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핸드백에 에르메스 있듯 냉장고엔 '포슬린' 있다

  • 2017.05.30(화) 18:20

삼성 프리미엄 냉장고 '셰프컬렉션 포슬린' 출시
7개국 돌며 도자기 소재 채택…기능·디자인 살려

삼성전자가 30일 조선백자의 깨끗한 색감과 은은한 광택을 구현한 냉장고를 출시했다. 제품명은 '셰프컬렉션 포슬린(porcelain)'. 포슬린은 도자기(陶瓷器)를 뜻하는 영어단어다. 냉장고에 도자기 소재를 접목한 제품인데 한 대 가격이 1500만원(915ℓ)에 달할 만큼 비싸다.

황정아 삼성전자 한국총괄키친솔루션마케팅 그룹장은 "아무에게나 소개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다. 소수의 고객에게 먼저 선보이고 반응이 좋으면 라인업을 확대 전개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대량생산으로 원가를 낮추고 이익률을 끌어올리는 기존 방식을 버리고 루이비통·샤넬·에르메스 등이 희소성을 무기로 고가전략을 펴듯 냉장고에도 명품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얘기다. 어떤 냉장고길래 삼성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걸까. 이날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호림아트센터에서 열린 '셰프컬렉션 포슬린' 출시행사를 다녀왔다.

▲ 삼성전자 모델들이 30일 서울 신사동 호림아트센터에서 삼성 셰프컬렉션 포슬린을 소개하고 있다.


◇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그래서 더욱 갖고 싶은

냉장고는 커다란 통에 컴프레서라는 장치를 달아 냉매를 순환시키고 이 때 발생한 냉기를 이용해 음식을 오래 보관할 수 있게 개발한 제품이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TV와 라디오, 인터넷을 접목한 냉장고도 나왔지만 음식을 차게 보관하는 기본 기능에는 큰 변화가 없다.

삼성의 셰프컬렉션 포슬린도 이와 다르지 않다. 차이가 있다면 네모난 판자모양의 도자기를 냉장고의 상하좌우에 붙여 냉기 보존을 극대화했다는 점이다. 삼성에 따르면 냉장고 문을 2분간 열어뒀을 때 플라스틱 소재의 냉장고 내부온도는 5.2℃, 메탈소재는 1.4℃ 각각 상승했지만 셰프컬렉션 포슬린은 0.9℃ 오르는데 그쳤다. 찬 음식은 차게, 더운 음식은 덥게 유지하는 도자기 특유의 속성이 냉기유지에 효과적이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아무 도자기나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무형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개발팀 상무는 "일반 도자기를 쓰면 버티지 못하고 깨짐현상이 발생한다"며 "도자기 제조과정에서 첨가물을 넣어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했다.

초벌구이와 재벌구이를 한 뒤 방탄복에 사용하는 섬유복합소재인 아라미드(Aramid)를 덧대 강화유리 수준의 강도를 구현한 것도 특징이다. 셰프컬렉션 포슬린에 사용된 도자기는 500g의 쇠구슬을 1m의 높이에서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는다고 한다.

 

▲ 최익수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상무가 셰프컬렉션 포슬린의 특징과 철학, 개발과정 등을 설명하고 있다.


◇ 도자기 장인도 인정한 명품 냉장고

삼성 연구진은 2년여간 영국,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 중국, 일본 등 7개국을 돌며 냉장고에 적합한 소재를 찾아다녔다. 그러고는 흙으로 빚어 인체에 무해하고 양념이나 국물이 흘러도 쓱 닦아내면 그만인 도자기를 주목했다.

도자기는 표면에 기공이 없어 미생물 번식이나 색 배임, 냄새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경험으로 알고 있는 것들이지만 막상 제품화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삼성은 국내 유일의 사기장(沙器匠) 무형문화재 김정옥 씨를 찾아 조언을 들었다. 이날 출시행사에 참석한 김 씨는 "선조의 지혜를 첨단기술과 접목해 그대로 살려낸 것에 놀랍기도 하고 감사한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셰프컬렉션 포슬린은 도자기의 꽃을 피운 한중일 문화의 결정체이기도 하다. 도자기 원료인 흙은 중국에서 들여오고, 초벌하고 재벌하는 작업은 일본에서, 이런 부품을 조립하는 건 한국에서 이뤄진다. 최익수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상무는 "40일동안 27가지 공정을 거쳐 제품이 만들어진다"며 "각 분야별 전문가의 수작업을 통해 탄생한 명품가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삼성은 냉장고의 디자인에도 각별히 신경썼다고 했다. 어떤 조명을 사용해야 순백의 부드러움을 구현할 수 있는지를 알기 위해 조명전문가와 미술관 큐레이터의 도움을 받았고, 도자기 소재의 우수성을 가리지 않으려고 내부의 군더더기를 제거했다. 냉장고 문을 열면 사용자를 감싸는 느낌이 드는 것도 특징이다. 부민혁 삼성전자 생활가전 제품디자인그룹장은 "10년을 사용해도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디자인이 되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삼성은 셰프컬렉션 포슬린을 앞세워 프리미엄 냉장고 시장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계획이다. 최 상무는 "#삼성전자는 500만원 이상 프리미엄 냉장고 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며 "셰프컬렉션 포슬린처럼 새로운 철학을 가진 제품을 바탕으로 올해는 프리미엄 냉장고 판매를 전년 대비 3배 이상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 이날 행사에는 국가무형문화재인 사기장(沙器匠) 김정옥(왼쪽 두번째) 씨도 참석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