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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2만원 보편요금제 효과 있을까

  • 2017.06.28(수) 17:25

요금제별 데이터 제공량 차이 커
법 통과후 요금제 대폭 재편될듯

지난 22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가계 통신비 인하에 대한 최종 방안을 내놨습니다. 미래창조과학부에 제대로 된 가계 통신비 인하 방안을 가져오라며 업무보고 보이콧까지 해서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국정위는 어르신·저소득층 요금감면, 공공 와이파이 확대 등 7가지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이들 방안 중 인하효과가 큰 것중 하나가 바로 '보편요금제'입니다. 국정위가 발표한 보편요금제는 월 2만원에 음성 200분, 문자 기본량, 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국정위는 이를 통해 연간 2570만명이 최대 2조2000억원의 통신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보편요금제는 지난 19대 대선 때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처음으로 들고 나온 용어입니다. 당시 심의원은 '월 2만원대에 데이터 2GB, 음성·문자 무제한'을 제공하는 LTE 보편요금제를 가계통신비 인하 공약으로 내걸었었죠.

◇ 데이터 '부익부 빈익빈' 시대

보편요금제의 핵심은 가격은 낮추고 데이터 제공량은 늘린다는 점입니다. 현재 통신사들의 요금제와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가 눈에 들어옵니다.

실제 SK텔레콤이 운영하는 'band 데이터 요금제'에는 국정위가 내놓은 보편요금제와 비슷한 데이터양을 제공하는 'band 데이터 1.2G 요금제'가 있습니다. 이 요금제는 음성 무제한에 데이터는 1.2GB를 제공하면서 요금은 3만9600원을 받습니다.

다른 통신사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KT의 '데이터 선택 38.3 요금제'는 월 3만8390원에 데이터 1GB를 제공합니다. LG유플러스의 '데이터 2.3 요금제'는 음성 기본제공에 데이터 1.3GB, 여기에 비디오 전용 데이터 600MB추가 제공합니다. 다른 통신사들보다 데이터 제공량이 많은 편이지만 인터넷 검색 등을 할 수 있는 기본 데이터와 비교하면 크게 차이나는 수준은 아닙니다.

반면 비싼 요금을 낼수록 데이터 제공량은 엄청나게 증가합니다. SK텔레콤의 band 데이터 퍼펙트S 요금제는 월 7만5900원을 내고 기본 데이터 16GB를 받습니다. 비슷한 요금대의 KT는 월 7만689원에 기본 데이터 15GB를, LG유플러스는 월 7만4800원에 16GB를 제공합니다. 이들 요금제 모두 기본 데이터를 다 사용하면 매일 2GB씩 추가 데이터를 제공합니다. 
 
▲ SK텔레콤의 'band 데이터 요금제' [사진=T월드]

저가·고가 구간의 실제 내는 요금은 3배 차이에 불과하나 데이터 제공량 차이는 최소 119배에서 최대 324배(무제한 요금제 일 제공량 포함 시)까지 차이난다고 국정위는 지적합니다. 4만원에 가까운 요금제를 쓰고 데이터 1.2GB를 받느니 차라리 5만원대 요금을 내고 6GB데이터를 사용하는 게 더 이득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거죠.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휴대전화 가입자는 5538만명(4월 기준)이고 이 중 스마트폰 가입자는 4719만명에 달합니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월 평균 데이터 사용량도 크게 증가했습니다. LTE스마트폰 가입자 기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1.8GB 증가한 6.2GB의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데이터 이용이 사실상 대부분의 국민들이 사용하는 보편재가 된 셈이죠.

또 통계청에 따르면 소득 10분위 가구 가계지출 비중에서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89%인 반면 소득 최하위 구간인 1분위 가구는 통신비 비중이 5.06%에 달합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통신비는 순수한 통신요금과 단말기  비용, 우편요금 등 기타 비용을 포함합니다. 다만 미래부 관계자에 따르면 연 평균 가계통신비 14만4000원에서 단말기가 차지하는 비용은 3만원 정도라고 합니다.
 
