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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장바구니 부담 줄일 비책찾기' 잰걸음

  • 2017.06.15(목) 14:22

농수산물 가격 급등하자 다양한 할인행사
정부와 협력 물량확보..직거래·직가공·마진축소로 가격낮춰
수익 악영향은 부담

대형마트들이 최근 신선식품과 생활용품에 대한 가격할인에 나서고 있다. 가뭄과 AI 등으로 농수축산물 가격이 오르자 소비자 부담을 줄여보자는 취지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는 가격할인 노력을 통해서라도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아야 하는 편치않은 속내도 있다. 

◇ 정부와 손잡고 농수산물 할인공급

이마트는 오는 21일까지 오징어와 양파 등 최근 가격이 급등한 신선식품 총 600톤을 긴급 공수해 기존 가격대비 최대 45% 저렴하게 공급키로 했다. 이에 따라 어획량이 크게 줄어든 국산 오징어 대체품으로 원양선사 오징어를 들여와 국산 오징어 가격보다 45% 할인된 가격에 내놓는다. 가뭄 탓에 시세가 오른 양파는 기존가격 대비 21% 가격을 낮췄다. 감자도 29%, 무는 37% 할인해 판매한다. 

 

한국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올해들어 1월~6월 현재까지 물오징어(중품·1㎏) 평균도매가격은 7746원으로, 지난해 평균가격 5503원보다 크게 올랐다. 특히 6월 평균가격은 9029원으로 작년 연평균 도매가격의 1.6배 수준까지 치솟았다. 


▲ 자료 : 한국농수산식품공사(단위:원)

오징어값이 급등세를 보이는건 해수온도 상승에 따른 조업량 감소와 국산 오징어를 대체하기 위해 들여오던 원양산 오징어 운반선이 침몰한 탓이다. 국내 오징어 생산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작년 국내 오징어 생산량은 전년대비 58.8% 감소한 12만7299톤을 기록했다.

채소는 가뭄이 길어지면서 공급량이 부족해 가격이 오르고 있다. 가락시장에 따르면 양파 6월들어 평균 도매가는 작년 6월대비 62%로 올랐다. 감자는 59%, 무는 12% 상승한 상태다.

▲ 자료 : 가락시장 (단위:원)
                                                
롯데마트도 최근 건오징어와 마른 멸치에 대해 할인행사에 들어갔다. 기존 대비 50% 정도 할인된 가격에 선보였다. 홈플러스는 신선식품이 아닌 생활용품을 할인된 가격에 내놨다. 시중에서 3만~4만원인 네덜란드 '브라반티아' 프라이팬을 50~60% 가량 할인 판매한다.

◇ 직소싱·직가공·마진축소해 가격 낮춰

대형마트들은 소비자 판매 가격을 낮추기 위해 유통 중간단계를 거치지않고 직접 제품을 확보하거나 가공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대형마트 자체 마진도 줄였다.

이마트는 이번에 해양수산부와 손잡고 원양산 오징어 100여톤을 확보했다. 이마트는 최근 오징어 가격이 급등하자 자체적으로 오징어 확보에 나섰다. 하지만 국내산 오징어 공급이 부족해 대량으로 매입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해양수산부에 협조를 요청했고 해양수산부는 한국원양선사협회를 통해 이마트가 원양산 오징어 물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 이마트 후레쉬센터에서 직원들이 감자 선별작업을 하고 있다.

이마트는 채소의 경우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후레쉬센터를 활용했다. 이마트 후레쉬센터는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과일과 채소류 등에 대해 직접 세척 및 포장, 보관하는 곳이다. 이번에 선보인 채소류들도 산지에서 직매입한 물량을 후레쉬센터에서 세척, 포장해 내놨다. 여기에 후레쉬센터 사전 비축물량도 함께 방출하면서 가격을 낮췄다.

롯데마트는 정부가 보유하고 있던 건오징어와 마른멸치를 싼값에 공급하도록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해당 물량을 정상가격에 매입해 기존보다 낮은 마진을 붙여 판매했다.

홈플러스가 가격할인중인 '브라반티아' 프라이팬은 그동안 수입상을 통해서만 수입돼 유통됐다. 그런만큼 전문적인 물류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가격이 높았다. 홈플러스는 가성비를 중요시하는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춰 브라반티아측과 협상을 벌였다. 통상적으로 1만개 이상 대량으로 구매할 경우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여기에 홈플러스가 보유한 자체 물류센터 등을 활용해 비용을 낮췄다.

◇ 뜻은 좋지만 마은은 편치않은 '가격할인'

대형마트들의 가격할인은 물가상승에 따른 소비자 부담을 줄여주면서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대형마트들은 소비경기 둔화, 규제, 온라인시장 확대 등으로 고전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 대형마트 매출액은 전년대비 1.9% 감소했다. 수익성은 더 안좋아지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1분기 트레이더스 등을 제외한 마트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2.4% 감소한 1841억원을 나타냈다. 롯데마트도 국내 부문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72.7% 줄어든 80억원에 그쳤다. 홈플러스는 지난 회계연도(2016년 3월~2017년 2월)에 영업이익 흑자 전환했지만, 전 회계연도 일회성 비용증가 등으로 적자를 냈던 기저효과가 크다. 한 대형마트 고위 관계자는 "사람들이 예전에 비해 마트를 찾지를 않는다"며 "마트에 와야 지갑을 열텐데 마트 자체를 오지 않으니 매출이 오를 리가 없다"고 토로했다.

▲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이처럼 대형마트들이 소비자들을 유인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할인행사를 진행중이지만 속내는 편치않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가격할인에 나서면서 MD(상품기획자) 등 현장에서는 너무 마진을 안남기는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들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울며 겨자먹기라도 마진을 줄이지 않으면 할인행사를 진행할 수 없고 그렇게 되면 소비자들이 찾지를 않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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