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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계 금융사 진단]上 '금융사 부실전이 될라'

  • 2017.07.05(수) 18:10

실증분석 결과 "4대 그룹중 2곳 금융계열사 부실전이 가능성"
비금융사 출자·부채구조 전반적으로 취약→내부거래 개연성

재벌계 금융그룹에 대한 통합감독방안이 새 정부들어 재조명받고 있다. 삼성이나 동부, 한화 등은 여러 개의 금융회사를 계열사로 뒀지만 금융당국의 손이 잘 미치지 않았다. 바야흐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금융사의 비금융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제한, 재벌이 가진 제2금융권에 대한 지분 해소 등이 거론되고 있다. 10여년 전 참여정부 시절에 논의됐던 사안이다. 최근 논의의 배경과 앞으로의 방향을 두 차례에 걸쳐 짚는다.[편집자]

 

일감 몰아주기 등 재벌개혁 이슈가 부각하면서 재벌계(대기업집단)에 속한 금융회사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복잡한 재벌그룹의 순환출자 구조 속에서 금융계열사는 이들 고리를 연결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최근 재벌계열에 속한 비금융계열사는 출자구조나 부채구조 면에서 금융계열사보다 취약하고 내부거래 등을 통해 부실이 금융회사로 이전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특히 금융계열사를 보유한 4대 그룹 중에서 2곳은 비금융계열사를 지원하다 금융계열사의 부실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는 보고서까지 등장했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



◇ 4대 그룹중 2곳의 금융계열사 부실이전 가능성

김동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달 '기업집단의 출자·부채구조와 사업재편에 관한 연구'보고서에서 눈길을 끄는 진단을 내놨다. 삼성, 현대차, 롯데, SK 등 4대 그룹을 대상으로 실증분석한 결과 이들 중 두 곳(A, D그룹)은 금융계열사의 이윤이 비금융계열사의 외부부채와 유의하게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다는 것.
금융계열사의 수익성이 악화하면 비금융사의 외부부채가 늘어나고, 수익성이 좋아지면 외부부채는 감소하는 식이다. 

 

김 연구위원은 "비금융계열사의 채무부담을 금융계열사가 내부거래 등을 통해 지원할 가능성이 크고, 이 때문에 금융계열사가 부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또 내부거래가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총수가 있는 26개 기업집단의 계열간 내부거래 비중과 금융계열사의 이윤간에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26개 기업집단 전체는 내부거래를 통해 금융계열사가 손실을 봤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했다. 4대그룹 가운데 유독 A그룹만이 내부거래가 늘어날수록 금융계열사의 이윤도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대체로 내부거래비중이 늘어날수록 그룹전체는 물론이고 금융계열사의 이윤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나 내부거래에 따른 경영의 비효율성은 오히려 증가한다"고 해석했다. SK그룹이 최근 SK증권을 매각하는 등 대기업계열이 금융업에서 손을 떼고 있는 점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 내부거래 여전히 과다‥현대차 '은행아닌 은행'

대기업그룹의 내부거래 비중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2015년말 현재 47개 민간 기업집단의 총 매출액 대비 내부거래 비중은 11.7%, 약 160조원으로 나타났다. 내부거래 금액이 큰 집단은 SK(33.3조원), 현대자동차(30.9조원), 삼성(19.6조원)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상위 5개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금액은 112조2000억원으로 전체 47개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금액 159조6000억원의 70.3%를 차지했다. 5개 대기업집단의 매출액이 47개 전체 기업집단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5.6%인 점을 고려하면 이들 집단의 내부거래 규모는 상당히 큰 편이다.

 



기존에는 금융계열사를 통한 부당지원과 이에 따른 부실전이가 문제였는데 최근들어서 비금융계열사간에 내부거래, 특히 금융거래로 인한 부실전이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특히 현대자동차의 경우 내부거래 가운데 96%가 금융거래이고, 금융거래의 98%는 계열사로부터 주식 및 회사채 인수 등 유가증권 매수였다.


김 연구위원은 "현대차는 유가증권 매수를 통해 다른 계열사에 신용공여를 하고 있어 사실상 그룹내에서 은행 역할을 하고 있다"며 "금융회사가 아닌데도 이런 내부거래를 통해 신용위험에 노출된다"고 꼬집었다.


◇ 재벌계 금융사 효율성 저하…비금융사는 더 취약

 

이 보고서는 또 재벌계 금융사의 경영효율성이 악화했고 비금융게열사의 경영효율성이나 출자 및 부채구조는 이런 금융게열사보다 더 취약하다는 분석도 내놨다.


총수가 있는 26개 기업집단에 속한 금융사를 분석한 결과 과거에 비해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경영효율성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계열사의 평균 총자산이익률(ROA)은 약 2.59%로 10년전(1998~2004년) -1.26%보다 크게 개선됐다. 업종별로는 자산운용사의 개선 정도가 가장 두드러졌다.

반면 금융계열사의 효율성을 나타내는 총자산에서 판매관리비가 차지하는 비중(판매관리비/총자산)은 9.98%로 10년 전의 9.13%보다 악화했다. 1인당 생산성 역시 약 5억원으로 10년전(약 7억원)보다 떨어지면서 경영효율성이 저하됐다고 판단했다.

비금융계열사의 경우 금융계열사보다 경영효율성이나 출자 및 부채구도는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연구위원은 "금융업의 속성상 부채가 많은데도 비금융계열사의 평균 차입금의존도가 22.5%로 금융계열사(19.75%)보다 높다"며 "비금융계열사의 부채구조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신성환 금융연구원장도 보고서 머리말을 통해 "출자구조나 부채구조에 문제가 있는 그룹일수록 부당 내부거래가 많아질 가능성이 있고, 이로인해  계열 기업은 물론이고 계열 금융회사 역시 부실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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