통신비 부담이 큰 가구일수록 데이터 제공량이 적은 요금제를 선택하게 되고 이는 데이터 양극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실상 데이터 부익부 빈익빈 시대가 된 상황입니다.

◇ 보편요금제 대안 될까

국정위는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면 데이터 제공량 격차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보고있습니다. 월 3만원대에 데이터 1GB를 제공하던 것에서 보편요금제 도입으로 2만원대로 1GB를 제공하게 되면 자연스레 다른 요금제도 요금을 줄이고 데이터 제공량을 늘릴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보편요금제와 바로 윗 단계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이 크게 차이가 없게 되면 윗 단계 요금제가 경쟁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데이터 제공량을 늘리고 요금은 낮출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실제 데이터 1.2GB를 제공하는 바로 윗 단계 요금제(SK텔레콤 기준)의 데이터 제공량은 2.2GB이고 요금은 4만6200원입니다. 2만원대와 4만원대 사이의 간격이 벌어지기 때문에 요금을 낮출 수밖에 없고 기존 4만원대 요금제를 쓰던 고객들의 요구를 맞추기 위해서는 데이터 제공량을 유지하거나 늘릴 가능성이 생긴다는 겁니다. 

이를 통해 최대 324배까지 나는 데이터 제공량 차이를 줄일 수 있다는 게 국정위 판단입니다. 국정위의 계획이 실현된다면 현재 2만~3만원대 요금을 내는 가입자는 보편요금제에 가입해 즉각적인 요금 절감이 가능해집니다.

 

▲ 요금은 줄어들고 데이터는 늘어날 수 있다는 게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분석이다. [사진=국정위]

 

또 보편요금제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다른 요금제까지 이 영향이 미쳐 전체적으로 요금인하와 데이터 제공량 증가를 이끌어낼 수 있는 분석입니다. 국정위는 보편요금제가 아니더라도 데이터 제공량이 확대되고 요금이 줄어들면서 전반적인 요금체계 변화가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보편요금제에 가입하지 않은 가입자들도 데이터 제공량이 늘어나면서 전반적인 요금 절감이 가능해진다는 것이죠.

반면 통신사들이 오히려 고가 요금제 중심으로 아예 방향을 틀어버릴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국정위 뜻에 따라 보편요금제를 출시하되 보편요금제를 가장 저렴한 요금제로 놔두고 중간 단계의 요금제를 모두 없애버릴 수 있다는 것이죠. 가령 월 4만~5만원을 내면서 2~3GB의 데이터를 제공받던 사용자들이 6만원대 요금을 내고 6GB 데이터 제공받는 등 더 높은 요금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전영수 미래부 통신이용제도과장은 "보편요금제를 한 번 출시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요금 수준의 타당성을 검토해서 계속 업데이트해 나갈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보편요금제가 통신비 증가를 막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보편요금제의 효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는 실질적으로 도입이 돼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보편요금제 도입으로 통신사업자들이 전체적으로 통신비를 절감하는 방향으로 갈지, 오히려 높이는 쪽으로 갈지는 시장경쟁 상황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또 보편요금제는 법 개정이 통과돼야 진행될 수 있는 만큼 제도시행에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국정위도 이런 점을 고려해 통신비 인하 중장기 과제에 보편요금제를 넣었습니다.

지난 19일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면 보편요금제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개정안에는 통신사가 일정 수준 이상의 데이터와 음성·문자 서비스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보편요금제 출시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양환정 미래부 통신정책국장은 "보편요금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에 우선 강제해 향후 KT와 LG유플러스도 보편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도록 시장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통상적으로 정기국회에 법안을 제출하면 시행까지 6개월이 걸리는 점을 감안, 내년은 돼야 소비자들이 보편요금제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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