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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국산맥주업체의 반격…누가 웃을까

  • 2017.05.26(금) 16:30

수입맥주-수제맥주 밀려 제자리 걸음
발포주·폭탄주용·수제맥주 등 앞세워 맞대응

한동안 잠잠했던 국내 맥주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수입맥주에 밀려 고전하던 국내맥주 업체들이 반격에 나섰기 때문이다. 잇따라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수성(守城)에 나서고 있다. 국내맥주사들의 이같은 움직임이 수입맥주로 향하던 흐름을 되돌리는 성과를 낼 것인지 찻잔속의 태풍으로 끝날지 주목받고 있다.

 

◇ 수입맥주, 가파른 우상향 그래프

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맥주시장 규모는 2조8100억원 가량으로 파악되고 있다. 전년대비 5.44% 증가한 수치다. 완만하지만 꾸준한 성장세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희비가 엇갈린다. 국산맥주 그래프는 횡보상태다. 반면 수입맥주는 2014년을 기점으로 그래프가 오른쪽으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2013년 3000억원 규모였던 수입맥주 시장은 지난해 6200억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최근 몇년간 맥주시장 성장은 사실상 수입맥주 성장이었던 셈이다.

▲ 단위:억원.

수입맥주 시장이 급성장한데에는 소비트렌드 변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 맥주업체들이 생산하던 라거 맥주에만 길들여졌던 소비자들은 다양한 맛을 갖춘 수입맥주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수입맥주들은 이를 기회로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을 중심으로 대규모 프로모션에 돌입했다. 다양한 맛에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면서 수입맥주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것이다.

수입맥주의 습격에 놀란 국산맥주 업체들도 반격에 나섰다. 다양한 종류의 신제품들을 출시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시도했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국산 맥주=단조로운 맛'이라는 인식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또 다른 경쟁자 '수제 맥주'

대형 국산맥주 업체들에게 부담스런 시장변화는 또 있다. 수제맥주다. 몇년전까지 수제맥주는 국내시장에서 각광 받지 못했다. '하우스맥주'는 외부로 유통이 금지돼 있었던 탓이다. 하지만 2014년 맥주 양조유통에 관한 주세법이 개정되면서 그동안 금지됐던 하우스맥주의 외부 유통이 허용됐다. 

수제맥주도 소비자들의 다양한 취향을 공략하면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최근에는 집에서 직접 맥주를 제조해 마시는 소비자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 최근 국내 맥주시장의 핫 아이템은 '수제맥주'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다양한 맛의 맥주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국내 맥주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수제맥주 시장이 200억원 규모로 최근 3년간 연 평균 100%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10년 뒤에는 2조원 규모까지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수제맥주는 편의점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CU는 더부스의 ‘대동강 페일에일’, ‘국민 IPA’를 비롯 지역 맥주인 '강서맥주'와 '달서맥주'를 판매하고 있다. GS25는 글로벌 수제맥주브랜드인 '구스아일랜드'의 맥주 3종을 선보였다. 세븐일레븐도 조만간 국내 수제맥주 업체인 플래티넘크래프트맥주와 손잡고 에일 수제맥주 2종을 판매키로 했다.

◇ 또 다시 반격 나선 대형 국산맥주 업체들

수입맥주에 이어 수제맥주까지 시장을 넓히자 수세에 몰린 대형 국산맥주업체들은 또 다시 반격에 나섰다. 여전히 시장점유율은 절대적이지만 지금과 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

대형 국산맥주 업체들은 각종 신제품을 출시, 소비자 잡기에 나섰다. 하이트진로는 국내 첫 발포주인 '필라이트'를 선보였다. 필라이트의 핵심은 가격 대비 성능이다. '필라이트'는 맥주의 주원료인 맥아·보리의 비율이 보통 맥주의 3분의 2 수준이다. 따라서 기타주류로 분류돼 일반 맥주에 비해 붙는 세율이 낮다.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비결이다.

▲ (왼쪽부터)하이트진로 '필라이트', 롯데주류 '피츠', 오비맥주 '구스 아일랜드'에서 만날 수 있는 수제맥주들.

하이트진로는 현재 오비맥주와 국내 맥주시장에서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점유율면에서는 한참 뒤쳐진다. 이를 가성비를 앞세운 발포주인 '필라이트'로 뚫겠다는 계산이다. 일단 초기 반응은 좋다. '필라이트'는 출시 16일만에 초기 출고물량 6만상자가 완판됐다. 현재 추가로 긴급 생산에 돌입했다.

롯데주류는 신제품 '피츠'를 선보였다.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일명 '폭탄주'용 맥주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맥주의 상당량이 소비자들이 폭탄주 제조에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깔끔한 맛을 강조했다. 롯데주류는 '클라우드' 출시로 한동안 맥주시장 3강 구도를 그렸지만 최근 클라우드의 판매량이 부진해지자 '피츠' 카드를 빼들었다. 다시 국내 맥주 시장을 3강 구도로 가져가겠다는 생각이다.

오비맥주의 경우 신제품은 없다. 하지만 경쟁사들과는 조금 다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오비맥주는 최근 핫 트렌드인 수제맥주에 주목했다. 미국 수제맥주 브랜드인 '구스아일랜드' 전문 펍을 열고 수제맥주시장 공략에 나섰다. 일반 맥주는 점유율 1위인 '카스'로, 수입맥주시장은 수제맥주로 대응하는 '투 트랙'전략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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