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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맞고]공정위, '전문유통점' 조사…칼끝 어디로?

  • 2017.07.12(수) 11:21

올리브영·하이마트 등 불공정행위 조사중
조사대상 모두 대기업계열사.."공정위 의중 뭐냐" 긴장
"다음 수순은 일감몰아주기" 전망도

새 정부가 기업들의 불공정행위와 거래관행을 청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특히 유통·식품·제약 등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서 다양한 규제 이슈가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규제 이슈와 맞물려 기업들의 상생 노력도 더욱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규제 맞고] 코너를 통해 다양한 규제이슈를 꼼꼼하게 따져보고, [상생 맞손] 코너를 통해 기업들이 어떤 상생노력과 성과를 내고 있는지 동시에 조명해본다. [편집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특정분야 제품을 판매하는 전문유통점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전문유통점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납품업체에 불공정 행위를 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전문유통점들은 "실태조사일뿐"이라면서도 조사대상업체가 모두 대기업계열사여서 공정위가 대기업에게 칼끝을 겨눈게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 올리브영·롯데하이마트 불공정행위 실태조사


공정위는 지난달 CJ올리브네트웍스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CJ그룹 계열사로 국내 최대 H&B(헬스&뷰티) 브랜드인 올리브영을 운영하고 있다. 공정위는 올리브영이 납품대금을 부당하게 깎거나 부당하게 반품한 것은 없는지 등 불공정 행위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이미 올해초 공정위로부터 상반기중에 조사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통상적인 조사였을 뿐"이라고 밝혔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국내 H&B 시장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작년 연결기준 매출은 1조5557억원, 영업이익은 934억원이었다. 2위인 왓슨스코리아의 매출은 1460억원인데 비해 차이가 크다. CJ올리브네트웍스가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공정위가 주목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공정위는 이어 지난 3일 롯데하이마트에 대한 조사도 착수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 조사와 같은 이유다. 전문유통점 특성상 발생하기 쉬운 부당반품 실태, 판촉비용 전가, 종업원 부당 사용 등 불공정행위를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롯데하이마트는 "특별한 이슈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전문유통점 시장 실태 점검의 일환이었다"고 설명했다.

작년 기준 롯데하이마트의 시장 점유율은 47%다. 2015년에는 50%를 넘어서기도 했다. 삼성전자판매(26.3%), 하이프라자(20.5%), 전자랜드(6.2%) 등 경쟁업체들에 비해 월등히 앞선다.

◇ 조사대상 모두 대기업계열사..공정위 다음 수순은?


공정위가 조사한 CJ올리브네트웍스와 롯데하이마트는 두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시장 지배적 위치에 있는 '카테고리 킬러(category killer)'라는 점이다. 카테고리 킬러의 사전적 정의는 '백화점이나 슈퍼마켓 등과 달리 상품 분야별로 전문매장을 특화해 상품을 판매하는 소매점'을 일컫는다. CJ올리브영의 경우 H&B, 롯데하이마트는 전자제품 카테고리 킬러다. 전문유통점이라고도 표현된다.

또 다른 공통점은 모두 대기업 계열사라는 점이다. 조사대상 기업들이 가장 걱정하는 대목이다. 전문유통점의 불공정행위 실태조사 수준이라면 조사과정에서 문제가 나오면 제재를 받고 시정하면 된다. 기업들이 걱정하는건 이번 조사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이끄는 공정위의 첫 대기업 계열사 조사라는 점이다. 공정위의 칼날이 대기업을 향할 것임을 예고한 것 아니냐는 걱정이다.


일각에서는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최근 김상조 위원장이 "한국의 재벌기업들은 한국 경제의 소중한 자산이다. 재벌 개혁을 몰아치듯이, 때리듯이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에 주목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대기업들의 '자발적 변화'를 강조한 만큼 일정정도 시간을 주지 않겠냐는 기대도 있다.

하지만 과거 새 정부가 들어서면 소위 '군기잡기'를 경험했던 대기업들은 경계를 풀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CJ그룹이나 롯데그룹이나 모두 식음료, 유통사업 등 공정위 입장에서 걸려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걸 수 있는 사업들을 하고 있다"며 "이번에 이들 그룹의 계열사들이 조사를 받은 것은 조만간 대기업들에 대한 조사가 시작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 아니겠냐"고 우려했다.

◇ 불공정행위 조사 다음은 일감몰아주기?

이번 전문유통점 조사를 지켜보는 대기업들의 걱정은 또 있다. 대기업에 대한 조사가 납품사(협력사)와의 불공정거래에서 그칠 것이냐는 걱정이다. 공정위의 다음 '의제'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불공정 거래에 대한 조사와 조치가 일정부분 마무리되면 '일감몰아주기'로 넘어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많다. 김 위원장은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시절 대기업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과징금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정하는 기준인 상장사 지분율을 현행보다 낮추겠다는 뜻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4대그룹 경영진과 만남에서 “일감몰아주기 규제 등 개별그룹이 관심 대상일 수 있는 부분은 향후 개별적인 대화를 통해 좀 더 합리적이고 일관된 정책을 시행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놓고 제재를 위한 몰아치기 정책을 펴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되기도 했지만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를 중점적으로 보겠다는 의지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일감몰아주기 이슈는 대기업들이 가장 껄끄러워하는 부분이다. 이번에 계열사가 조사를 받은 롯데그룹, CJ그룹은 물론 GS그룹, 한화그룹 등 많은 기업들이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재계에서는 이번 대기업 유통 계열사 조사는 사전경고이고 핵심은 이후에 이어질 일감몰아주기가 아니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CJ올리브네트웍스와 롯데하이마트 조사는 제스처"라면서 "현재 각 그룹들은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공정위의 규제에 대비하기 위해 분주하다. 지분 문제와 계열사간 거래비중 등 현황 파악이 한창"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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