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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것이 왔다"…한미 FTA 재협상, 증시에 미풍?

  • 2017.07.14(금) 10:38

관세 조정시 자동차·철강 등 영향 불가피
시간적 여유…과거보다 파급 제한적 기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현실화되면서 증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직접적인 연관이 큰 자동차, 철강업종은 일단 긴장할 수밖에 없게 됐다.

 

다만 과거보다 파급이 제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증시를 주도하고 있는 정보기술(IT)주의 경우 무관한데다 완전한 재협상이 아닌 개정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수혜업종을 찾는 작업도 분주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 자동차·철강株 일단 긴장

 

전날(13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서한을 통해 내달 한미 FTA 재협상을 위한 특별 공동위원회 개최를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한미 FTA 협정문에 따르면 한 쪽에서 공동위 개최를 요구할 경우 30일 이내에 이에 응해야 한다.

 

한미 FTA 재협상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로 이미 미국은 무역적자 해결을 위해 지난 2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선언했고 지난 5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결정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한미 FTA 재협상과 종료 가능성을 언급했고,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일정 중에도 재협상 의지를 분명히 했다.

 

미국의 요청으로 한국은 재협상을 수락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시장도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재협상 시 미국의 무역적자 폭이 큰 자동차 및 철강, 기계 등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으로 관련 업종 영향이 주시된다. 실제로 FTA 발효 후 이들 산업에서는 한국이 일부 수혜를 누렸다.

 

미국은 자동차 관세를 부활시키고 한국산 철강 관세율 인상 등을 요구할 전망이다. 기계산업도 타깃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실제 관세 적용이 현실화될 경우 해당 수출은 물론 일자리 감소도 불가피하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5월 보고서에서 향후 5년간 해당 산업들에서 최대 170억달러의 수출이 감소하고 15만4000명의 감원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대미 수출 비중이 국내총생산(GDP) 내 46%에 달하는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 움직임은 증시에도 부담이다. 대신증권은 "상반기 한국 경기회복 기대감을 높이고 코스피 사상 최고치 행진을 주도했던 수출 회복 기대감이 약화될 수 있다"며 "수출주와 경기민감주에 대한 하락 압력이 가중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빨라야 11월 협상…車 파급 제한적 기대도

 

다만 실질적인 협상 스케줄을 감안할 때 시장 영향이 당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한미 FTA 특별 공동위 소집 요청으로 당장 재협상에 돌입하는 것은 아닌 데다 재협상에 따른 개정 내용 또한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한국 통상본부장이 아직 공석이고 FTA 재협상 개시 90일 전에 미국 행정부가 의회에 통보해야 하기 때문에 빨라야 11월부터 개시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이번 서한에서 '재협상'이 아니라 '개정'이라는 단어가 사용돼 강경한 주장이 나올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사드 배치나 북핵 문제 등의 외교현안을 감안해도 우호적 관계를 거스를 만한 결정이 나오지 않을 것이란 기대다.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눈여겨볼 만하다. 전문가들은 자동차가 이번 재협상에서 집중 타깃이 될 가능성은 높지만 미국의 관세 인하폭 자체가 크지 않았고 오히려 미국에 유리한 내용이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FTA 발효로 미국 자동차의 한국 수출의 경우 기존 8%에서 무관세로 전환된 반면, 한국의 경우 2.5% 발효 후 4년간 유지하다 무관세로 전환돼 미국에 더 유리한 변화로 평가된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협상을 개시했던 2006년과 달리 현재는 북미 지역 3개 현지 공장이 운영되고 있어 현지생산 판매 비중이 2006년 31%에서 2016년 61%까지 늘어났다"며 "대차와 기아차 손익 방향에는 FTA 관세율 변화 보다 미국 자동차 수요나 환율 방향성이 더 중요한 지표"라고 판단했다.

 

◇ 증시 주도 IT엔 영향 無…잃기만 하는 것 아니다

 

IT 중심의 증시 랠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IT 쪽은 개정 협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은 점도 부담을 일부 덜어줄 수 있다. 한미 FTA 발효 후 디스플레이는 무역수지가 적자전환되고 반도체 업종도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의 경우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이미 전 세계에서 무역 장벽이 철폐돼 영향이 없다"며 "가전 제품도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기업 상당수가 현지 공장에서 생산 중이라 직접적인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했다.


재협상 과정에서 한국이 무조건 손해만 보진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자동차, 철강 제품에 대한 관세 협의가 이루어진다면 한국도 한미 FTA 체결 당시 일방적으로 협상된 서비스 및 농업 분야에 대한 협의가 이루어질 가능성 존재하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은 한국은 ▲지나치게 높은 지적 재산권 규정 완화와 ▲일방적인 투자자-국가소송제(ISD) 도입 제한 ▲해외 여행업의 현지 주재 의무 금지 조항 폐지 ▲1500여 개 이상의 농산물 개방 규제 등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자동차, 철강의 단기적 피해와 함께 여행, 문화 콘텐츠, 금융 등 서비스 부문의 수혜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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