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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은 2분기 실적이 두렵다

  • 2017.07.25(화) 14:36

유커 이탈 타격 수치로 확인..사상 최악 전망
수요 줄고-비용 늘고-경쟁은 치열 '3중고'
'포스트 유커' 대책없어‥구조조정 가능성도


면세점업계가 2분기 실적발표 시즌을 맞아 표정이 어둡다. 유커(游客·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의 이탈에 따른 타격이 그대로 수치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곳곳에서 '사상 최악'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상당기간 유커를 대체할 수익성 확보 대책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 면세점 쥐락펴락한 '유커의 힘'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입국한 외국인관광객수은 총 1724만1823명이었다. 이중 유커가 806만7722명이었다. 전년대비 34.8% 늘었고, 작년 전체 외국인관광객의 46.8%를 차지했다.

2012년 전체 외국인관광객의 25.5%에 불과했던 유커의 비중은 2014년 40%를 넘어섰다. 유커의 증가는 국내 면세점업계에 호재였다. 유커들의 구매력은 국내 면세점업계를 지탱하는 힘이었다.

▲ 자료:한국관광공사(단위:%)

유커의 증가로 롯데면세점의 작년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5조원을 넘어섰다. 신라면세점도 처음으로 매출 3조원을 돌파하는 등 호황을 누렸다. 정부는 이에 맞춰 지난해 서울 시내면세점 수를 확대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0년 4조5191억원이었던 국내 면세점 전체 매출은 작년 12조2757억원으로 확대됐다. 롯데와 신라는 매출의 60%를 유커에 의존했다. 서울 시내면세점은 약 70~80%, 제주 시내면세점은 95%를 유커가 담당했다.

◇ 2분기 실적, 유커 이탈 타격..최악 예상

올해들어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한국 관광 금지령이 떨어지면서 유커의 발길이 끊겼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5월 입국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대비 34.7% 감소한 199만7985명에 그쳤다.

이런 추세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내 면세점시장도 위축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올해 국내 면세점시장 규모가 10조~11조원대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불과 1년 사이에 1조~2조원 가량 줄어드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2분기 성적에 주목하고 있다. 사상 최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2분기는 지난 3월 중국의 한국관광 금지 조치 후폭풍을 고스란히 맞은 시기다.

▲ 자료:한국관광공사(단위:명).

증시에서는 롯데면세점의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25%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라면세점도 10~20% 감소가 예상된다. 대형 면세점은 그나마 낫다. 한화, 두산 등 후발주자들은 실적 악화가 더욱 심각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시그널은 이미 나왔다. 한화는 제주공항 면세점 특허권을 반납키로 했다. 현대백화점은 면세점 오픈을 내년 상반기로 연기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어렵다 보니 착시현상도 나오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국내 면세점의 외국인 매출액 6억8856만7923달러로 전년동기대비 6400만달러 증가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유커 영향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외형만 보면 그렇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매출이 증가한 것은 중국 보따리상 덕분이다. 면세점업계는 중국 소비자들이 한국 관광길이 막히자 보따리상을 통해 한국 상품을 구입하면서 일시적으로 매출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면세점 관계자는 "관광 금지 조치가 내려진 3월 이후 중국 보따리상들의 사재기가 늘면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라고 말했다. 유커 영향이 줄거나 대체할 구조적인 변화는 없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얘기다.

◇ 수요회복 불확실 비용축소 비상…구조개편 가능성도


업계에서는 자성(自省)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나치게 유커에만 집착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포스트 유커'를 대비할 전략을 수립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정부도 유커의 구매력만 믿고 무분별하게 면세점 수를 늘려 경쟁만 심화시켰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내에만 10개 면세점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수요는 줄고 경쟁은 치열해지면서 면세점들은 송객수수료(고객유치비용) 증가와 임차료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작년 시내면세점의 송객수수료는 9672억원이었다. 시내면세점 단체관광객 매출의 20.5%다. 올해는 매출 대비 송객수수료 비중은 더 높아졌다. 일부 신규 면세점은 30%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임차료도 인천공항면세점의 경우 작년 매출 대비 40% 수준까지 확대됐다.

▲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당분간 수요 회복을 점치기 어려운 면세점들은 비용축소가 발등의 불이다. 홍석준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중국관광객 유입이 정상화되더라도 큰 폭의 성장이나 영업비용 축소가 실현되지 못한다면 적정 수준의 이익창출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면세점업계의 구조조정 시나리오도 거론되고 있다. 홍 연구위원은 "중장기적으로는 상위업체인 호텔롯데, 호텔신라와 더불어 유통 부문 경쟁력이 우수한 신세계의 빅3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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