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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에도 연대보증이 있다

  • 2017.08.09(수) 08:00

조일영 변호사의 '세금 보는 法'
[법무법인 태평양 조세팀]

보증은 폐가망신의 지름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연대보증으로 인한 폐해가 심각하기 때문에 그 위험성에 대해서는 대부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대출뿐만 아니라 세금에도 일종의 연대보증과 같은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국세기본법 및 개별 세법은 조세채권 확보 및 징수의 편의를 위해 연대납세의무에 관한 규정들을 두고 있고, 이에 대해 민법상의 연대채무 규정을 준용하고 있다. 

연대보증에 의한 민법상 연대채무는 당사자 사이의 의사의 합치에 의하여 성립하는 것임에 반해 세법상 연대납세의무는 법률의 규정에 의해 성립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세금부담으로 고통을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 그래픽 : 변혜준 기자/jjun009@

연대납세의무는 본래의 납세의무자와 연대납세의무자가 동시에 전액의 납세의무를 부담하는 것이기 때문에 체납이 있는 경우 과세관청은 연대납세의무자의 재산을 먼저 압류할 수 있다. 

공유자 또는 공동사업자의 연대납세의무, 법인이 분할되거나 분할합병되는 경우  분할법인 및 분할신설법인의 연대납세의무, 공동상속인의 연대납세의무, 증여자와 증여받는 자의 연대납세의무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중 가장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 증여자의 연대납세의무와 상속인간의 연대납세의무인 것으로 생각된다. 

증여세 제도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지만, 우리 세법은 원칙적으로 재산을 무상으로 받은 사람(수증자)이 증여세 납세의무를 부담한다. 

다만, 수증자가 증여세를 납부할 능력이 없거나 주소 등이 분명하지 않아 조세채권을 확보하기 곤란한 경우 등 일정한 경우에는 증여자에게도 연대납세의무가 있다. 증여를 받은 사람이 증여세를 내지 않게 되면 재산을 증여한 사람이 대신 증여세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통상 재산을 무상으로 준다는 것은 부모자식 등 특수한 관계에 있는 사람 사이에 이루어지는 점에 비추어 보면 납득 못할 바는 아니지만, 획일적 적용에는 억울한 경우가 불거지기도 한다. 

공익재단이나 자선단체에 기부(증여)하는 자선가들이 가끔 이런 경우를 겪게 되는데, 기부행위(증여행위)로 인하여 기부행위를 한 당사자(증여자)에게 세금문제가 발생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기부금 소득공제를 받아 세금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러나 세금 현실은 우리가 막연히 알고 있는 상식과는 거리가 있는 경우도 있음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전 재산 200억 기부한 A씨에 225억 세금 부과'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이지만 사실이다.

원래 장학재단 등 공익법인은 기부받은 재산에 대해 증여세 납세의무가 면제된다. 그런데 우리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공익법인이 기부받은 주식이 발행주식의 5%를 초과하는 경우로서 기부자가 최대주주인 경우는 증여세가 부과된다. 기부자(증여자)가 공익법인을 주식 발행회사의 지배수단으로 이용하면서 상속세 또는 증여세를 회피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A씨와 6촌 동생인 B씨는 2003년 전 재산에 가까운 C회사 주식 90%를 장학사업에 사용하도록 모교에 기부하고자 했으나, 모교에서 직접 증여받는 것이 어렵다고 하여 장학재단을 설립해 주식을 기부했다. 5년이 지난 2008년 과세관청은 발행주식의 5%를 초과해서 주식을 기부했다는 이유로 장학재단에 대해 증여세 140억원을 부과했다. 

이후 증여세 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진행하던 중 7년이 경과하자, 과세관청은 그 사이에 발생한 가산금 85억원과 장학재단이 체납한 증여세 140억원을 합한 225억원이 기부된 주식가액(220억원)을 초과하여 장학재단(수증자)로부터 모두 납부받기 어렵게 되었다는 이유로, 2015년 기부자(증여자)인 A씨와 B씨 개인에게까지 각 225억에 대한 연대납세의무를 부과한 것이다. 

13년이나 지난 후에 기부한 재산보다 많은 금액의 증여세를 연대납세의무자로서 납부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A, B의 개인 재산에 대한 압류까지 이어진다는 것은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대법원이 5%를 초과하는 주식을 기부하였더라도 일률적으로 증여세 과세대상으로 볼 것은 아니고, 그 실질이 기부 이후 공익법인을 통하여 편법적으로 기업을 지배하려는 것인지 여부를 가려서 판단하여야 한다고 보아 장학재단에 대한 증여세 부과처분이 잘못되었다는 취지로 판시함으로써, 선한 기부자들에 대한 억울한 세금부과는 구제받게 되었다. 

형제들이 상속재산을 법정 상속지분에 따라 공평하게 나눠 가졌는데, 그 중 막내가 사업실패로 자기 몫의 상속세를 내지 않는 경우, 과세관청은 다른 형제들 개인 재산에 대하여 압류하여 상속세를 받아갈 수 있다. 공동상속인은 각자가 받은 상속재산의 한도 내에서 상속세 전액에 대하여 연대납세의무를 부담하기 때문이다. 

상속재산의 거의 대부분을 사전증여 등을 통해 이복동생이 물려받았고 자신은 물려받은 상속재산이 거의 없는 경우에도, 이복동생이 체납한 상속세가 본인에게 부과될 수 있다. 따라서 경우에 따라서는 사전에 부과될 수 있는 상속세액과 상속재산 등을 검토하여 한정승인을 하거나 상속포기를 고려해 볼 수 있다.  

또한, 동업, 즉 공동사업을 하는 경우에도 연대납세의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공동사업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한 소득세는 각자의 출자지분 비율대로 나눠서 각자의 소득에 대하여 과세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그 이외에 공동사업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세 등의 세금에 대해서는 공동사업자가 연대하여 납부할 의무를 부담한다. 동업자 한 사람이 자기 몫의 세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나머지 사람이 전액을 납부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처럼 다른 사람의 세금을 대신 부담하게 되어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될 수도 있으므로, 좋은 의도라고 방심할 것이 아니라 세금에 대한 연대보증도 항상 유념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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