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의원이요?"
문재인 정부가 국토교통부 수장 자리에 김현미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고양정)을 내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30일 오전 세종정부청사 6동이 술렁거렸다. 국토부 장관을 두고 나온 여러 하마평에도 좀체로 거론되지 않았던 인물이어서다.
'김현미'라는 이름은 이날 오전부터 주요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까지 차지했다. 청와대는 김 의원을 포함해 총 4명을 입각 후보자로 지명했지만 그에 대한 관심이 단연 두드러졌다. 그만큼 파격적인 인선이라는 평가다. 국토(건설)·교통 관련 부처 장관에 여성이 지명된 것은 대한민국 건국 이래 처음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1987년 고(故) 김대중 대통령이 이끈 평화민주당에서 홍보를 담당하는 여성 당직자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새정치국민회의와 새천년민주당 부대변인을 거쳐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지냈다. 문재인 대통령의 당 대표 시절 초대 비서실장을 역임하고 대선 선대위에서는 미디어본부장을 맡았다. 그만큼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긴밀히 공유하고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국회에는 2004년에 17대 총선으로 입문해 정무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운영위원회 등에서 의정 활동을 했다. 19대 국회에서는 내내 기획재정위원회에 몸담으며 야당 간사를 맡았고 20대 국회에서는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예결위원장을 맡았다.
하지만 국토교통 관련 정책을 다루는 국토교통위 활동은 경험이 없다. 이 때문에 전문성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다만 예결위 활동을 통해 경제분야 내공을 쌓았고, 당 내에서 주거복지특위, 가계부채특위 등의 활동을 한 것이 이런 지적을 보완하는 부분이다.
국토부와 관련한 국회에서의 이력으로는 작년 8월 3가구 이상 주택 소유자의 임대 사업자 등록을 의무화 하면서 대신 세제 혜택을 주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공동발의한 것이 있다. 또 기재위 시절인 2013년 4대강 설계변경에 대한 문제점을 국회에서 제기한 바 있다. 당내에서는 계약갱신청구권 및 전월세 상한제 도입 등을 함께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후보자가 업무 전문성면에는 약점을 보일 수 있지만 실무 장관으로서 청와대나 국회와 업무를 조율하는 역할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에 주택·부동산 분야 전문성을 지닌 김수현 사회수석이 자리잡고 있어서다.
| ▲ 30일 오전 세종 정부종합청사에서 국토교통부 관계자가 김현미 국토부 장관 후보자 내정 소식이 전해지는 TV 화면을 보고 있다./윤도진 기자 spoon504@ |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김 후보자에 대해 "2017년도 예산안이 원만하게 통과되는데 발군의 전문성과 정치력을 보였다"며 "최초의 여성 국토부 장관으로 서민과 신혼부부, 청년의 주거 문제를 해소하고 도시재생 뉴딜사업 성공, 그리고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 등 국토부 주요 과제를 차질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가 선이 굵은 업무가 많은 남성적 조직이지만 첫 여성 장관을 맞아 변화가 기대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평소 따듯하고 인간적인 리더십을 갖춘 인물로 알려졌다"며 "다년간 국회와 정책현장에서 정치력을 발휘해온 경험이 있는 만큼 앞으로 유관기관과의 원활한 정책 조율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는 이날 내정 직후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국토교통부 첫 여성 장관으로 취임하게 된다면 변화의 시대에 따뜻한 국토행정으로 따뜻한 삶의 공간을 만드는 데 최우선할 계획"이라며 "맞춤형 주거복지, 교통 공공성 강화를 중심으로 국민들이 가장 시급히 필요로 하는 분야를 찾아내 현장 중심의 실효성 있는 정책들을 입안하고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1962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1980년 전주여고를, 1985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남편 백장현씨와의 슬하에 2남을 두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