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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성 정책실장이 보는 '은행 정규직'

  • 2017.05.27(토) 13:37

"규제로 돈 벌면서 정규직 임금은 대기업의 2배" 쓴소리
몸 낮춘 은행권…노동시간 조정 통해 일자리 창출 전망도

"비정규직이라는 단어가 1990년대에는 없었습니다. 정규직, 비정규직이라는 말은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만 씁니다."

장하성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 JTBC 예능 프로그램 '차이나는 클래스'에서 이 같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 문제를 제기했다. '재계 저격수'로 통하는 장 실장은 노동 문제를 꺼낼 때마다 은행 정규직 비판을 빠뜨리지 않는다. 

그는 저서와 강연에서 은행들을 구체적으로 찍어 정규직의 고임금, 높은 비정규직 비율 등을 지적했다. 새로운 경제 사령탑 임명으로 은행들이 부랴부랴 관련 대책을 내놓는 가운데 금융권의 노동 구조가 바뀔 지 주목된다.

▲ 사진: JTBC 유튜브 영상 캡처

◇ 국민銀 고임금·기업銀 비정규직 지적

장 실장은 국민은행을 콕 찍어 정규직의 고임금을 비판했다. 그는 지난 2015년 발간한 저서 '왜 분노하지 않는가'에서 "대기업의 상대임금은 국민은행의 절반인 55.5% 수준이며, 중소기업은 34.6% 수준"이라고 말했다.

뒤이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014년까지 국민은행의 누적 임금 상승률은 누적 경제 성장률(20.9%)보다 높은 35%고, 다른 은행도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임금 상승을 누렸다"면서 "같은 기간 대기업은 6.8%, 중소기업은 4.6% 증가하는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기업은행을 예로 들어 비정규직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장 실장은 지난 4월 아주대학교에서 강연하면서 "기업은행은 비정규직 비중이 32%로 은행들 중 가장 높고, 여성 직원의 비정규직 비율도 51%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보고서를 보고 추정해 보니 정규직 평균 임금은 연 9600만원이었다"면서 "광고에서 '기업은행에 예금하면 기업이 산다'고 하는데 결국 정규직 직원이 살았다"고 꼬집었다.

은행의 처우를 유독 문제 삼는 것은 정부 규제 하에 독과점적인 수익을 누리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은행은 정부를 통해 예금 원금 보장을 지원받고, 예대마진으로 돈을 번다. 생산활동 아닌 규제 덕에 돈을 벌면서 일부 정규직 직원이 과도한 특권을 누리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장 실장의 입장이다. 

다만 금융권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경우 직원의 고령화로 인해 과거에 일시적으로 임금이 높아졌으며, 현재는 경쟁 은행보다 낮다. 기업은행 또한 30%에 달하는 무기계약직의 처우가 정규직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 사진: 네이버 책 캡처

◇ 눈치 보는 은행들…노동계는 환영


장 실장을 비롯한 경제 사령탑들이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하면서 은행권에서도 대응에 들어갔다. 농협은 은행을 비롯한 전 계열사의 비정규직 직원 5200명을 정규직화하기로 했다. 기업은행은 무기계약직 직원 3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었다. 씨티은행도 사무와 창구 전담 직원 300명을 정규직으로 일괄 전환한다.

저금리 기조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가운데 예산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정부 눈치 보기 식으로 추진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기업과 농협은행 등 정부 입김이 센 은행들이 정규직 전환 작업에 앞장서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자리위원회에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실제 작업에 들어갈 것이며, 아직까진 내부 논의만 하는 수준일 것"이라면서 "무리하게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면 신규 채용을 줄이거나 기존 직원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에서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관계자는 "은행 정규직 임금에서 시간외수당, 연월차수당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노동시간을 줄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할 수 있다"면서 "연간 당기순이익 2조원을 내는 대형은행의 경우 500억원가량을 들이면 가능하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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