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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행 리그테이블]가계대출마저 막힌다면

  • 2017.08.03(목) 08:29

상반기 가계대출 위주로 이익 증가
'지역기업 타격 '기업대출은 뒷걸음
새정부 정책 '생산적 금융' 동참 막막

지방은행이 올해 상반기에도 가계대출 확대에 힘입어 이익을 늘렸다. 지역경기 불황과 기업 구조조정 등으로 기업대출이 막히고 다른 대안도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 가계대출은 두 자릿수의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 반면 기업대출은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새 정부들어 혁신기업에 대한 지원을 요구하고 있고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흐름을 이어가기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지방은행 입장에선 마땅한 지역 혁신기업을 찾기 쉽지 않은데다 가계대출 이외의 새로운 자산운용처나 수익원 찾기도 어려운 막막한 상황이다.


◇ 가계대출 급증…기업대출 쪼그라들어


지방은행은 올해 상반기 가계대출을 공격적으로 불렸다. JB금융 계열인 전북과 광주은행은 각각 전년 동기보다 47.6%, 45.1% 늘어 증가율 1, 2위였다. BNK금융 산하 경남과 부산은행도 두 자릿수대 고공행진을 펼쳤고 DGB금융의 대구은행 또한 같은 추세를 보였다.   

반면 기업대출은 쪼그라드는 추세다. 대구와 부산은행은 올해 상반기에 전년 동기보다 각각 5.7%, 2.2%씩 증가했다. 하지만 전북과 경남은행은 제자리걸음 하는데 그치고 광주은행은 5.3% 감소했다. 다만 경남은행 관계자는 "대기업 여유자금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자금을 상환 받으면서 기업대출이 줄었으나 같은 기간 동안 4조2740억원을 신규 공급했다"고 말했다.

주요 시중은행과는 정반대 행보다. 신한(93조2660억원)과 KB국민은행(123조4000억원)의 가계대출은 올해 상반기에 전년 동기보다 각각 1.9%, 3.6% 증가하는데 그쳤다. 기업대출은 2.6%(92조6840억원), 5.5%(101조3000억원)씩 늘어나 가계대출보다 빠르게 성장했다.

지방은행이 가계대출에 집중한 건 지역기업의 대출 수요 자체가 줄어든 영향이다. 지역 경기가 수도권 경기보다 침체돼 있어 시중은행에 비해 기업대출을 늘리기 쉽지 않다는 게 지방은행들의 입장이다. 주요 기업의 구조조정은 마무리된 반면 지역 하청업체는 여전히 구조조정 여파에 시달리고 있는 점도 걸림돌이다.


◇ '생산적 금융' 발등에 불…마땅한 기업 없어

앞으로 지방은행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면서 시중은행들의 기업대출 비중이 감소한데 대해 쓴소리를 했다.

지방은행들은 정부 정책에 발맞춰 가계대출을 줄이고 기업대출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부산은행은 우선적으로 일자리 창출 기업과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에 대한 특별대출에 나서고, 대구은행은 스마트 팩토리에 대한 금융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기업대출을 늘리기 쉽지 않다는 분위기다. 경기 불황으로 스러져가는 지역기업이 많아 내실 있는 혁신기업을 찾기 어렵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원화대출금 증가액의 60%를 중소기업 대출에 써야 한다는 지방은행 규정을 지키느라 이미 많은 기업에 대출을 해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의 대출 관행에서 벗어나 기업의 성장성을 평가해 대출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해외은행들은 기업대출 시 매출액 등 현금흐름을 담보로 잡는다는 점에서 (주택, 토지 담보 위주인) 국내은행보다 선진적"이라고 말했다.


◇ 광주은행 빼곤 순익증가율 10% 밑돌아

광주은행을 제외한 지방은행들의 올해 상반기 순익 증가율은 10%를 밑돌았다. 전북은행은 올해 상반기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10.3%나 감소했다. 시중은행이 두 자릿수 대 성장률을 기록하며 축포를 쏜 것과는 대조된다. 

다만 지방은행들은 소매 영업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저원가성 예금을 늘리고 순이자마진(NIM)을 개선했다. 지방은행의 올해 상반기 NIM은 전년 동기 대비 0.03~0.07%포인트가량 상승했다. 가계대출을 늘리면서 이자이익도 덩달아 뛰었다. 광주은행(2673억원)이 15.5%로 가장 많이 늘고 부산(6043억원), 경남(4162억원), 대구(5356억원), 전북은행(1854억원)도 10%에 가까운 증가율을 보였다.

그룹 기준으로는 JB금융의 순이익(1113억원)이 올해 상반기에 전년 동기보다 16.3% 늘어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BNK금융(3307억원)은 6.2% 증가에 그쳤고 DGB금융(1884억원)은 0.9% 감소했다. DGB금융은 DGB생명 공정가치차액 상각이익이 줄면서 뒷걸음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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