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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소송戰]①이례적 강경모드 배경은

  • 2017.08.09(수) 17:31

통신 3사, 약정할인율 상향 반대의견 제출
수익타격 및 주주배임 눈치·후속규제 차단

통신비 인하 대책을 놓고 벌여온 정부와 통신 업체간 다툼이 법정 소송으로 비화되기 일보 직전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논의되고 있는 가계통신비 절감 대책이 이전엔 보기 힘들 정도의 강력한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는 가운데 통신사들 역시 과거와 다르게 강경한 태도로 맞서고 있다. 통신사가 정부를 상대로 소송전을 벌이는 배경을 짚어봤다. [편집자]
 


휴대전화 요금의 약정 할인율 인상을 놓고 통신3사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간 사상 첫 소송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선택약정할인율 상향(20%→25%) 계획에 대한 반대 의견서를 오늘(9일) 과기정통부에 나란히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의견 수렴과 상관없이 내달부터 바뀐 할인율을 계획대로 적용할 방침이라 통신사들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면 법정 다툼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사들이 과기정통부(옛 미래창조과학부 포함)를 상대로 행정소송에 나서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방송·통신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의 행정처분에 대해 통신사들이 이의를 제기하는 소송은 몇건 있었으나 통신산업 진흥 업무를 맡고 있는 주무부처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벌이는 것은 한번도 없었다.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선택약정할인은 스마트폰을 구입할 때 단말기값을 깎아주는 대신 매달 통신 요금을 할인해주는 제도다. 정부는 지난 2014년 10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단말기 지원금 대신 그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을 제공하기 위해 이 제도를 도입했다.
 
즉 단말기 구매고객이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지원금을 받지 않는 대신 통신료 할인 혜택을 선택할 수 있게 해준 것이다. 지난 2015년 4월 할인율이 기존 12%에서 지금의 20%로 오른 바 있다.


가계통신비 인하를 기치로 내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주요 공약사항인 기본료 폐지는 통신사들의 반발로 보류된 바 있다. 대통령의 통신비 정책 1호인 기본료 폐지가 사실상 물 건너가면서 대안으로 내세운 것이
선택약정할인율 상향이다. 유영민 신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취임 직후 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들과 개별 면담을 가지면서 정책 추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통신사들이 과거처럼 호락호락하지 않다. 통신 3사는 과기정통부가 제시한 요금할인율 상향의 법적 근거가 부족하고, 기업 의사와 상관없이 일방향적인 정책 추진이며, 무엇보다 수익 구조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반대한다는 내용을 의견서에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업체 관계자는 "사업자와 충분한 협의 없이 정부가 요금인하 정책을 밀어부치고 있어 아쉽다"라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겠다는 생각을 다른 통신사들과 공유하고 있고 통신비가 터무니 없이 비싸지 않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한 작업도 병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미 통신사들은 지난 6월 공동으로 대형로펌에 법률자문을 받으며 소송불사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SK텔레콤은 최근 태평양과 광장, KT는 세종, LG유플러스는 김앤장을 각각 로펌으로 선정하고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오늘 의견서를 접수한 뒤 추가 검토 등을 거쳐 이르면 다음주에 선택약정 요금할인율을 25%로 올리는 행정 처분을 내릴 계획이다. 

 

다른 통신업체 관계자는 "법무법인으로부터 법리 검토를 마친 상태"라며 "과기정통부가 요금할인 시행에 나선다고 액션을 취하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소송전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사들이 과거처럼 정부의 요구를 무조건 따르지 않는 이유는 할인율 인상 후폭풍이 클 것이라고 판단해서다. 최근 대신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선택약정 할인율이 25%로 조정되면 통신 3사는 매출액이 최소 3200억원에서 최대 1조원 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대신증권은 "만약 선택약정 할인 가입자 수가 지금의 27%에서 40%로 확대되면 매출 감소폭은 연간 1조원대로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에 가볍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통신사들은 할인율 인상이 수익 타격은 물론 주주에 대한 배임에 해당할 수 있어 자칫 주주들로부터 소송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통신비 인하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높은 것도 부담인데다 정부가 요금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 추가 규제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고 판단하자 강경한 태도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통신사에 대한 여론의 시선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이날 시민단체인 녹색소비자연대는 자체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를 발표하면서 지금의 선택약정할인율 인상 정책에 대해서도 상당수의 불만족스럽다는 답변을 했다고 밝혔다.

 

녹소연은 "선택약정할인율 인상과 관련하여 정부당국의 소극적인 대응과 이통3사의 과도한 엄살, 소송 협박이 지속되고 있는데 이렇게 논란이 지지부진 지속되고 행정소송에까지 이른게 된다면 실망과 불신을 느낀 국민들은 당초 약속한 기본료 폐지를 요구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정부 역시 단호한 입장이다. 마침 이날 방송통신위원회는 통신 3사를 대상으로 약정할인 고지의무 위반 등에 대한 실태 점검에 착수했는데 과기정통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을 측면 지원하는 모양새가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도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에 공문을 보내 통신 요금제에 대한 담합 의혹에 대한 조사 방침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이날 SK텔레콤과 KT에 대한 현장 조사를 진행했으며 LG유플러스에 대해서도 조만간 진행에 나설 예정이다. 과기정통부를 비롯해 방통위와 공정위까지 통신사들에 대해 전방위 압박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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