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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걸어서 30초…현대몰·NC백화점 공생할까

  • 2017.05.26(금) 13:32

가든파이브점, 걸어서 30초 거리에서 경쟁
상권 키워 공생? 출혈경쟁 공멸?

현대백화점과 이랜드는 가든파이브에서 공생할 수 있을까?

지난 25일 현대백화점이 공개한 '현대시티몰 가든파이브점'을 둘러본 뒤 떠오른 질문이었다. 현대시티몰은 2010년 이랜드 NC백화점 이후 8년만에 가든파이브에 들어서는 대형 쇼핑몰이다. 현대시티몰과 NC백화점은 가든파이브 광장을 가운데 두고 나란히 위치해 있다. 빠른 걸음이면 30초면 갈 수 있는 거리다.

거리만 가까운 것은 아니다. NC백화점은 명칭만 백화점이지 아울렛이다. 현대시티몰은 주변 중소상인과의 상생 문제로 명칭에서 아울렛을 뺐지만 매장의 절반은 아울렛으로 운영된다. 이월상품을 싸게 파는 아울렛 매장이 둘이 된 것이다. 브랜드가 중복될 수밖에 없다. 박동운 현대백화점 사장은 "NC백화점과 20% 정도 브랜드가 겹친다"고 말했다. 여기에 가든파이브에서 1km가량 떨어진 곳에 '문정동 로데오' 아울렛 거리가 있다.

 

▲ 가든파이브 NC백화점(왼쪽) 바로 옆에 현대시티몰(오른쪽)이 문을 열었다.[사진 = 안준형 기자]

현대백화점은 '옆집'을 신경 쓰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NC백화점은 관계없이 현대만의 콘셉트로 매장 콘셉트를 잡았다"며 "NC백화점과 차별화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신발 SPA 브랜드 슈펜과 외식매장 등 이랜드 독자 브랜드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유통업계가 포화되면서 경쟁사들의 불편한 '동거'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부산 센텀시티에는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이 10m 거리를 두고 마주 보고 있다. 롯데마트는 2015년 홈플러스 마산점 코앞에 롯데마트 양덕점을 오픈했다. 포화된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적진'에 침투하고 있는 셈이다. 박 사장은 "국내 유통업이 일본처럼 침체기"라며 "경쟁보다는 생존이 더 고민"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가든파이브 아울렛 경쟁에서 두곳 중 한곳은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악의 경우는 출혈경쟁으로 두 곳 모두 밑지는 장사를 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공생의 길이 없는건 아니다. 현대시티몰과 NC백화점, 문정동 로데오가 송파구 문정동에 커다란 아울렛 상권을 만드는 방안이다. 최근 가든파이브 인근에 위례신도시가 생기면서 공생 가능성은 더 커졌다.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은 규모가 4배 더 큰 신세계 센텀시티점에 맞서 생존법을 찾아냈다.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 관계자는 "새로운 고객을 만들기보다는 단골에 집중하는 '동네장사'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여기에 부산지역 4곳의 롯데백화점과 함께 공동프로모션을 펼치며 신세계에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 양덕점과 홈플러스 마산점은 길 건너 마산야구장에 관객들이 몰리면서 프로야구 특수를 동시에 누리고 있다. 야구시합 전 피자나 맥주를 사기 위해 고객이 몰리면서 두 매장은 모두 북적거린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와 롯데가 명동에 명품관을 오픈하면서 출혈경쟁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지금은 두 명품관 덕에 명동상권이 고급스러워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너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경쟁의 시대에서 상권이 활성화되면 모두 살아 날 수 있는 시대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출혈경쟁이 아닌 상권을 키우는 공생의 전략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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