 고사했다. 문 대통령의 '삼고초려' 끝에 지난 21일 정책실장을 맡기로 했다.

그만큼 장 실장에게 실리는 기대도 크다. 문 대통령은 그를 임명하면서 "
한국 사회의 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지속적으로 연구한 석학이자 실천 운동가로, 경제 민주화와 소득 주도 성장, 국민 성장을 함께 추진할 최고의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그의 공직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라서 우려도 실린다. 제도권으로 들어온 이후에도 무리하게 개혁을 밀어붙이면 재계의 반발만 산 채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장 실장은 우려를 의식한 듯 지난 21일 "재벌 개혁에 '두들겨 팬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재벌을 개혁하는 동시에 빈 자리를 메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발전에 힘쓰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양극화를 어떻게 슬기롭게 해소하고 새로운 경제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낼지, 장하성 교수에 대한 관심이 어느때보다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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