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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공정위는 민원처리기관이 아닌게 맞다

  • 2017.07.13(목) 14:08

'공정거래 특수'란 말이 나돈다. 새 정부가 재벌개혁과 불공정행위 근절에 나서면서 이 분야에서 법률적인 호황이 예상된다는 얘기다. 지난해 애매모호한 청탁금지법으로 특수를 누렸던 로펌들이 발빠르게 시장수요에 대비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특수를 누릴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요즘 공정거래위원회를 둘러싼 분위기를 보면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공정위는 정부부처중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기대도 크고 비판도 많다.

 

공정위에 대한 기대는 새 정부가 과거 정부에 비해 을의 눈물을 닦아주는데 적극 나설 것이란 전망을 근거로 하고 있다. 불공정행위 근절은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기도 하다. 여기에 시민단체를 이끌어온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사진)에 대한 믿음까지 겹쳤다. 이런 기대감에 공정위에는 '을'의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 한다.

 

기대만큼이나 공정위에 대한 비판도 쏟아진다. 그동안 제대로 일을 안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게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에 대한 처리 문제다. 구속된 미스터피자 오너와 관련해서는 "검찰은 보름만에 구속까지 시켰는데 공정위는 사전에 알고서도 2년 동안 무엇을 했나"하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이후 이곳저곳에서 공정위 늑장대응에 대한 증언들이 나오고 있다. 최근 공정위에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 간부들을 불러 앉혀 "불공정 행위를 신고했는데 왜 처리가 안되냐"고 닦달하는 모습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고 한다.

 

 

공정위에 대한 기대와 비판, 이해는 되지만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 뜨거운 기대와 관심으로 일의 우선순위가 뒤죽박죽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을의 눈물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눈물을 닦아주는데 시간의 대부분을 쓰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2011년 공정위가 그랬다. 국민들의 장바구니 근심을 덜어주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기업이 제품가격을 인상할 기미만 보이면 달려가 틀어막았다. 공정위 힘을 모르지 않는 기업들에게 공정위만큼 잘먹히는 물가관리 수단은 없었다.

 

2011년 물가를 잡아달라는 공정위에 대한 기대나, 2017년 을의 눈물을 닦아달라는 기대 모두 공통점은 공정위가 '파워플한 경제검찰'이 돼 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기대가 과하면 공정위의 정책과 조치들이 자칫 '한건주의'로 흐를 위험이 있다. 이목을 끌만한 '갑의 횡포'를 잡아내 단죄하는데 온 힘을 기울이려는 유혹이다. 이미 공정위는 검찰과 성과를 놓고 비교당하고 있다.

 

김상조 위원장도 부담을 토로하고 있다. 최근 한 언론사 포럼에서는 "공정위의 역량과 권한에 비해 기대와 요구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민원처리 기관이 아니라고까지 했다.

 

이런 점에서 김상조 위원장이 언급한 '지속가능한 정책'에 주목한다. 어디든지 달려가는 민원해결사보다 구조적인 문제를 찾아내 예방책을 만드는데 우선 힘써야 한다.

 

첫 시험대는 공정위가 진행하고 있는 프랜차이즈와 전문유통점 불공정행위 실태조사다. 불공정행위를 하고 있는 '나쁜 갑'을 많이 적발하는 성과에 집착할 것인지 불공정행위가 일어날 수 있는 법과 규정의 사각지대가 어딘지 '구조'를 밝혀 개선하는데 역량을 모을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갑에 대한 사후 단죄는 몇몇 을의 눈물을 닦아주지만 사전예방은 수많은 을의 눈물이 생기지 않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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