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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의 재발견]上 르네상스를 꿈꾼다

  • 2017.08.08(화) 11:09

고점 환매는 주춤하고 펀드 계좌도 증가
증시 상승 행진에다 새 펀드 쏟아진 덕분

언제부터 인가 코스피가 오르면 펀드 환매가 늘어나는 게 일상이 됐다. 주식시장 분위기가 좋아지면 펀드시장은 오히려 시큰둥했던 이유다. 그런데 최근 펀드시장이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거듭하면서 증시 전반의 체질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환매 열풍을 다시 반복하지 않으려면 제대로 된 레시피를 짜는 것이 중요하다. 펀드의 재발견에 대해 2편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직장인 A 씨는 한동안 펀드 투자를 접었다. 2000년대 중반 적립식 펀드 열풍이 불던 당시 꼬박꼬박 주식형 펀드에 돈을 부었지만 금융위기가 몰아친 후 원금을 회복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러다 최근 들어 다시 펀드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글로벌 증시에 이어 국내 증시도 크게 오르면서 전반적인 수익률이 꽤 쏠쏠해졌기 때문이다. 요즘 주목받고 있는 신규 펀드를 몇 개 골라 일정 금액씩 가입했다. 우호적인 시장 상황이 이어지면서 단기간 투자에도 수익률은 꽤 만족스러운 편이다.

 

 

◇ 증시 오르면 펀드 환매 패턴 고착화

 

펀드시장의 역사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 2004년 적립식 펀드 붐이 일면서 너도나도 펀드 하나쯤은 들고 보는 분위기였지만 금융위기로 한차례 부침을 겪고 난 후 증시가 오랜 기간 박스권에 갇히면서 펀드시장도 한참을 고전했다.

 

특히 2001년 이후 '박스피'가 이어지면서 펀드시장에서는 증시가 오르면 펀드를 사는 것이 아니라 고가에서 환매하고 주가가 떨어지면 펀드를 매수하는 패턴이 반복되기 시작했다. 증시가 오를만하면 환매로 이어지면서 번번이 추가 상승의 발목을 잡았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 5월 이후 국내 주식형 공모 펀드의 월별 자금순유입과 월별 코스피지수 수익률 상관계수는 -0.68에 달한다.

 

펀드 수탁고가 늘었는데도 공모 펀드는 오히려 줄어들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외면은 깊어갔다. 2011년 말 115조6000억원에 달했던 개인 투자 공모펀드는 올해 3월 말 90조7000억원으로 감소했다. 그 사이 공모펀드 내 개인 비중도 66%에서 45.6%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사모펀드가 108조1000억원에서 148조3000억원으로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올해 초 증시가 오를 때까지만 해도 이런 흐름은 여전히 견고했다. 1분기 강세장에서도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 펀드에서 3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빠져나갔다.


◇ 환매 주춤하고 펀드 계좌도 늘어

 

하지만 코스피가 쉼 없이 강세를 이어가는 사이 펀드시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신규 자금이 계속 뜸한 가운데서도 펀드 환매가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고, 3월 이후부터는 국내 주식형 펀드로 자금이 서서히 유입되고 있다.

 

공모 펀드 판매잔고를 비교해 보면 2010년 12월 말 189조원에서 지난 6월 말 191조원으로 거의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펀드 계좌 수는 2010년 12월 말 1만6893계좌에서 올해 6월 말 2만565계좌까지 늘며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2000만 계좌를 돌파했다. 7월 들어서는 국내 주식형 펀드로 올해 들어 첫 순유입이 이뤄졌고 레버리지펀드에 대한 투자도 크게 늘었다.

 

 

펀드시장이 오랜만에 활기를 찾고 있는 건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돌파한 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덕분이다. 코스피는 올해 들어 8개월 연속 상승 행진을 지속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신규 자금 유입은 앞으로 국내 주식시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여서 매우 긍정적"이라며 "주가 상승 기대감이 커지면서 환매 기준점이 점차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 증시 호황에 매력 뿜는 펀드들 봇물

 

주식시장 강세와 함께 펀드 종류가 다양해지고, 새로운 펀드가 쏟아진 것도 펀드시장의 분위기를 한껏 띄운 요인으로 분석된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난 2015년과 2016년 출시된 신규 펀드는 각각 386개와 316개였다. 올해 7월 말 기준으로 이미 224개에 달하면서 지난해 기록을 가뿐히 넘어설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해부터 불고 있는 타깃 데이트 펀드(TDF) 출시 경쟁이나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앞다퉈 관련 펀드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삼성자산운용에 이어 올해 한국투자신탁운용, KB자산운용 등 대형 운용사를 중심으로 TDF 펀드가 잇따르고 있고 수익률도 양호한 편이다. 4차 산업혁명 관련 국내외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 상품도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해외 펀드 투자도 활발했다. 해외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 해외펀드에 대해 한시적으로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 덕분이다. 국내 펀드에서도 국내 주식형의 경우 한동안 환매가 이어졌지만 해외 주식형은 꾸준히 자금이 유입됐다. 올해로 비과세 혜택이 사라질 예정이긴 하지만 해외 투자 수요가 지속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해외 펀드의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점쳐진다.

 

주식형 펀드가 주춤하는 사이 부동산 등 대체투자 펀드도 활발하게 판매됐다. 2004년 처음 출현한 부동산 공모 펀드는 2007년 1조원을 돌파한 후 금융위기 이후 주춤하다 2014년 1조원을 다시 돌파했다. 특별자산 공모 펀드도 2008년을 전후로 1조원을 넘어섰다 감소한 뒤 2014년 1조원을 재돌파한 데 이어 지난 6월 말 현재 2조5000억원까지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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