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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을관계' 바로잡겠다던 '슈퍼갑'

  • 2013.10.16(수) 10:36

"고난의 행군. 차라리 질책이든 질문이든 내게 왔으면 좋겠다". "니 국감 어렵제".

 

국정감사 이틀째인 지난 15일 오후 양문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과 박지원 민주당 국회의원 간에 오갔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의 내용이다. 양 위원은 언론개혁시민연대 등에서 활동하다가 지난 2010년부터 야당 추천 몫으로 방통위 상임위원에 오른 경우로, 공무원 생활 3년이 지났어도 국정감사장에서 피감기관 입장으로 앉아 있는 것이 불편했던 모양이다.

 

하물며 피감기관도 아닌 기업인들의 곤혹스러움은 안봐도 뻔하다.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등 국감에서는 기업인 40여명이 무더기로 증인으로 채택돼 자리를 지켰다. 이들중 상당수는 제대로 된 질문을 받거나 답변 한번 하지 못하고 국회의원들의 훈시성 질타 한 마디 듣고 일어섰다.

 

특히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갑작스럽게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한 배경은 더욱 우습다. 허인철 이마트 대표에게 이마트에브리데이의 영세상권 침해논란을 따져 물은데 대해 "이마트에브리데이 대표이사는 따로 있어 제가 답변할 일이 아닌 것 같다"고 답변한 것이 화근이었다. 그러자 듣고 있던 여야 의원들은 정용진 부회장을 불렀어야 했다며 즉석에서 증인채택을 다시 했다. 일명 괘씸죄에 걸린 것이다.

 

국감장에선 국회의원을 제외히곤 모두 죄지은 사람 처럼 웃지도 못하고 엄숙한 표정을 연출해야 하는게 불문율이다. 평소 언변이 뛰어난 피감기관장이라도 국감장에서 만큼은 말씨가 어눌해지고 말하는 속도도 느려진다. 또 잘잘못을 떠나 모든 지적에 반성의 기미를 보여야 하는 것이 관례다. 자신이 아는 것을 모두 답변하고 항변했다간 오히려 화를 키우기 일쑤기 때문이다. 피감기관장들은 이런 국감 답변 매뉴얼을 학습하기도 한다. 

 

지난 14일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와 15일 방통위 국정감사가 국회의 거부로 인터넷생중계 되지 못한 일도 아쉽다. 미래부는 박근혜 정부가 핵심기관으로 만든 정부부처다. 그런 기관의 첫 국정감사를 국민들이 직접 볼 수 없다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한 처사다.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겠다는 속셈인지 궁금하다.

 

매년 되풀이 되는 국회의 이 같은 모습에 국민들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갑을관계'를 바로잡겠다던 국회의원들이 정작 '슈퍼갑'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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