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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국감 키워드]② 빚더미 공화국

  • 2013.10.17(목) 14:17

연말 국가부채 1000조원 넘을 듯
여야 "증세 검토해야" 정부 "아직 아냐"

1000억원 끝자리에 '0'을 하나 더하면 1조원. 대체 얼마나 큰 돈일까. 만원권 지폐를 쌓으면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48m)을 넘어서 10,000m까지 올라가고, 연봉 5000만원을 받는 직장인이 한 푼도 쓰지 않고 2만년을 모아야 하는 어마어마한 돈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국가부채는 1조원에 '0'을 세개 더 붙인 1000조원을 훌쩍 넘어선다. 올 연말 국가부채는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 1053조원에 달할 거란 전망이 나왔다. 우리나라가 빠른 속도로 '빚더미 공화국'으로 전락하고 있는 상황,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감에서 국가부채에 대해 우려와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 나라빚 얼마나 되나

 

이틀 연속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를 벌이고 있는 국회 기재위에서는 국가부채 문제가 가장 뜨거운 이슈다. 국가부채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채무에 공기업 부채를 합산한 것이다. 국가가 직접 갚아야 할 채무인 국가채무에 정부가 보증을 선 공기업 부채를 모두 합친 금액.

 

민주당 이용섭(사진) 의원이 기획재정부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했는데 올해 연말 국가 부채규모는 1053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 의원은 "노무현 정부 마지막 해인 2007년 말 571조2000억원에서 이명박 정부 5년과 박근혜 정부 1년을 거치며 481조8000억원 늘어났다"고 주장했다.

 

자세히 살펴보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채무를 합친 국가채무가 480조3000억원으로 나타났다. 2007년 229조2000억원보다181조1000억원 늘어났다. 더 심각한 항목은 공공기관 부채 규모다. 2007년의 249조3000억원에서 2배가 넘는 520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공공기관 부채 규모는 이미 2010년 국가채무 규모를 넘어섰으며, 증가속도 역시 국가채무보다 빠르다. 지방정부 채무 역시 2007년 10조1000억원에서 올해 18조4000억원으로 늘어났으며 지방공기업의 채무는 2007년 22조7000억원에서 2012년말 기준 52조4000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산 넘어 산', 세계 경제통계의 기준을 잡는 국제통화기금(IMF)이 국가부채의 범위를 '공공부채' 개념으로 확대시켰다. 지난해 IMF는 이런 내용을 담은 '공공부문 부채 작성지침'을 발표했고, 우리나라도 이에 맞춰 내년 3월부터 국가부채의 범위를 공공의 영역까지 확대해야 한다.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은 이런 점을 지적했다. 정부가 지급을 보증하고 있는 군인, 공무원연금 등도 국가부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퇴직금처럼 미래에 돈을 주기로 한 '충당부채' 개념으로, 공무원연금충당부채 351조원, 군인연금충당부채 85조원 등도 국가부채라는 말이다.

 

이럴 경우 국가가 직간접적으로 개입돼 있는 공공부채는 최대 1600조원에 달할 거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용섭 의원도 "우리나라 국가부채의 실제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부실화되었을 경우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공공기관의 채무를 함해 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의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 여야 한목소리로 "큰 걱정"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국감에서 "가계부채가 980조원에 달하는 데다 국가채무도 443조원에 이르는 등 이미 임계치를 넘어선 빚더미 공화국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용섭 의원도 "MB정부가 4대강 사업, 공공주택 건설 등 대규모 국책사업을 공공기관에 떠맡겨 공공기관 부채가 매우 증가했다"며 "국가부채를 이대로 방치한다면 국가 재정이 파탄날 것"이라고 밝혔다.

비록 국가부채 규모에 있어서 의견은 달리 했지만 여당 의원들도 나라빚 걱정에 동참했다. 김태호 새누리당 의원은 "현재 국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36% 수준이고 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할 적자성 채무가 국가 부채의 50%를 넘어서며 나라 곳간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밝혔다.

 

같은 당 이한구(사진) 의원은 국가부채가 늘어난 것은 이명박 정부에서 공공기관의 방만한 경영을 통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이 의원은 "MB정부 출범 이후 공공기관의 부채는 급증한 반면 수익은 크게 줄었는데도 기관장들은 돈 잔치에만 혈안이었다"며 "2008∼2012년 LH공사의 부채 증가규모는 52조원, 한국전력공사(자회사 포함)는 44조원, 가스공사 14조원에 달하는 등 14개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공기업의 부채 증가 규모는 76조원, 9개 에너지 공기업은 60조원, 3개 자원개발 공기업은 14조원"이라고 지적했다. 

 

◇ 정치권 "증세" 목소리..정부 "아직은…" 


국가부채를 줄이고 재정건전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야당 의원들과 일부 여당 의원들은 한결같이 증세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용섭 의원은 "박근혜 정부는 2013년부터 2년간 50조원에 달하는 재정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며 "감세 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임기 말에 재정파탄이 반드시 온다"고 경고했다.

 

김태호 의원은 "증세 없는 복지라는 공약에 얽매여선 안 된다"며 "대통령에게 정확하게 얘기해서 증세를 포함한 해결방안을 고민해 후세에 짐을 떠넘기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광림 새누리당 의원은 "증세를 하려면 법인세보다는 소득세 중심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민주당 의원은 "지금 당장은 증세를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지금쯤은 앞으로 증세가 필요할지, 또 한다면 어느 시기에 어떤 방향으로 증세할지 검토해야 한다"며 "부가세율 인상에 대해 정부가 검토하고 있느냐"고 질의했다.

 

오는 2017년까지 5년간 총 135조원의 재원이 필요한 박근혜 정부의 '공약 가계부'를 실천하기 위해서도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재성 민주당 의원은 "공약 가계부 예산이 내년도 예산안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지금도 재정적자가 심각한 상황에서 공약 가계부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결국 세제를 개편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감장에 참고인으로 나온 경제학자도 증세 주장을 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5년간 적자재정을 편성해 국가부채가 심각해진 것은 세입면에서 급속한 위축이 발생했고, 균형재정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 지출을 과다하게 억제했기 때문"이라며 "복지지출을 늘이기 위해 법인세와 소득세 모두 올릴만한 여력이 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정부는 증세의 '증'자도 꺼내지 않았다. 현오석(사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활성화에 방향을 두고 세출세입구조 개선과 지하경제 양성화를 병행한 후 그래도 안되면 증세를 논의하는게 맞다"라며 부가세 인상에 대해서도 "정부 차원에서 세율인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대한민국이 '빚더미 공화국'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2030년 재정파탄, 국가부도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는 예측, 거칠게 표현해 '이러다 그리스 꼴 난다'는 보고서가 있다. 우리나라 최고의 경제두뇌들이 모여있는 한국은행이 지난해 펴낸 '부채경제학과 한국의 가계 및 정부 부채' 보고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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