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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순환출자 쟁점…법리 vs 특혜 충돌

  • 2017.05.27(토) 16:36

[삼성 이재용 재판]③
특검, 삼성 청탁·청와대의 공정위 압력 의혹에 초점
당시 부위원장 “법 해석상 문제”…청탁과 무관 주장

2015년 5월, 옛 제일모직은 옛 삼성물산의 흡수 합병을 추진했다. 7월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승인이 떨어졌다. 9월에는 일련의 합병 절차가 모두 마무리되고 간판도 현 삼성물산으로 바꿔 달았다. 합병을 계기로 삼성을 지탱하던 계열 순환출자 고리는 9개에서 7개로 축소됐다.

합병이 있기 1년 2개월 전(前)인 2014년 7월, 신규 순환출자 금지 제도가 도입됐다. 자산 10조원 이상의 대기업은 새롭게 순환출자를 형성해서는 안되고, 사업구조 개편의 일환인 합병의 경우는 6개월 내로 새로 생성되거나 강화된 순환출자를 해소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삼성물산 합병은 이 제도가 적용된 첫 케이스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재판의 핵심 쟁정 중 하나가 바로 삼성물산 합병 순환출자 해소 특혜 의혹이다. 합병 이후 강화된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해 삼성이 처분해야 할 삼성물산 주식이 당초 1000만주에서 500만주로 줄어든 것이 삼성의 청탁과 청와대의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압력에 의한 것이었냐는 것이다.

 


공정위가 삼성물산 합병후 3개월 여 뒤인 2015년 12월 24일 마련한 법 집행 지침(가이드라인)에 따라 순환출자가 강화된 것으로 최종 결론 내린 것은 7개 중 3개. 이어 삼성에 대해 유예기간(6개월)인 2016년 3월 1일까지 강화된 출자 지분에 대한 처분 명령을 내렸다.

삼성 순환출자의 한 축을 담당하는 삼성SDI는 합병 전 옛 제일모직 500만주(이하 보통주 기준 지분 3.7%)와 옛 삼성물산 1154만7819주(7.4%)를 소유했다. 합병비율(1대 0.35)에 따라 옛 삼성물산 주식은 신주(404만2758주)로 전환, 삼성SDI는 합병후에는 통합 삼성물산 주식 904만2758주(4.8%)를 보유했다. 

이것이 공정위가 강화된 것으로 최종 결론 내린 순환출자 고리다. 즉, 삼성SDI→삼성물산 출자 지분(합병 전 3.7%→합병후 4.8%)으로 처분 대상 주식은 기존 500만주와 신주 404만2758주 중 더 많은 쪽인 500만주다.

삼성SDI는 공정위 명령에 따라 2016년 2월 블록딜을 통해 500만주를 7650억원(주당 15만3000원)에 이 부회장(130만5000주·1997억원)을 비롯한 삼성생명공익재단,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에게 모두 매각, 강화된 순환출자를 해소했다. 

특혜 의혹은 2015년 12월 삼성 순환출자에 대한 최종 결론이 나기 두 달 전인 10월 14일, 공정위 내부에서 정한 방침은 삼성이 처분해야 할 주식이 1000만주였다는 데서 출발한다. 이 사안은 담당 과·국장, 사무처장, 부위원장을 거쳐 위원장 결재까지 마친 상태였다.

합병 전 제일모직의 계열 주주사는 삼성SDI 외에 삼성전기도 있었다. 소유주식은 500만주(3.7%)다. 삼성물산 지분은 없었다. 합병 후 이 주식은 통합 삼성물산 500만주(2.6%)가 됐다. 공정위는 당초 7개 순환출자 중 삼성SDI→삼성물산도 출자가 강화된 것으로 보고 삼성SDI의 500만주 외에 삼성전기의 500만주도 처분 대상으로 봤다.

특검은 처분해야 할 주식이 줄어든 것은 삼성의 로비와 청와대의 공정위에 대한 압력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판단할 만한 정황 증거도 있다. 공정위가 최종 결론을 내리기 전 당시 부위원장이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팀장과 만났고, 이후 실무진에 재검토 지시가 있었다.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과 통화도 있었다.

반면 2014년 7월 신규 순환출자 금지 제도가 시행됐지만 삼성물산 합병 이전에는 적용된 사례가 없었다. 대기업 지배구조의 핵심 계열사 지분이 이동하는 탓에 시장 파급력이 크고, 법 시행후 처음 적용되는 중대 사안이었던 탓에 당연히 출자 고리에 법 해석의 차이가 있을 개연성이 있다. 이를 말해주듯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던 사안이다. 

 


이렇듯 서로 다른 시각에서 보면 삼성 순환출자 해소 특혜 의혹은 180도 다른 양상을 띠게 된다. 지난 24~26일 진행된 이 부회장에 대한 17~19차 공판에서는 이런 상반된 입장이 첨예하게 맞붙었다. 삼성의 로비에 의한 것이었느냐 법 해석상의 문제였느냐 하는 게 공방의 초점이 됐다.

당시 공정위 부위원장을 비롯해 담당 국장과 사무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특히 26일 증인으로 출석한 당시 부위원장은 특검이 특혜 의혹을 입증하기 위한 핵심 증인이었다. 이날 재판은 오후 2시부터 다음날(27일) 새벽 1시까지 진행됐을 정도로 치열한 법리 다툼을 벌였다.

앞서 17·18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공정위 관계자들은 “총 1000만주를 처분하는 방안으로 최종 결정을 내렸지만 당시 부위원장이 삼성 미전실 전략팀장을 만난 뒤 처분주식수를 재검토하라고 지시하고 안건을 전원회의에 올리도록 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특검은 부위원장과 삼성측 인사의 만남과 청와대 비서관과 통화 등 정황 증거를 배경으로 이 같은 재검토 지시 배경에 청와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부위원장은 “결제후 해석상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실무진에)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법 해석 상의 문제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후 전원회의에 올리기로 위원장에게 보고해 결정된 정당한 내부 의사결정이라며 의혹과는 선를 그었다.

 

만남과 통화에 대해서도 최종 결정을 위한 의견을 듣는 과정이었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증언을 바탕으로 변호인단도 “김 전 부위원장의 어떤 증언에 의해서도 삼성 측이 청와대에 부정한 청탁을 한 사실이 전혀 입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삼성측은 순환출자 해소 특혜 의혹이 불거진 이후 지속적으로 청탁을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주장해 왔다. 그 근거 중 하나로 삼성전기의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를 팔더라도 지배력에는 별 영향이 없었다는 점을 꼽고 있다. 합병 후 삼성물산에 대한 최대주주 이 부회장(16.5%)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40.3%에 달했고, 우호지분 KCC 9.0%를 포함하면 50%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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