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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징 베트남]③-3 롯데마트, 중국의 아픔을 딛고

  • 2017.06.23(금) 09:10

<포스트 차이나, 베트남-PART II. 산업>
2008년 진출 후 성공적 안착..성장성 높은 시장 '기대'
태국계 등과 치열한 경쟁.."프리미엄으로 차별화"

[베트남 호치민=방글아 기자] "작년에 1층 공간을 터서 테라스를 만들었습니다. 청정원, 농심 등 한국상품도 획기적으로 보강했고요. 프리미엄 브랜드를 앞세울때 반응이 좋아서 매장 분위기를 바꿔가고 있습니다." - 윤병수 호치민 롯데마트 상품기획팀장

롯데마트 베트남 매장들이 바뀌고 있다. 2008년 12월 1호 매장인 남사이공점을 오픈한지 8년만인 지난해부터 리모델링에 나서고 있다. 현지화 전략을 통해 베트남시장에 안착했다는 판단에 따라 이제는 '프리미엄' 전략을 펼치기로 했다. 올해 롯데마트 베트남 전체매출을 지난해보다 10% 늘려잡았다. 그만큼 자신감이 붙었다. 

반면 중국사업은 사면초가 상태다. 2012년부터 매출이 하향세로 꺾이고, 점포수는 2014년부터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여기에 올해초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대부분 매장이 영업정지돼 최근 석달간 3000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이렇다 할 조치도 취하지 못한 채 오는 8월 한-중정상회담을 기다리는 신세다. 롯데마트뿐 아니라
중국에 진출했던 많은 한국기업들이 중국시장 대안을 찾아 나서고 있다. 중국사업이 총제적 난국에 빠진 롯데마트의 베트남사업이 상대적으로 더 주목받는 이유다.


◇ 롯데마트, 베트남시장 안착.."이제는 프리미엄" 대대적 리모델링


지난달말 찾은 롯데마트 남사이공점은 평일 오전 시간대임에도 손님들로 북적였다. 정오 무렵에는 배달서비스 접수처앞에 장보기를 마친 고객들의 카트가 줄지어 서있다. 매장은 한국과 베트남이 묘하게 조화된 느낌을 준다. 지난해부터 리모델링을 하면서 한국에서 강점을 보인 매장구성을 접목한 때문이다. 남사이공점 고객들은 롯데리아에서 점심을 먹고, 현지 카페 푹 롱에서 커피를 마셨다. 기초 화장품은 스킨푸드에서 구입하고 색조는 태국계 화장품 브랜드 뷰티 뷔페(Beauty Buffet)에서 샀다.


▲ 사진/방글아 기자

롯데마트는 쇼핑과 함께 다양한 문화를 접하는 '몰링(malling)'을 베트남에도 접목한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마트 입구에 쇼핑 절차를 안내하는 간판도 달아놨다. 남사이공점은 오토바이 2000대가 동시 주차 가능한 전용 주차공간을 확보했다. 과일과 어류 등 상품 디스플레이는 물건을 직접 만져보고 사는 것을 선호하는 베트남인들의 특성을 반영했다. 베트남인들이 꽃 선물을 많이 한다는 것을 고려해 1층 주요 자리에 꽃가게를 열고, 끼니를 빵으로 해결하는 고객들을 위해 3500동(약 173원) 가격의 저가 바게트를 기획, 대량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같은 전략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저렴이 바게트'는 하루에 2000개씩 팔려나가며 집객효과를 톡톡히 냈다. 호치민 시내 빵 가격 자체를 낮췄다는 평가도 나온다. 베트남
패스트푸드업계 1위로 자리잡은 1층 롯데리아에는 점심·저녁 시간대와 상관없이 손님들로 붐볐다. 윤병수 롯데마트 팀장은 "1층 롯데리아 매장은 월 1억원 가량의 매출을 낸다"고 귀띔했다. 마트와 롯데리아 모두 90% 이상 현지조달한 농산물과 해산물도 베트남 소비자들의 입맛을 잡으며 매출 신장에 기여하고 있다. 

