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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D·LGD에 던지는 재팬디스플레이 부실화의 교훈

  • 2017.06.23(금) 11:02

애플 의존형 사업구조 '발목'
LCD 집중하다 기술변화 놓쳐

"2014년 상장한 뒤로 배당 받아 본 적이 없다. 경영진들 보수를 다 깎아버려야 된다!"

21일 오전 10시, 일본 도쿄 시부야의 재팬디스플레이(JDI) 정기주주총회장. 3년 연속 적자에 올해 역시 배당은 '0엔'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주들의 불만은 폭발했다.


혼마 미츠루 CEO(최고경영자)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지만 주주들은 "이럴거면 (경영진) 총사퇴해라", "흑자 전환도 못할 거면서 왜 중간에 흑자 운운했느냐"며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스마트폰이나 내비게이션, 카메라 등에 쓰이는 중소형 패널의 주도권이 LCD(액정표시장치)에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로 넘어가면서 일본의 대표적인 디스플레이 기업인 JDI가 흔들리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JDI는 지난 21일 정기주총을 열고 새 회장 선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3년 연속 계속된 적자 경영을 쇄신하기 위한 일환이다.

이로써 히가시이리키 노부히로 JDI 부회장집행위원은 21일 부로 JDI 회장 겸 CEO로 취임했다. 히가시이리키 신임 회장은 JOLED(재팬올레드) 사장을 역임한 바 있다. 혼마 미츠루 CEO는 경영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난다.

JDI는 중소형 LCD 디스플레이(9인치 이하)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위을 차지한 회사다. 2012년 히타치와 도시바, 소니의 디스플레이 사업부문이 합쳐져 출범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자국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를 통해 2000억엔(약 2조원)의 자금을 JDI에 수혈해줬다.

일본 디스플레이산업을 지탱할 보루로 기대를 모았던 JDI의 호시절은 오래 가지 않았다.

사실상 공적자금으로 설립된 JDI는 2014년부터 3년 연속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손실액은 318억4000만엔(3247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각각 1조6000억원, 9000억원대의 순이익을 낸 것에 비춰보면 JDI가 처해있는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다. 3년전 600엔대였던 JDI 주가도 계속된 실적부진 탓에 지금은 200엔대로 주저 앉았다.

업계 관계자는 "주력 품목인 LCD에 안주하다 한국과 중국업체들의 추격을 허용했고 OLED와 같은 새로운 기술도입도 적극적이지 않았던 게 지금의 결과로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OLED는 플라스틱 기판을 사용해 구부리거나 휘게하는 등 다양한 변형이 가능한 장점이 있는 제품이다. 유리기판으로 만드는 LCD와 달리 별도의 광원(光原·백라이트유닛)이 필요 없고 얇고 가벼워 디자인을 중시하는 최근의 스마트폰 흐름에 적격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럼에도 JDI가 LCD에 얼마나 집착했는지는 애플과 거래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난해 9월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가 아이폰7을 공개한 다음날 미국 애플 본사를 방문한 JDI의 한 간부는 JDI의 LCD패널이 탑재된 아이폰을 들어보이며 "LCD패널에서도 올레드 만큼의 성능이 충분히 구현된다"고 말했다.

삼성이 갤럭시S 시리즈를 통해 OLED 우수성을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고 있을 때 JDI는 여전히 LCD의 성장성을 자신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JDI는 올해 1월에는 플라스틱 기판을 이용해 접히는 LCD를 선보였다. 구부러지는 디스플레이는 OLED의 전매특허처럼 여겨지는 기술이다. JDI는 LCD를 OLED 이상의 제품으로 만들고 싶어 했다.

 

 

이 같은 자기확신이 부메랑으로 돌아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 4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애플이 올해 가을 출시예정인 아이폰8 일부 모델에 LCD가 아닌 OLED를 탑재키로 했다는 것. OLED 물량은 삼성디스플레이가 댄다. 삼성의 OLED 공급량은 아이폰 7000만대 분량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CD에 올인하던 JDI로선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힌 것과 다름없는 소식이다. JDI 매출의 80%는 스마트폰용 LCD에서 발생하고, 이 물량의 절반이 애플에서 나온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에 한정된 고객사를 보유한 JDI 입장에선 당장 실적 자체가 나빠지는 게 가장 걱정스러울 것"이라며 "OLED로 전환하려 해도 자금이 넉넉지 않고 축적된 기술도 부족해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물론 JDI가 손놓고 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시바현 시게하라 공장에 500억엔을 투입해 OLED 시제품 라인을 증설했다. 또 산업혁신기구 주도로 만든 JOLED를 자회사로 편입해 OLED 분야의 시장확대에 대비할 계획도 세웠다.

JOLED는 소니와 파나소닉의 OLED 사업부문을 떼내 만든 회사다. JDI는 이 회사를 자회사로 둔 뒤 TV와 산업기기용 OLED를 전담토록 하는 구상을 짰다. 하지만 거듭된 실적부진으로 이 같은 계획에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JDI는 이달 하순으로 예정된 JOLED 자회사 편입을 내년으로 미루기로 했다.

JDI 관계자는 "JOLED 편입을 통한 사업화와 관련해 추가적인 검토가 계속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앞으로 JOLED 최대 주주인 산업혁신기구와 JOLED측과 협의를 계속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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