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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곪는 게임]①온라인 강국은 옛말

  • 2017.06.21(수) 10:50

PC게임 외산이 수년째 점령..토종 기 못펴
모바일도 토종 아성 흔들려…총체적 위기

한때 온라인게임 강국을 내세웠던 국내 게임 산업이 외산에 밀려 위상이 고꾸라진지 오래다. 모바일에선 일부 대형사를 제외하고 대부분 고만고만한 성장을 하고 있다. 기술과 자본력으로 무장한 중국 게임의 공습이 본격화되면서 산업 전체에 쓰나미가 몰려오는 형국이다. 겉으론 멀쩡해 보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일촉즉발의 위기인 게임 산업을 진단했다. [편집자]

 


요즘 PC방에서 잘 나가는 온라인게임은 뭘까. 미국의 라이엇게임즈가 만든 '리그오브레전드(LOL)'란 게임이다. 국내 시장 점유율이 무려 33%(게임트릭스 최근 집계)에 달해 압도적 1위다. 지난 2012년 7월부터 무려 5년 동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점유율 기준으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게임들을 보면 외산이 강세인 것을 알 수 있다. LOL에 이어 오버워치(블리자드)와 피파온라인3(EA 제작·넥슨 유통)가 각각 2위,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로 서비스 19년차의 스타크래프트(블리자드)도 상위권을 벗어난 적이 없다.


이에 비해 국산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대표 게임사인 엔씨소프트는 간판작인 리니지와 블레이드앤소울의 점유율을 모두 합산해야 4%에 못 미친다. 2000년대 초기만 해도 30%를 웃돌던 시장 점유율이 현재 한자릿수에 그치고 있다.


PC방 점유율 수치만으로 게임 산업의 지형도를 온전히 가늠하긴 어렵지만 이 정도면 주도권이 외국 기업에 넘어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타공인 온라인 최강 소리를 듣던 국내 게임사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 미국 라이엇게임즈가 개발한 리그오브레전드(LOL)는 국내는 물론 세계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수년째 강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텐센트는 이 게임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보고 지난 2011년 라이엇게임즈를 인수하기도 했다.

 

◇ 온라인 이어 모바일도 외산 잠식

모바일에서도 이와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대표 모바일게임 유통 플랫폼인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최고매출 순위를 살펴보면 리니지2 레볼루션과 모두의 마블, 세븐나이츠 등 넷마블게임즈의 간판작들이 줄줄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다만 넷마블 게임들을 걷어내고 보면 외산의 강세가 만만치 않다. 핀란드 슈퍼셀을 비롯 미국 에픽워, 일본 코나미 등이 만든 게임들이 상위권에 포진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뮤오리진·여명·루디엘 등 중국에서 개발해 국내 업체가 서비스하는 게임까지 포함하면 상위 20위 가운데 외산이 절반 가량인 8개를 차지한다. 모바일 장르에서도 외산의 점령이 시간 문제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대표 모바일 플랫폼 업체인 카카오는 오는 8월 음양사라는 야심작을 중국에서 수입해 서비스할 계획이다. 이 게임은 2년의 개발 기간과 100여명의 개발 인력이 투입된 블록버스터급으로 세계적으로 2억명이 즐긴 글로벌 히트작이다. 주로 국내 게임을 모방하며 성장하던 중국 게임 산업은 최근 기술력이나 게임성에서 국내 수준을 추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 발달한 웹게임이란 장르는 열악한 모바일 통신 환경을 기술력으로 극복해 많은 수의 이용자가 동시에 접속해도 무리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어 기술력의 백미로 꼽힌다. 거대한 내수를 기반해 급격히 몸집을 불린 중국 게임사들이 막대한 자본력으로 국내 시장을 직접 공략하기 시작하면 답이 없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 천편일률적 콘텐츠, 경쟁력 저하

 

이미 국내 게임 산업은 성장 탄력을 잃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작년말 발간한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 규모(매출 기준)는 5조2390억원으로 전년(5조2804억원)보다 0.8%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모바일게임 시장은 지난해 3조8905억원으로 전년(3조4844억원)보다 11% 증가하긴 했으나 한때 25%의 높은 증가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올해 모바일게임 시장 성장률은 8.9%로 처음으로 한자릿수로 내려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때 기술이나 재미의 경쟁력을 비롯해 높은 성장성으로 주목을 받았던 국내 게임 산업이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온다. 우선 셧다운제 등 정부의 지나친 규제와 게임 산업에 대한 홀대로 경쟁력을 키울 타이밍을 잃었고 시장의 자양분이 약해지면서 허리 역할을 하는 중견사들이 맥을 못추게 됐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여기에 게임사들이 단기적 성과를 내기 위해 모바일 장르에 집중하다보니 게임의 중추라 할 온라인 장르가 흔들리고 이러한 풍토로 시장 규모도 위축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연히 자본 체력을 갖춘 대형사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는 것은 물론 천편일률적으로 역할수행게임(RPG) 등 특정 장르에 편중되는 현상으로 이어진다. 대형사만 살아남는 구조다 보니 신작 게임 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이용자들로서는 이렇다할 즐길거리가 없어지면서 결국 산업 전반에 위기가 몰려온다는 지적이다.

 

한 온라인게임 업체 관계자는 "PC방 점유율 상위권에 포진한 게임들이 대부분 외산이며 오버워치를 제외하면 서비스 기간이 짧은 신작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라며 "온라인 장르를 감당할 국내 게임사들이 일부 대형 업체를 빼면 전무하다시피 할 정도로 없어지고 있어 향후 국산게임의 자립 기반이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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