▲ 롯데마트 남사이공점 1층에 위치한 롯데리아.사진/방글아 기자

롯데마트가 2008년 베트남시장에 진출한 이래 매장은 꾸준히 늘고 있다. 2017년 현재 13개점이다. 호치민 4개점, 하노이 2개점, 다낭과 냐짱 등 7개 주요도시에 1곳씩이다. 지난해 베트남 전체매출은 2630억원으로, 5년전인 2011년 점포 2곳과 매출 620억원에 비해 급성장했다. 연평균 30%가 넘은 성장세를 보여왔다.
 
그럼에도 당초 롯데마트의 목표에는 미치지 못한다. 롯데마트는 남사이공점을 열면서 2018년까지 30개 출점 목표를 잡았다. 하지만 롯데그룹 총수일가의 경영권 분쟁, 베트남 현지의 허가절차 지연 등으로 속도가 늦어졌다.

이에 따라 롯데마트는 프리미엄 전략을 수립하고 사업에 가속도를 내기로 했다. 베트남 도시생활자들의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현지 운영노하우가 쌓여 자신감이 생겼다. 프리미엄전략은 1호점인 남사이공점이 가장 빠르게 적용되고 있다. 1층 벽으로 된 외관을 터 테라스로 만들고 여기에 현지 고급카페 푹 롱(Phuc Long)을 입점시켰다. 같은층 보세 의류매장은 곧 교체한다는 계획이다. 2층에는 올해초 한국식품을 모아 파는 K-푸드존을 새로 만들었다. 이같은 컨셉트의 프리미엄전략은 다른 매장으로 확대적용중이다. 프리미엄전략이 안착되는 과정이어서 올해 베트남 전체 매출목표는 전년대비 10% 가량 늘어난 2890억원으로 잡았다.

윤병수 롯데마트 상품기획팀장은 "젊은 주부 고객들의 선호에 맞춰 상품과 매장 기획에 변화를 주고 있다"며 "특히 베트남 주부들이 좋아하는 한류드라마에 자주 등장해 인기를 끈 떡볶이와 라면 등 한국제품을 보강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의 정체성을 찾고, 롯데마트가 베트남에 진출하려는 한국기업들을 위한 수출 전초기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 어두운 터널속 중국사업..베트남 중요성 더 부각

중국 롯데마트는 사드보복으로 99개 매장중 74개가 영업정지 상태다. 나머지 25개 매장도 13곳은 정상영업이 어려워 자율휴업중이고 12곳도 사실상 휴점 상태다. 사드보복에 따라 매달 1000억원대 손해를 보고 있지만 철수도 하지 못한채 어정쩡하게 세월만 보내고 있다.

▲ 2017년 현재 중국매장 112개 가운데 13개는 슈퍼마켓이다. 자료 제공: 롯데마트

롯데마트는 2007년 중국사업에 나섰다. '글로벌 롯데' 슬로건 아래 첫 거점지를 중국으로 정했다. 롯데마트는 2007년 12월 네덜란드계 중국 대형마트 마크로를 인수하면서 교두보를 마련했다. 이듬해 5월 마크로에서 인수한 8개 점포 운영을 시작으로 중국사업을 본격화 했다.

사업은 빠르게 확장됐다. 2009년 중국 현지 대형마트인 타임스 65개점을 인수하며, 진출 3년만인 2011년 매장 94개를 둔 중국의 대형 체인으로 성장했다. 이는 당시 국내 전체 점포수와 맞먹는 규모다. 중국 94개 점포는 2011년 매출 1조2880억원을 기록했다. 당시에는 중국 매출이 국내 매출을 넘어서면 본사를 중국으로 옮길 것이라는 얘기가 돌만큼 중국사업이 주목받았다.

