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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제도 대수술]①60점 이 과장도 '분양 삼수(三修)'

  • 2017.07.11(화) 17:14

가점제 커트라인 실상 들여다보니…
경쟁 심해 유망단지선 '70점' 넘어야 안정권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청약가점제 당첨 배정 비율을 높이겠다고 공언했다. 청약 1순위 요건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투기성 수요를 걸러내는 대신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기회는 늘리겠다는 의지다. 청약가점제를 비롯한 주택청약제도는 어떻게 운영돼 왔는지, 앞으로 어떤 제도 개편이 이뤄질지, 이에 따라 분양시장 청약 환경은 얼마나 변화할지 차례로 짚어본다.[편집자]

 

대기업 H건설 과장 이 모씨(40세)는 올해도 아파트 청약에서 고배를 마셨다. 그의 청약가점은 올해 62점이다. 2002년 가입한 청약예금이 있고(16점), 12년전 결혼해 계속 무주택인 데다(26점), 부양가족은 3명(부인과 자녀 2명, 20점)이다. 하지만 그가 최근 청약신청한 서울 은평구 수색동 'DMC 롯데캐슬 더퍼스트'의 전용면적 84㎡ B타입 청약가점 당첨 하한선(커트라인)은 64점이었다. 재작년 '헬리오시티', 작년 '고덕 그라시움'에 이어 또 코앞에서 짤렸다.

 

DMC 롯데캐슬 더퍼스트는 올해 서울 민간분양 중 최고인 평균 38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인기 단지였다. 당첨 커트라인은 소형인 전용 39㎡의 경우 52점, 49㎡는 54점이었지만 3~4인 가족이 살 수 있는 전용 59㎡이상 모집단위는 대부분 당첨 하한선이 60점을 넘었다. 현재 민간 분양 아파트는 전용면적 84㎡ 이하 모집단위별 물량의 40%만 가점제로 당첨자를 가린다. 나머지는 모두 추첨 방식이다보니 당첨 가점은 턱없이 높아진 것이 실상이다.

 

◇ 가점 50~60점대 통장도 '무용지물'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올해 주요 청약경쟁률 상위 민간분양 아파트 당첨가점 하한선은 대부분 60점을 상회했다. 11일 부동산114이 제공한 경쟁률 상위 단지에 대한 당첨가점을 금융결제원이 운영하는 청약사이트 아파트투유 집계로 살핀 결과다. 지역별로 청약경쟁률 상위 5개 단지의 가점을 파악해 보니 수도권은 평균 54.2~65.8점, 지방은 62.4~66점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대선 직후 분양해 올해 서울서 두 번째로 높은 청약경쟁률(평균 27.7대 1)을 나타낸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보라매 SK뷰'도 이 과장이 청약했던 DMC 롯데캐슬과 비슷했다. 비교적 청약자가 덜 몰린(10.1대 1) 전용 84㎡B만 당첨 하한선이 53점이었지, 경쟁률이 105.1대 1, 81.8대 1이었던 전용 59㎡A·B 두 주택형은 각각 69점, 67점이나 됐다.

 

지난 3월 분양해 올해 수도권 최고인 84.1대 1의 평균경쟁률을 기록한 경기도 평택 '고덕국제신도시 제일풍경채센트럴'의 경우 전용 84㎡B 기타지역과 84㎡C 기타경기 및 기타지역 당첨가점 하한이 모두 70점을 나타냈다. 이 모집단위 가점제 당첨자들의 평균 가점은 70.4~73.2였다. 이에 앞서 분양한 평택 '고덕 파라곤' 아파트도 당첨 하한선이 가장 낮은 전용 84㎡ 당해지역이 58점, 가장 높은 전용 71㎡ 기타경기가 68점으로 나타났다.

 

지방은 더했다. 올 들어서도 '백 대 1' 넘는 청약경쟁률이 줄지어 나오고 있는 부산·대구·광주 등지 아파트 단지서는 최저 당첨가점 60점을 훌쩍 넘는 단지들이 속출했다. 지난 5월 분양해 280.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대구 '범어네거리 서한이다음'의 당첨 가점하한선은 최저 65점, 최고 67점이었다. 3월 분양한 부산 '연지꿈에그린'은 최저 66점, 최고 69점, 지난달 분양한 광주 '농성SK뷰 센트럴'은 최저 56점, 최고 64점을 기록했다.

 

◇ '무주택자 특별전형' 가점제 확대되면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이는 여전히 가점을 활용한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이 '하늘의 별따기'라는 실상을 보여준다. 이처럼 높은 올해 분양단지 청약 당첨가점은 정부가 작년 11.3대책(실수요 중심의 시장형성을 통한 주택시장 안정적 관리방안)을 내놓은 뒤에 나온 것이다. 그 이전엔 더 심했다. 작년 10월 분양한 서울 마포구 '신촌숲 아이파크'는 최고 72점, 같은 해 9월 분양한 서울 서초구 '아크로 리버뷰'는 최고 71점이었다.

 

가점 70점은 어떤 사람들이 받을 수 있을까? 84점 만점인 청약가점제에서 무주택(최고 32점), 청약통장 가입기간(최고 17점) 만점을 받더라도 본인을 제외한 부양가족이 4명(25점)은 있어야 넘길 수 있는 점수다.

 

정부는 작년 11.3대책 때 올해부터 지방자치단체장이 전용 85㎡ 이하 민영주택에 대해 시행여부·비율을 결정토록 한 것에 대해 '조정대상지역'에 한해 시행을 유보키로 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가점제 내에서의 경쟁이 줄지 않아 과열 경쟁에 치인 실수요층의 불만을 자아냈다. 올해 내놓은 6.19 대책(주택시장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선별적 맞춤형 대응방안)에서도 가점제 개편은 다뤄지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청약가점 당첨 비율을 늘리는 등 청약제도를 개편하겠다는 것은 이런 실상을 뒤늦게나마 개선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가점제 배정 비율이 높아지면 그만큼 당첨 커트라인은 낮아질 수 있다. 입시 전형별 대학 모집정원이 늘면 합격점 커트라인이 낮아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분양시장에서 '실수요자 특별전형'이 확대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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