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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쿡의 판단 빛 발할까, 애플 '패션계 거물' 영입

  • 2013.10.16(수) 13:49

버버리 CEO, 애플 부사장으로 이동
中소비자· IT 이해 높아 '적임자'

영국 명품 브랜드 '버버리'의 안젤라 아렌츠 최고경영자(CEO·53세)는 패션업계 '거물'이다. 버버리에 합류하기 전에는 미국 여성의류 브랜드 '리즈 클레이본'의 부사장을 맡아 휘청이는 회사를 살려놨다.

 

그 전에는 29세 젊은 나이에 'DKNY' 브랜드로 유명한 미국 도나카란 인터내셔널에서 회장직을 6년이나 역임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지난 2006년 버버리에 영입될 당시 '157년 역사'의 버버리 명성은 흔들리던 시기였다. 버버리는 트레이드 마크인 체크무늬를 과도하게 노출해 부유층 고객들로부터 '진부하다'는 평가와 함께 외면 받았다. 매출도 급감했다. 아렌츠는 2006년 7월 버버리 CEO를 맡자 마자 대대적인 변화를 시도한다.


아렌츠의 강점은 디지털 기술을 잘 활용한다는 것이다. 패션쇼를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방송했다. 고객들이 쇼를 보면서 온라인으로 의류나 액세서리를 구매할 수 있게 만들었다. 

 

중국과 남미 등 신흥 시장을 공략했다.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 명품 시장을 잡기 위해 매장에 각종 디지털 기술을 접목했고 전자상거래도 활성화시켰다.

 

이 같은 전략은 대성공. 중국 정부가 사치 풍조를 근절하기 위해 관련 시장을 억제했음에도 버버리 매출은 큰폭으로 늘면서 현재도 성장세를 계속하고 있다. 버버리 전체 매출에서 중국 매출 비중은 25%를 차지할 정도다.

 

아렌츠가 버버리를 맡으면서 죽어가던 회사가 살아났다. 회사 주가는 아렌츠가 CEO를 맡기 전보다 3배 이상 뛰었고, 지난해 매출은 두배로 늘어난 20억파운드(3조5000억원)를 기록했다. 아렌츠는 지난 2011~2012년 영국 기업 CEO를 통틀어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이로 꼽힌다.

 

패션계에서 잔뼈가 굵은 아렌츠가 세계적인 정보기술(IT) 업체 애플로 자리를 옮긴다. 애플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아렌츠를 자사 소매·온라인매장(Retail and Online Stores) 사업담당의 부사장이자 경영진의 일원으로 영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자 접점인 온오프 매장 사업을 맡긴다는 것이다. 아렌츠는 내년 봄에 애플로 넘어올 예정이다.


이날 팀 쿡 애플 CEO는 "아렌츠가 우리팀에 합류하리란 것에 설렌다"라며 높은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쿡 CEO는 아렌츠의 중국 사업 경험과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석인 소매부문 부사장직에 아렌츠가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지금 애플에 꼭 필요한 인재는 '중국 소비자를 다룰 줄 아는' 전문가다.

 

애플은 안마당 미국 외 다른 나라, 특히 신흥국이자 세계에서 두번째로 규모가 큰 중국 시장에서 맥을 못추고 있다. 화웨이 등 현지 업체들이 저가 스마트폰을 앞세워 강세를 보이는데다 아이폰 감전 사고나 폭스콘 공장 자살 사건 등 중국에서 유독 악재가 자주 터져서다.

 

전문가들은 쿡 CEO가 아렌츠에게 '중국 공략'이라는 특명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매장을 직접 관리하게 하고, 명품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덜 비싸게 제품을 파는 전략을 첨단 디지털 분야에서도 재현해보라고 시키리라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마케팅 업체 앤더스 애널리틱스의 베네딕 에반스 연구원은 "애플의 판매 전략은 애플 제품이 아닌 애플이란 브랜드를 파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티브 잡스 사후 '혁신=애플'이란 기업 이미지도 구겨지고 있어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도 관심사다.

 

아렌츠는 애플 임원진에 10번째로 합류하면서 최초 여성 임원이 될 전망이다. 애플은 얼마의 연봉을 제시했는지 밝히지 않았으나 버버리 이상을 주지 않겠느냐란 분석이 나온다. 애플 임원진은 미국 기업인들 가운데 최고 연봉을 받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편 버버리 주가는 아렌츠 이직 발표가 나오자 14일 런던 증시에서 7.6% 급락한 1464펜스에 마감했다. 지난 2012년 9월 이후 최대 하락이다. 반면 애플 주가는 뉴욕 증시에서 1% 못 미치게 상승한 498.68달러에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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