하지만 수익성이 문제가 됐다. 규모의 경제를 위해 매장을 크게 늘렸지만 수익성이 따라와주지 못한 것이다. 이에 따라 롯데마트 중국은 2013년부터 '매장 효율화'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2013년 점포수 107개, 매출 1조584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이래 감소세를 지속해 지난해는 매장수 99개, 매출 1조1290억원을 기록했다. 이런 와중에 사드보복이라는 뜻하지 않은 벽에 부딪쳐 중국사업 철수설이 계속 나오고 있다. 롯데는 "중국에서 철수할 계획이 없다"고 못박고 있다.
 
중국 사드보복이 끝나 사업을 재개한다해도 롯데마트 중국사업은 위축될 수 밖에 없다는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중국 사드보복으로 브랜드인지도가 훼손된데다 중국의 사업여건이 좋지않기 때문이다. 중국의 규제 불확실성은 여전하고 그나마 중국사업의 이점이었던 인건비도 크게 상승하고 있다. 경쟁기업인 이마트는 중국에서 완전히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이마트는 중국시장의 대안으로 베트남을 비롯해 동남아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 성장성 높은 베트남 유통시장.."차별화 포인트를 찾아라"


코트라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 소매유통시장은 940억달러(106조원) 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2018년에는 1224억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점쳐진다. 최근 몇년간 연 평균 10% 이상씩 성장해왔다. 인도네시아의 4분의 1, 태국의 3분의 2 정도로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지만 더 큰 기대를 받고 있다. 1억명에 가까운 인구와 연 6%대의 지속적인 경제성장률에 더해 매년 인구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2020년까지 중산층 인구가 3300만명으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베트남 소매유통시장은 '4자 구도'다. 베트남 현지기업 '사이공 쿱'이 선두고, 외국계인 빅C·메트로·롯데마트 순이다. 빅C는 태국 센트럴그룹 계열사이고, 메트로는 태국 BJC 계열이다. 태국계 2개 유통사를 합치면 시장점유율이 50%를 웃돈다. 센트럴그룹은 2015년말 프랑스 카지노그룹 소유이던 빅C를 인수했고, BJC가 2014년 독일 메트로를 인수했다. 빅C와 메트로는 각각 1998년, 2002년에 베트남시장에 진출해 선발주자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 베트남 빅C 마트.

한국 유통기업으로는 롯데마트에 이어 이마트가 2015년 12월 베트남 1호점인 고밥점을 오픈했다. 고밥점은 사업 첫해인 지난해 매출 419억원을 냈고,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33.8% 늘어난 138억원을 기록했다. 롯데마트뿐 아니라 이마트도 초반 성적이 양호하다. 이마트는 호찌민시 2호점 개장을 준비하고 있다.
 
롯데마트와 이마트 등 한국 유통사가 우선 넘어야 할 경쟁상대는 태국계 기업이다. 윤병수 롯데마트 팀장은 "태국 기업들은 일본의 태국 투자와 진출 과정을 지켜보며 유통경쟁력을 키워왔다"며 "이제는 태국기업들이 베트남과 미얀마 등 인도차이나지역에 진출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이들 국가들은 아세안경제공동체를 이루고 있어 관세 등 많은 점에서 이점이 많다"고 덧붙였다. 2015년말 출범한 아세안경제공동체(AEC)에는 베트남과 태국을 비롯해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싱가포르·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브루나이 등 10국이 속해있다. 한국유통기업들이 이들 시장에서 경쟁하는데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롯데마트가 2014년 베트남시장 점유율 10%를 돌파한 뒤 지난해부터 프리미엄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도 차별화를 위한 것이다. 정상현 베트남 하노이무역관 과장은 "베트남은 시장별, 품목별 타깃 수요층을 차별화해야 한다"며 "베트남은 동남아에서 한류열풍이 지속되는 대표적인 국가여서 한류프리미엄을 확보한 마케팅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경석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무역관 과장도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한국기업도 아세안경제공동체국가들간 물자나 인력이동이 원활하다는 측면을 잘 활용해야 한다"며 "이들 국가간 생산, 공급체계를 잘 구축하면 한국기업의 유통시장 진출에 이점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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