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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올인'하는 대통령…'뒷목'잡는 대기업

  • 2017.05.25(목) 17:26

상황판 설치부터 추경·고용부담금 등 총력전
재계 "비정규직 해법, 획일적으로 접근 곤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일자리로 시작해 일자리로 완성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24일 일자리 상황판 시연 中)

대통령 취임 '1호 지시'로 일자리위원회를 만들고, 첫 방문지로 인천공항을 찾아 비정규직 1만명의 정규직 전환을 끌어낸 문재인 대통령이 일자리 늘리기 속도전에 돌입했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 상황판이 관료들의 땜질식 전시행정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성과와 실적이 중요하다"고 했다. 특히 "대기업들의 일자리 동향을 파악하라"며 공공부문은 물론이고 민간기업 현황까지 직접 점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경제성장의 과실이 몇몇 대기업에만 몰리며 고용없는 성장이 이뤄지는 것에 대한 문재인식 해법이다.

 

◇ 文, 상황판 체크하고 돈도 풀고

24일 청와대 여민관 대통령 집무실에 설치된 일자리 상황판에는 통계청과 고용노동부, 한국은행 등이 집계하는 현재의 경제상황과 고용시장 상황 등 18개 지표가 표출된다. "일자리의 양은 늘리고, 격차는 줄이고, 질을 높인다"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방향을 몇가지 숫자와 표로 압축한 것이다.

특히 ▲임금격차 ▲임금상승률 ▲저임금 근로자 ▲비정규직 ▲사회보험 가입률 ▲근로시간 등의 지표를 통해 단순히 양에 그치지 않고 일자리의 질적 측면을 함께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정부도 10조원 규모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내달 임시국회 통과를 추진하기로 했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기획재정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고용없는 성장구조가 고착화한 우리 경제 체질을 바꾸는 것이 3년 안에 된다면 굉장히 성공적으로 생각하지만 그때까지 정부가 수수방관하고 기다릴 순 없다"고 말했다.

◇ 비정규직 안줄이면 '부담금' 매겨

비정규직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대기업에는 고용부담금을 물리는 방안도 추진된다. 현재 33%(645만명)인 국내 비정규직 비율을 OECD 평균수준인 11%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겸 대통령 정책특보는 25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실태조사를 통해 과도하게 비정규직을 많이 사용하는 기업에는 부담금이나 새로운 부담을 주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밝혔다.

고용부담금이란 대기업이 비정규직 사용비율에 따른 부담금을 내면 정부가 이를 정규직 전환 기금이나 비정규직의 교육훈련, 사회보험료 지원 등으로 활용하는 제도다.

지난해 12월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제출한 '비정규직 사용 부담금제 연구' 보고서를 보면 비정규직 비율이 11%가 넘는 300인 이상 사업체에 연간 7000만~1억원의 고용부담금을 물리면 약 5000억원의 기금을 마련할 수 있다.

 

◇ 기업들 "취지는 좋은데 현실이…"

기업들은 일자리 창출의 취지에 동감하면서도 경영의 자율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냈다.

재계 관계자는 "다른데도 아니고 대통령 집무실에 어느 기업이 몇명, 어디가 몇명 식으로 늘 떠있으면 그 기업으로선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며 "기업도 자체적으로 경영목표와 계획이 있는데 이런 식의 접근이 경제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특히 업종별 특징을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인 잣대로 일자리의 양과 질을 관리할 때의 부작용을 걱정하는 시각이 많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규직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겠지만 성과에 따라 받는 인센티브 때문에 스스로 비정규직을 택하는 사람들도 많다"며 "일괄적인 정규직 전환을 모두 달가워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도 "프로젝트별로 계약직을 채용하는 상황에서 일감이 없는데도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는 건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 비정규직 범위 따라 비용도 천차만별 

비정규직의 개념도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기업들은 자사 소속의 기간제 근로자나 단시간 근무자를 비정규직으로 보지만 노동계는 협력사 소속 직원들까지 비정규직으로 본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이 이날 경총 포럼에서 "간호조무사, 집배원, 학교급식 보조원 등은 비정규직이 아닌 엄연한 협력업체의 정규직"이라며 "논란의 본질은 정규직·비정규직 문제가 아니라 기업간 임금 격차 문제"라고 한 것도 재계의 시각을 대변한다.

기업 입장에선 비정규직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규정하느냐에 따라 비용이 고무줄처럼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 공시정보를 보면 지난해 3월말 현재 현대차가 직접 고용한 비정규직은 3324명으로 전체 인원의 4.9%에 그치지만 협력사 직원 등 간접 고용인원 약 1만명을 포함하면 비정규직 비율이 13.2%로 올라간다. 택배업체인 CJ대한통운도 소속 직원 5378명 가운데 비정규직은 300명이 안되지만, 협력사까지 범위를 확대하면 비정규직이 1만명으로 늘어난다. 

중공업업계 관계자는 "똑같은 바퀴를 만드는데 한쪽 라인은 대기업 소속 직원이, 다른 쪽 라인은 협력사 소속이 만든다면 이건 사실 문제가 되지만, 공정 자체를 외주화한 부분까지 비정규직으로 보는 건 무리가 있다"며 "일자리 창출의 취지는 좋지만 서두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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