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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지상파 UHD방송 '산 넘어 산'

  • 2017.06.09(금) 13:36

지상파3사 "UHD방송 보려면 직접수신 안테나 달아라"
현실은 TV시청 95%가 유료방송가입자 "뭘 또 달라고?"
지상파-유료방송, 재송신대가 산정 문제 해결 힘들 듯

지난달 31일 지상파 3사(KBS·MBC·SBS)가 UHD 방송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UHD는 HD 보다 해상도와 화소가 4배 정도 높은 고화질입니다. 약 800만 화소, 해상도는 3840X2160로 땀구멍 속 이물질까지 생생하게 표현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죠.

그렇다면 '이제 선명한 고화질 방송을 감상할 수 있는 건가'라는 기대감이 차실 텐데요. 하지만 지금 당장 UHD 지상파 방송을 볼 수 있는 가구는 극소수입니다.

 

▲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지상파 UHD 방송 수신 가이드 [사진=미래부]


◇ UHD방송, 아무나 볼 수 없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TV 시청 가구 중 지상파 지상파방송을 직접 수신하는 비율은 약 5% 수준입니다. 나머지 95% 정도는 IPTV, 케이블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을 통해 시청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지상파 방송 시청 패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유료방송 가구들이 특정 장비 설치 없이는 UHD방송을 시청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유료방송 시청자들이 지상파 UHD방송을 보기 위해서는 거쳐야 할 과정이 많습니다.

 

우선 공통적으로 UHD TV와 광대역 안테나가 설치돼야 합니다. UHD TV는 DVB-T2의 유럽식 디지털방송규격이 아닌 ATSC 3.0의 미국식 규격을 구매해야 합니다. 정부가 지난해 미국식 디지털방송규격을 표준으로 확정했기 때문이죠.

현재 내가 UHD TV를 갖고 있는데 유럽식인지 미국식인지 잘 모르겠다 하시면 제품의 고유 번호를 확인한 뒤 구매한 제조사에 유럽식인지 미국식인지를 물어보면 됩니다. 만약 유럽식인 경우에는 UHD표준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별도의 셋톱박스를 설치해 미국식 규격으로 전환해야만 UHD방송 시청이 가능해집니다.

 

즉 유료방송 시청자들이 지상파 UHD방송을 보려면 기존 유료방송에 지불하던 금액에 더해 지상파 UHD방송을 수신하기 위한 안테나 설치 등 이중고를 겪어야 합니다. 여기에 UHD TV가 유럽식인 경우 별도의 셋톱박스까지 마련해야하는 거죠. 

만약 유료방송까지 UHD로 보고 싶다면 또 다시 별도의 UHD방송 전용 셋톱박스를 설치해야 합니다. 두 개의 셋톱박스와 광대역 안테나까지 설치해야 하는 상황이죠.

 

 

◇ '재송신대가' 문제의 걸림돌

 

장비설치 없이도 지상파 UHD방송을 바로 볼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지는 않습니다. 지상파가 유료방송에 UHD방송을 재송신하면 됩니다.

 

재송신에는 의무재송신과 대가를 받는 재송신 두 가지가 있습니다. 의무재송신은 공공성이 짙은 프로그램을 다른 매체로 의무적으로 전송해 시청권을 보장하자는 개념입니다. 방송법 제78조와 IPTV법 제21조에 의해 KBS1과 EBS, 국회방송 등을 의무재송신 채널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가를 받는 재송신은 유료방송 업계가 지상파에 일정한 금액을 지불하고 지상파의 방송 콘텐츠를 받아 시청자에게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유료방송 업계마다 지상파와 체결한 금액이 다르고 계약상 비밀이기 때문에 정확한 액수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재송신대가(CPS)는 가입자당 지난 2008년 280원에서 출발해 현재 400원까지 오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문제는 지상파가 UHD방송을 재원 마련과 방송영향력 확대에 활용하려는 전략 때문에 UHD방송 재송신 대가를 두고 유료방송 업계와 지상파 간 치열한 갈등이 예상된다는 점입니다. 방송광고수익 기반이 줄어들고 있는 지상파가 UHD콘텐츠 제작을 통해 수익마련을 꾀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죠.

방통위가 발표한 '2016년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에 따르면 지상파 광고매출 규모와 비중은 2011년 2조3546억원에서 2015년 1조9112억원으로 줄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KBS1 등의 UHD콘텐츠가 의무재송신에 포함된다면 당연히 지상파 쪽에서는 달가울리 없습니다.

또 대가를 지불하는 재송신 역시 지상파는 최대한 기존 금액보다 많은 대가를 받으려 할 것입니다. 유료방송 업계는 비용부담 등을 이유로 최대한 송신대가를 줄이려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행 재송신대도 많은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에서 UHD방송 재송신대가 문제까지 겹치면 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 셈 인거죠.

노창희 미디어미래연구소 부실장은 "갈등이 첨예한 만큼 재송신대가에 대해 정부의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며 "재송신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특별위원회 설치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케이블TV 업계는 지상파가 UHD방송 재송신에 나설 경우 보다 빠른 UHD방송 보급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문준우 한국디지털케이블연구원 본부장은 "UHD TV, 안테나, 신규 공동수신설비 등 준비가 복잡한 만큼 지상파가 UHD방송을 재송신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UHD방송 서비스는 현재 수도권 지역(서울·경기·인천)에 한해서만 시행됩니다. 정부는 오는 12월 광역시(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와 평창·강릉 지역으로 UHD방송 서비스를 확대하고 2021년까지 전국 UHD방송 서비스를 완료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세계 최초 지상파 UHD방송 서비스 시작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출발했지만 장비설치와 재송신 문제, 대가산정, 단계적 서비스 지역 확대 등으로 전 국민 UHD방송 시청까지는 꽤 오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전까지 당분간은 HD방송으로 만족해야 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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