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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혁신키워드]모방도 실력이다

  • 2017.06.07(수) 15:33

中대표 인터넷 텐센트, 악명높은 '카피캣'
사용자 입맛맞게 변형, '미세혁명' 필살기

바야흐로 혁신의 시대다. 기존의 것과 완전히 다른 새로움을 추구하지 않거나 차별화 하지 못하면 생존의 위협을 받는다.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전방위 산업이 융합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혁신이란 말의 무게감은 상상 그 이상이다.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등 앞서가는 글로벌 기업의 혁신 사례를 키워드 중심으로 살펴본다. [편집자]

 


2조5930억홍콩달러(한화 373조원). 중국을 대표하는 인터넷 기업 텐센트의 지난 6일 시가총액 규모다. 작년 9월 약 2조홍콩달러를 기록하며 차이나모바일을 밀어내고 중국 시가총액 1위, 세계 시가총액 10위 기업에 올랐는데 그 새 몸값이 불었다.

 

텐센트의 성장세는 현기증이 날 정도다. 올 1분기 실적은 어닝 서프라이즈인데다 역대 최대다. 텐센트는 내수에 의존하는 기업인데 중국의 경제 성장세가 둔화된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고공 성장 중이다. 

  

주가 역시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주가는 올 들어 40% 이상 급등했다. 아울러 지난 2004년 8월 홍콩 증시에 상장한 이후 현재 250배 이상으로 뛰었다.

10억명에 육박한 월간이용자(MAU)를 자랑하는 모바일 메신저 위챗을 비롯해 주력인 게임과 온라인 광고 사업 등이 좀처럼 식지 않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모바일 결제 등 신규 서비스도 무섭게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다. 

 

텐센트는 최근 증강현실(AR) 안경과 인공지능(AI) 서비스 진출로 성장 동력을 확장하고 있으며 해외로 영역을 넓혀 개방형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펭귄(텐센트 마스코트) 제국의 범위를 세계로 확대하는 것이다.

 

사실 텐센트는 내세울만한 서비스나 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이 아니었다. 주력 서비스들이 하나 같이 표절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대표 서비스인 모바일 메신저 위챗(2011년 1월 출시)만 봐도 그렇다.

위챗은 미국의 왓츠앱(2009년 5월)과 카카오의 카카오톡(2010년 3월) 주요 기능을 그대로 카피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텐센트가 지난 2012년 카카오에 대한 지분 투자(현재 8.28%로 3대 주주) 이후 위챗은 카카오톡과 더욱 유사해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위챗보다 먼저 나온 PC용 메신저 QQ는 '텐센트=카피캣(Copycat)'이란 오명을 씌운 서비스이기도 하다. 원래 QQ의 서비스명은 'OICQ(1999년 2월 출시)'였다. 이 메신저는 미국 AOL(아메리카 온라인)의 ICQ 메신저를 그대로 베껴 저작권 침해 소송에 휘말리자 서비스명을 지금의 QQ로 바꾼 흑역사가 있다.


텐센트의 핵심 매출원인 게임 사업도 자체 개발작보다 한국 게임 등을 가져다 퍼블리싱(유통)으로 성공한 사례다. 네오플의 '던전앤파이터'와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 등 온라인게임이 텐센트 매출의 뼈대를 이루고 있다.

 

올 1분기 매출 495억위안(한화 8조원) 가운데 온라인게임은 절반 가량인 228억위안에 달한다. 현재 텐센트가 자체 개발해 서비스하는 게임들은 한국 게임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애플이나 페이스북 등 지금의 내로라하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도 사업 초기 남의 아이디어를 벤치마킹하면서 성장했으나 텐센트 경우는 유별나다. 이 회사는 대놓고 베껴 중국 내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다.

 

중국 '샐러리맨의 황제'라 불리는 탕쥔(唐駿, 마이크로소프트 중국법인 사장 출신의 신화두 그룹 CEO)의 유명한 말인 "나의 성공은 복제할 수 없다"를 빗대 만든 "나의 복제는 성공할 수 있다"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텐센트 창업자인 마화텅은 "베끼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라는 말로 되받는다. 기존에 나온 서비스를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 입맛에 맞게 변형하는 재창조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응수한다.


실제로 텐센트는 모방 과정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철저히 반영한다. 여기에 미세한 차별화를 이뤄내 시장으로부터 열광적인 반응을 얻어낸다. 창조적 모방과 소비자 위주의 사고를 거쳐 나온 서비스로 승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QQ 메신저를 꼽을 수 있다. 창업 초기 마화텅은 중국에 수십억에 달하는 인구가 있으니 메신저 소프트웨어에 대한 수요가 엄청날 것이라는 확고한 생각을 했다. 중국 내에서 메신저 프로그램의 발전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이에 QQ의 원본 서비스라 ICQ 메신저(원래 이스라엘 미라빌라스가 개발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자 미국 AOL이 인수)를 파고 들었다. 중국 선전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출신인 마화텅은 ICQ에 중국 인터넷 환경에 최적화한 기술을 넣어 QQ라는 더욱 생명력 있는 서비스를 내놓게 된다.

 

ICQ와 QQ는 사용자 및 친구 정보 보관 방식이 살짝 다르다. ICQ 메신저는 모든 정보를 컴퓨터에 저장했다. 이러다 보니 사용자가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컴퓨터를 이용하면 이전에 추가한 친구 목록이 모두 사라졌다.

 

QQ에선 이를 해결했다. 언뜻 보면 별거 아닌 것 같으나 중국 네티즌에게 엄청난 환영을 받았다. 당시 네티즌 대부분 집이 아닌 PC방에서 인터넷을 했기 때문에 메신저 서버에 개인 정보가 저장되기를 바랐던 것이다.

 

이 외에도 QQ 메신저 기능을 더욱 확장해 사용자 경험이 최고 수준에 달할 정도로 끌어올렸다. 예를 들어 오프라인 상태인 친구에게도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다거나 친구 외 온라인 상태인 사용자 가운데 임의로 채팅 상태를 선택하는 기능 등이 그것이다.

 

모바일 메신저 위챗 역시 처음 출시한 2011년 초부터 1년간 매달 한 차례 이상 업데이트를 실시해 고객이 원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위챗에선 원하는 뉴스를 골라본다거나 음식 배달은 물론 쇼핑 대금 납부, 차량 호출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처음엔 왓츠앱과 카카오톡을 따라한 것에 그쳤으나 지금은 이를 넘어 메신저 하나로 모든 것이 가능한 생활 밀착형 서비스로 거듭나고 있다.

 

모방은 텐센트의 필살기다. 마화텅의 말을 빌리면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는 비즈니스 전략"이며 일종의 성공 철학이다. 마화텅은 해외 시장에 비해 뒤처진 중국 인터넷 시장에서 선구자이자 개척자로 나서는 것은 힘들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모방에 창조를 결합한 길을 선택했다.


많은 이들이 이 같은 전략을 두고 다른 창업자의 노력과 결실을 수탈하는 것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다만 텐센트의 성공은 단순히 모방에만 의존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모방이라는 말에는 기술력 없이 누구든지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의미가 있으나 텐센트는 차별화를 통해 원래 서비스나 제품을 뛰어넘는 전략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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