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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중국 안방보험의 예견된 리스크

  • 2017.06.20(화) 17:13

우샤오후이 회장 사태로 동양·알리안츠생명 '좌불안석'

"금융감독원이 보도자료를 통해 보험계약자 보호·재무건전성 등에 영향을 미치는 특이 사항은 확인된 바 없음을 밝힘. 다만, 정치 이슈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 이번 수사는 단시간에 결과가 나오기 쉽지 않고 본사의 의사결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음."

국내 한 애널리스트의 평가입니다.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의 대주주는 중국의 안방(安邦)보험그룹입니다. 최근 이 그룹의 수장인 우샤오후이(吴小晖) 회장이 사임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금융당국이 직접 나서서 국내 보험사에는 영향이 없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는데요. 그러나 시장의 시선은 여전히 불안한가 봅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는 "금융당국은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의 경영에 당장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는 건데 사실 안방보험 오너리스크는 단순히 기업 경영의 문제가 아닌 정치적인 문제라는 걸 간과한 분석"이라고 평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처음 안방보험이 국내 시장에 들어왔을 때도 중국과의 마찰 등 정치적인 고려가 있었던 것 아니냐"고 지적했습니다.


◇ 우샤오후이 회장 사임…안방보험 "경영 정상적"

시장의 불안이 가라앉지 않자 안방보험 그룹은 20일 국내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뿌렸습니다. "우샤오후이 회장이 직무를 이행할 수 없어 그룹 임원이 경영 권한을 위임받았고 그룹 경영은 모두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현재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고, 지급 여력이 충분하며, 경영 구조가 안정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앞서 금융감독원도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 두 보험사에 영향이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금감원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 중인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에 대해 정상적으로 감독업무를 수행 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특이사항은 확인된 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안방보험에 대한 불안감은 우 회장의 신변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서 시작됐습니다. 안방보험그룹의 창업자이자 덩샤오핑의 손녀사위로 알려진 우 회장은 중국 내 막강한 인맥을 배경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공격적인 인수·합병(M&A) 행보를 펼쳐왔는데 최근 정치적인 위기를 맞았다는 겁니다. 중국에서는 우 회장이 당국에 의해 연행됐다는 기사가 나왔고 급기야는 지난 13일 회장직에서 사임하면서 기정사실로 굳어진 분위기입니다.

◇ 동양·알리안츠생명 자금력 '빨간불(?)'

우 회장의 신변 변화에 중국 내에서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불안감이 커졌습니다. 이에 안방 그룹의 자회사들은 경영에 영향이 없다는 해명을 하느라 분주했습니다. 19일에는 안방보험 그룹을 최대주주로 둔 민성은행이 '안방보험 거액 대출설'을 강력하게 부인했다고 합니다. 은행 경영과 안방보험을 둘러싼 논란은 무관하다는 주장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공식적인 해명 자료를 낸 걸 보면 그룹 차원에서 시장의 불안감에 대응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런데도 시장은 역시 불안한가 봅니다. 그날 19일 동양생명의 주가는 4.78% 하락했습니다. 일각에선 안방보험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떨어져 자칫 유동성 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옵니다. 결국 안방보험의 '자금력'을 내세웠던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의 경영 행보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 예견된 '리스크'…불안한 중국 자본


물론 정치적인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국이 안방보험 같은 거대한 금융사를 무너뜨릴 수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기업인 '군기 잡기' 차원에서 우 회장을 지목했지만 결국 그룹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 안방보험 홈페이지 화면 캡처.

그러나 문제는 안방보험 그룹에 대한 불안감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처음 안방보험이 국내 동양생명 인수전에 뛰어들었을 때부터 오너 리스크에 대한 얘기가 많았습니다. 안방보험이 정치적 배경을 바탕으로 외형을 키워온 회사인 데다가 지배구조도 불투명하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안방보험이 동양생명을 통해 국내에서 경영하는 방식도 논란이었습니다. 동양생명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보장해주는 저축성 보험 상품을 공격적으로 판매했기 때문인데요. 동양생명은 대주주인 안방보험 그룹의 자금력을 내세워 건전성에 무리가 없다고 강조해왔습니다. 실제 거액의 유상증자를 해왔고 추가 투자를 예고하며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켰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만만치 않습니다. 

어쩌면 금융당국은 이런 사태를 충분히 예견했을 수 있습니다. 당시 금융당국 관계자들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인수하겠다는데 명시적인 하자가 없는 이상 막을 수 없는 것 아니냐"며 고민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이번 안방보험 사태가 국내시장에 진출하는 중국 기업을 판단하는 변곡점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와는 다른 중국 기업들의 '정치 변수' 문제입니다. 정치권과 사이가 좋을 때는 승승장구, 고속 성장할 수 있지만 반대로 사이가 틀어지면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하고 말겁니다.

이에 정치와 깊게 연관된 중국 기업들을 무작정 받아들였다가 국내 시장도 중국 정치 흐름에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안방보험 사태가 어떻게 진전될지 관심있게 지켜볼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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