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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세법개정안과 증권거래세 함수 논쟁

  • 2017.08.04(금) 14:34

지난 2일 정부가 세법개정안을 발표한 후 증시는 때아닌 날벼락을 맞았습니다. 다음날인 3일 코스피 지수가 40포인트나 빠진 후 여전히 불안불안한 상황인데요. 그동안 오랜 랠리가 이어져온 터라 울고 싶은 증시의 뺨을 때려준 격이기도 하지만 한편에서는 한참 잘 달리던 증시를 맥 빠지게 만들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이번 세법개정안에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이 강화되며 시장에 부담을 안겼습니다. 대주주 주식 양도세율 인상과 대주주 범위 확대안이 포함된 것인데요. 현재 상장 주식의 자본이득에 대해선 세금이 붙지 않지만 지분율이나 보유액이 일정 수준을 넘는 대주주의 경우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지분율이 1%(코스닥은 2%)를 넘거나 종목별 보유액이 25억원(코스닥은 20억원) 이상이면 대주주로 간주하는데요. 내년 4월부터는 20억원으로 낮아지고 2020년 10억원, 2021년에는 3억원 이상으로 기준이 확 낮아집니다.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보유액 기준이 낮아지면서 시장에서는 주식 직접투자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곧바로 제기됐습니다. 당장 연말 증시에서 매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는데요. 최종적인 규제 강화 시기가 향후 2~3년 뒤로 예정된 만큼 당장의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입니다만 이번 양도소득세 강화는 그간 계속됐던 증권거래세 인하 논쟁에도 한차례 다시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그간 정부는 주식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소액주주의 주식양도차익에 대해서는 비과세를 유지해 왔지만 시장이 성숙하면서 조세 정의 실현을 위해 2011년부터 서서히 양도소득세 과세를 추진해왔습니다. 이번 조치도 그 연장선으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양도소득세를 꾸준히 강화해온 반면, 증권거래세만큼은 꿈쩍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 대해 불만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증권거래세는 말 그대로 주식을 거래할 때 내는 세금인데요. 돈을 잃든 벌든 일단 거래가 발생하면서 부과됩니다.

 

이처럼 손실이 나더라도 꼬박꼬박 세금을 떼어가다 보니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정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있어왔습니다. 양도소득세를 강화하는 대신 증권거래세를 완화해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리죠.

 

실제로 선진국들의 경우 양도차익은 전면 과세하되 거래세를 점차 완화하는 흐름을 보여왔습니다. 일본의 경우 1989년까지 거래세를 부과하다 주식양도차익 과세가 실시됐고 10년간 두 세금이 공존하다 1999년 증권거래세가 폐지됐습니다.

 

국내 장내 주식시장의 증권거래세는 선진국과 비교해도 높고, 아시아 신흥국의 평균 수준인 0.2%보다도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과거 금리가 10%일 때 부담하는 증권거래세 0.3%와 현재 1%대 금리에서 부담하는 0.3%는 체감도가 다르다는 자본시장연구원의 지적도 증권거래세 인하 요구를 높이는 부분입니다. 

 

증권거래세 인하 얘기는 주식 거래가 활발할 때보다는 증시가 침체기일 때 많이 나옵니다. 세금을 덜 매기면 투자자 부담이 늘어 거래량이 늘어날 것이란 논리에서입니다.

 

정부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증권거래세율이 높긴 하지만 한국의 경우 모든 주식 투자자에게 양도소득세를 부과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증권거래세 세수가 3조~4조원에 달하는 것을 감안할 때 당장 거래세를 낮출 경우 세수 공백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수년째 증권거래세 인하 및 폐지 요구가 계속되어온 상황에서 양도소득세는 원칙대로 강화하고 증권거래세는 그대로이다 보니 순리에 역행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긴 어려워 보입니다. 증권거래세를 낮춰 증시 파이를 키운다면 오히려 세수가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되고 있는 셈이죠. 실제로 공공기관 자금 차익거래에 대한 증권거래세 감면은 세수 증가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특히 새 정부 들어 금융 쪽이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인상을 풍긴 데다 양도소득세 강화와 병행된 증권거래세 완화를 기대했던 금융투자업계의 실망감도 크다고 하네요. 최근 증권사 고위 임원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이를 꼬집고 맞장구치는 모습도 목격됩니다.

 

증권거래세 인하 논쟁은 수년째 답보 상태였고 앞으로도 비슷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정부가 선뜻 쉽게 나서기 어려울 것이란 이유에서죠. 올해는 모처럼 만에 증시가 활황을 보이고 있고 증시 거래대금도 부쩍 늘면서 증권거래세가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래저래 주식시장에서 거두게 될 정부의 세수도 늘겠죠.

 

전문가들은 증권거래세를 일거에 없애기보다는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시장도 당장의 변화보다는 새 정부가 시장의 고민을 귀담아듣고 있고 적어도 소 귀에 경 읽기는 아님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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