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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4주년]①-4 명예의 전당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

  • 2017.05.26(금) 13:23

사회적책임, 길을 묻다…100년 기업을 위하여
전세계 58개 부문 2500개 기업 조사…상위 10%만 편입
우량기업이 다수 포진, 1년 수익률 18.73% 기록하기도

2013년 미국 샌디에고. 비영리환경단체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는 환경 당국의 디젤 엔진 자동차 규제가 정말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는 실험에 착수했다.

실험대상이 된 자동차는 BMW의 'X5'와 폭스바겐의 '제타'와 '파사트'. 이미 규제 당국의 엄격한 검열을 마친 이 자동차들이 뿜어내는 유해 가스량은 기준치 아래여야 했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샌디에고에서 시애틀까지 약 2000km를 달리는 동안 폭스바겐 '제타'가 적정치보다 많게는 30배, 적게는 15배에 달하는 유해 가스를 마구 뿜어낸 것.

'꼼수'였다. 폭스바겐이 엔진이 가동돼 속도를 내는 동안 핸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일시적으로 저감 장치를 가동케하는 불법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놓은 것이다. 미국 규제당국이 차를 롤러 위에 세워 놓고 유해 물질 배출량을 측정한 것을 악용한 것으로, 실제 도로 주행에 나서면 사전에 측정한 연비와 유해 가스 배출량은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 DJSI, 매년 제대로 된 기업들 꼼꼼히 평가

미국 환경보호청이 ICCT의 제보를 접수해 폭스바겐에 대규모 리콜 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하고 열흘이 지난 9월29일. 미국의 스탠더드앤푸어스(S&P) 다우존스 인디시스는 10월6일 부로 폭스바겐을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에서 제명한다고 발표했다. 

DJSI는 기업을 종합 분석해 지속가능성을 대변하는 지수로 일종의 '보증수표'다. 전세계 58개 산업 부문 2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실시, 상위 10% 가량의 기업들을 이 지수에 편입시킨다.

조사 항목은 여간 깐깐한게 아니다. 한 기업을 경제·사회·산업 측면으로 나눠 검사한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지배구조와 리스크관리, 윤리강령을 평가한다. 사회적 측면 평가대상에는 기업의 인적자원 개발과 기업의 시민의식 등을 수치화해 점수를 매긴다.

여기에 산업 현장에서 어떤 기술적 우위를 갖고 있는지,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지도 고려된다. 한마디로 기업의 일거수 일투족을 모두 파헤쳐 평가하는 것이다.


리토 슈바거 로베코샘 CEO(최고경영자)는 "DJSI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기 리스크 관리나 재무상황, 사회공헌과 같은 활동 평가를 매년 반영한다"며 "여기에 이름을 올린 기업들은 이 검증을 통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우존스는 폭스바겐이 이 사태에 대한 정보를 주주들과 언론에 적절하게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을 DJSI 제명의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는 해석이다. 다우존스는 폭스바겐의 제명을 발표하는 성명서에서 "폭스바겐은 더 이상 자동차 업계의 리더가 아니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 지속가능 경영능력 증명하는 '명예의 전당'


폭스바겐은 1999년부터 2004년, 2007년부터 2015년까지 13년간 DJSI리스트에 이름을 올려왔다. '혁신'과 '투명 경영' 면에서 우수하다는 이유로 100점 만점에 91점을 받아 배출가스 사건이 불거지기 전 일시적으로 2015년 DJSI에 선정되기도 했다. 마틴 빈터콘 CEO(최고경영자)는 "폭스바겐 구성원들이 만든 훌륭한 성공"이라고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3주도 지나지 않아 상황은 180도 급변해 제명이 된 것이다. 사실 예년과 달리 DJSI에 이름을 못 올리게 된 것은 비단 폭스바겐 뿐이 아니다. 대규모 분식회계 사건에 휘말린 일본 도시바는 2015년 DJSI에서 일찍이 탈락했다. 


여기서 보듯 DJSI리스트에서 제명되거나 탈락했다는 것은 기업이 이전과 같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중에는 기업 활동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


이러한 영향 때문인지 한 주당 150달러를 웃돌던 폭스바겐 주가는 사건 발생 뒤 92달러대로 급전직하해 한동안 95~96달러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S&P 다우존스 인덱스 데이빗 블리처 위원장은 "지속가능경영 활동이 기업 재무적 성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투자자들은 잘 알고 있다"며 "대규모 자산 투자자들은 안정적 수익 창출을 위해 지속가능한 기업을 찾는다"고 말했다.



이를 바꿔말하면 DJSI에 이름을 올린 기업들은 매력적인 투자처가 된다는 의미다. 기업들의 안정적인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3월 말 기준 DJSI 지수의 1년 수익률은 18.73%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이 지수에 포함된 기업은 202개. 여기에는 SK텔레콤, 포스코를 비롯해 삼성증권·현대모비스·케이티·S-Oil 등과 같은 우리나라 우량 기업 21개도 포진해 있다.


한국생산성본부 지속가능경영센터 김동수 센터장은 "국민연금공단과 같은 기관투자자들이 이 지수를 참고해 투자 활동에 나서기도 한다"면서 "아직은 우리나라에서 사회책임투자와 같은 개념이 부족한 면이 없지 않지만 이 지수가 갖는 영향력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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