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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규 vs 위성호, 상대의 허를 찌르다

  • 2017.07.03(월) 15:46

"KB 명예회복" 선언 vs "글로벌 신한" 강조
7월 조회사 리딩뱅크 경쟁에 신경전도 치열

의도했든 안 했든 윤종규 국민은행장(KB금융지주 회장 겸임)과 위성호 신한은행장이 절묘하게 상대의 허를 찌르는 조회사를 내놔 눈길을 끈다. 

 

윤 행장은 7월 조회사에서 시가총액 1위 달성과 리딩뱅크 탈환 가능성을 자축하듯 머리말에서부터 이를 강조했다. 반대로 위성호 행장은 KB의 약점이자 신한의 강점으로 부각되는 해외 네트워크를 자랑하듯 '글로벌 신한'을 강조하며 올 하반기를 시작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리딩뱅크(리딩금융지주)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중인만큼 보이지 않는 신경전도 치열했다.

윤 행장은 3일 "이번 상반기를 통해 'KB의 명예회복'이라는 뜻 깊은 전환점을 만들어 냈다"며 "KB의 고토(古土) 회복을 위한 중장거리 레이스가 이제는 반환점을 돌았다"고 자축했다.

2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올해 상반기 실적에서 신한을 앞섰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 6월 29일엔 KB금융이 신한지주를 제치고 시가총액 1위에 오르기도 했다. KB가 시가총액 1위를 신한에 완전히 내준 2010년 이후 무려 6년 7개월 만이다. 신한이 시가총액 1위를 굳히기까지는 2년간 엎치락뒤치락했던 과정을 거쳤다. 윤 행장이 '반환점'을 언급한 점 역시 이런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 행장은 "지난 1월 시작된 주가 역전에 이어 금융주 시가총액 1위를 달성하게 된 것도 지난 2년 반 동안 일관되게 지속해온 우리의 노력에 대한 시장의 신뢰와 기대라고 생각하다"고 강조했다.

KB금융 고위관계자도 "시가총액 1위를 다시 찍었다는 것은 시장에서 KB의 저력을 인정해준 것"이라며 "국민카드, KB증권, KB손보 등 연간순익 2000억~3000억원을 내는 비은행 자회사가 3개나 있어 수익창출력과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갖췄다는 데서 좋은 평가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KB의 이런 상황은 신한은행이나 신한지주 입장에선 뼈아픈 일이다. 6년여를 지켜온 시가총액 1위 자리와 리딩뱅크 자리를 조만간 내줘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놓였다. 조용병 회장이나 위성호 행장 둘 다 올해 나란히 취임하면서 맞닥뜨린 상황인만큼 부담감도 만만치 않을 터.

위성호 행장이 같은 날 7월 조회사를 아예 '글로벌 조회'로 이름붙여 시작한 점은 그런 의미에서 절묘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신한은행은 물론이고 은행권이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해외 네트워크를 넓혀 가는 사이 지난 2년여간 KB의 해외 네트워크 확대 성적표는 낙제점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행장은 이날 "지금부터 최소 수년간은 글로벌 진출을 위한 투자에 집중해 나가야 한다"며 "유기적, 비유기적 성장을 위한 장기적 투자를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한 점도 이런 상황을 반영했다.

 

위 행장의 '글로벌 조회'는 신한베트남 은행의 전경과 직원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으로 시작했다. 위 행장이 지난달 베트남 현지법인을 방문할 당시 찍었던 영상이다. 위 행장은 "신한 베트남의 성공스토리가 글로벌 신한이 나아갈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며 "강력한 현지화를 추진하고, 유기적·비유기적(Organic·Inorganic) 성장 전략도 조화롭게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10분간 진행한 이날 조회사는 신한베트남은행의 성공스토리와 이와 같은 전략을 통한 아시아 리딩뱅크 달성에 초점을 맞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아울러 "리딩뱅크를 기필코 수성하고 초 격차의 리딩뱅크로 나아가자"고도 강조했다. 올해 2분기 실적발표 이후 이와 같은 양 측의 경쟁은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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