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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열두살 주주님, 보고 계세요?

  • 2017.08.09(수) 18:14

<어닝 17·2Q> 4대그룹 리그테이블②
주요 11社 영업이익 15조…1년전보다 77% 늘어
대부분 삼성전자 몫…부품 계열사들도 기지개

올 3월24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빌딩 5층 다목적홀.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이날 열두살 어린이가 주주자격으로 발언권을 신청했다. 주인공은 초등학교 5학년인 유 모군. 유 군은 "주총에 처음 참석했는데 조금 떨린다. 앞으로 '갤럭시노트7'과 같은 폭발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달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주총에 참석한 가장 어린 주주 같다"며 놀라움을 표시하며 "여러 주주들의 의견을 받아 더 좋은 제품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유 군은 부모에게 받은 용돈을 모아 지난해 삼성전자 주식 2주를 산 뒤 이날 주총에 참석했다고 했다. 그로부터 4개월여 뒤인 7월20일. 주총 당시 209만5000원이었던 주가(종가기준)는 역대 최고인 256만원까지 올랐다. 삼성전자는 어린이 주주의 소박한 희망에 눈부신 실적과 주가로 화답했다. 무엇보다 스마트폰 사업이 제자리를 찾은 가운데 반도체가 훨훨 날았다. 맏형 격인 삼성전자가 앞에서 끌자 삼성전기와 삼성SDI 등 다른 계열사들도 덩달아 기지개를 켰다.

 

▲ 지난 3월24일 열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 이 자리에서 초등학교 5학년인 유 모군이 주주 발언을 했다.


◇ 애플·인텔도 놀랄 역대급 실적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의 주요 11개 계열사(표참조)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14조959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7% 늘었다. 실적증대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곳은 역시 삼성전자다. 올해 2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14조665억원(연결기준, 삼성디스플레이 포함)에 달했다. 역대 최대실적이다.

종전까지는 갤럭시S4와 갤럭시노트3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 2013년 3분기(10조1600억원)가 최대였는데 이번에 깼다. 매출은 61조원을 올렸다. 이 역시 분기 매출로는 역대 최대 기록이다.

영업이익률도 23.1%로 신기록을 세웠다. 이 같은 영업이익률은 미국의 애플(23.7%)에 버금가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1~2위를 차지하며 경쟁하는 관계지만 그간 영업이익률에선 애플이 압도적으로 앞서 있었다.

주역은 반도체였다. 삼성전자의 반도체부문은 매출 17조5800억원과 영업이익 8조3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45.7%에 달했다. 클라우드 서비스와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붐이 일면서 메모리 반도체의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스마트폰 성능 경쟁으로 고용량 D램과 낸드 수요가 늘어난 게 큰 영향을 줬다. 특히 기업용 SSD(반도체를 이용한 저장장치)와 64GB 이상의 고용량 모바일용 제품이 실적증가를 이끌었다.

그 결과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은 1993년 이래 24년간 전세계 반도체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해왔던 인텔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인텔의 올해 2분기 매출은 147억6000만달러(우리돈 16조6600)로 전년동기대비 10% 가까이 늘었지만 삼성전자(17조5800억원)에는 못미쳤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매출증가율은 46.5%에 달했다.

갤럭시노트7의 악몽도 깨끗이 씻어냈다. 올해 2분기 삼성전자 무선사업부(IM) 영업이익은 4조600억원으로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가 불거지기 전인 지난해 2분기 수준(4조3300억원)에 근접했다. 매출은 30조100억원으로 3년여만에 처음으로 30조원대로 올라섰다.

디스플레이(DP) 사업도 영업이익 1조7100억원을 올리며 실적개선을 이끌었다. 스마트폰에 쓰이는 플렉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수요증가 등이 힘이 됐다. 다만 가전부문(CE)은 32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4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여 아쉬움을 남겼다.

 


◇ 부품계열사에도 찾아온 봄날

그간 고전하던 부품 계열사에도 화색이 돌았다. 여전히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그룹내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지만 삼성전기와 삼성SDI 등도 조금씩 존재감을 찾아가고 있다.

갤럭시노트7 사태로 지난해 4분기 적자에 빠졌던 삼성전기는 올해 1분기 흑자전환을 하더니 2분기에는 흑자폭을 껑충 늘렸다. 석달간 올린 매출은 1조7098억원, 영업이익은 707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1분기에 비해 176.7%,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주면 365.6% 각각 늘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듀얼카메라와 고사양 MLCC(적층세라믹캐패시터) 등 그간 삼성전기가 착실히 공을 들여온 주력제품이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기는 경쟁사라 할 수 있는 LG이노텍을 4분기만에 추월했다. LG이노텍은 주요 거래처인 애플의 아이폰 판매가 주춤하고 LG전자의 G6 흥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탓에 영업이익이 325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삼성전기가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사태로 주춤했다면 올해 들어선 LG이노텍이 애플과 LG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부진의 영향을 받은 셈이다.

배터리와 전자재료 등을 생산하는 삼성SDI도 2년여만에 적자탈출에 성공했다. 이 회사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55억원. 분기매출만 1조원이 넘는 회사 치고는 이익 자체가 크진 않지만 2014년 4분기 이후 계속되던 적자행진을 끊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 건설·중공업, '뚜벅뚜벅' 흑자행진

최근 몇년간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던 건설·중공업 계열사들의 실적도 두드러졌다. 삼성물산은 올해 2분기 255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건설과 싱가포르 공항, 호주 도로 건설 등의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된 게 실적에 도움이 됐다.

특히 삼성물산은 다른 대형 건설사와는 달리 주택사업 매출 비중이 매우 낮은 가운데서도 실적 개선을 이룬 점이 특별하다. '래미안'으로 대표되는 주택사업 매출 비중은 삼성물산의 건설부문에서 차지하는 매출비중이 16.7%에 불과했다. 삼성물산의 건설부문 매출은 주로 빌딩사업, 토목, 플랜트 등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 5월 크레인사고가 난 삼성중공업은 영업이익이 206억원으로 1분기(275억원)에 비해 줄었다. 다행인 것은 흑자기조 자체는 지켜냈다는 점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2분기만 해도 인력구조조정에 따른 일회성 비용 집행 등으로 2800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바 있다.

올해는 크레인사고로 2분기에만 총 1250억원의 비용이 발생한 점을 감안하면 흑자를 낸 것 자체가 용하다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탱크선, LNG(액화천연가스)선 등 상반기에만 총 51억달러의 수주성과를 낸 것도 위안으로 삼을 만하다. 삼성중공업의 연간 수주목표는 65억달러어치로 상반기에만 78%를 달성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124억원으로 전분기와 동일했다. 영업이익률은 0.9%에 불과하지만 재작년 한해동안 1조4500억원 가량의 영업손실을 냈던 것에 견주면 최악은 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에프앤가이드의 집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이들 3개사의 영업이익이 올해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3개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624억원에 불과했다.

삼성SDS는 믿음직했다. 주력인 IT솔루션 사업이 호조를 보인데다 신성장 동력인 물류BPO(업무프로세스)도 견조하게 성장하면서 실적 개선을 도왔다.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185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0.3%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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