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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진 대출문턱]③'전당포식 영업' 끝났다

  • 2017.08.10(목) 17:42

생산적금융 강조에 혁신기업 지원책 쏟아져
볼멘소리 나오는 은행…"산업 재편 따라가야"

정부가 '초이노믹스'라는 미명 아래 용인했던 '빚을 권하는 사회'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을 예고했다. 예단하긴 어렵지만 8.2 대책이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과도하게 빚을 내서 집을 사는 시대도 함께 저물지도 모른다. 은행 등 금융회사의 전당포식 영업은 물론이고 실수요자들의 내집마련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책변화에 따른 영향과 대응방향 등을 네 편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새 정부에서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면서 은행들이 혁신기업 지원방안을 내놓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혁신기업을 위한 특화대출, 영업점 출자, 보증서 발급 등 다양한 방안을 선보였다.

과거처럼 가계대출에 기대 '전당포식 영업'을 할 수 없게 되자 은행에선 불만이 나온다. 생산적 금융은 정권 교체 때마다 도입되는 '코드 금융'에 불과하며 현실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반면 정치권에 떠밀리기보다 산업 재편에 발맞춰 혁신기업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 혁신기업 특화상품에 영업점 출자까지

KB국민은행은 신성장과 안정성장 산업에 'KB유망분야 성장기업 우대대출'로 지원한다. 로봇 등 급부상하는 신성장 산업, 포장용 플라스틱 제조 등 꾸준하게 성장하는 안정산업 종사기업에 기술수준에 따라 금리를 깎아준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포장용 플라스틱 제조산업을 포장용기 종류별로 세분화하는 등 유망분야를 엄선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도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을 위한 '신성장 선도기업 대출'을 내놨다. 고정금리 기간을 길게 적용하고 기술력이 뛰어나면 금리를 덜어준다. 기업금융 플랫폼인 창조금융프라자를 통해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등 자금 조달도 돕는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신한금융지주와 국정운영 100대 과제를 분석하면서 추가로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7월부터 일선 영업점에서 창업기업에 출자하고 있다. 보통 영업점에서 출자하기 어려운데 본점과 협업해 지원한다. 거래계약서를 표준화하고 업체당 평균 3억원의 소액을 출자해 리스크를 줄였다. 이달 초까지 총 30억원을 출자한 상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대출 중심으로 지원한 과거와 달리 출자를 병행하고 있으며 은행권에선 처음일 것"이라고 했다.

KEB하나은행은 기술보증기금과 손잡고 정부에서 정한 275개 신성장 품목 관련 기업, 기술력 우수기업 등을 돕는다. 설립한지 7년 이내인 창업기업에 보증비율 100% 보증서를 발급하고 보증료의 0.2%를 3년간 부담한다.


◇ 전당포식 영업 끝났다…"산업 재편 따라가야"

가계가 아닌 혁신기업에 자금을 대라는 정부 방침에 따라 은행들은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취임일성으로 "은행들이 전당포식 영업을 한다는 지적에 일리가 있으며 다양하게 자금을 운용해 수익을 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주택담보대출에 기대 손 쉽게 영업할 수 없게 되자 은행에선 볼멘 소리가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녹색금융, 창조금융에 이어 이제는 생산적 금융이냐"며 푸념했다. 정치권의 캐치프레이즈에 따라 대대적으로 추진되지만 정권이 바뀌면 순식간에 중단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경기 불황으로 스러져가는 기업이 많아 성장성을 갖춘 곳을 찾기 쉽지 않은데 현실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 방침과 별개로 산업 재편에 발 맞춰 혁신기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새로운 비즈니스가 부를 창출하고 있어 여신 심사를 할 때 산업 변화를 늘 고려하고 있다"면서 "4차 산업혁명은 우리나라만이 아닌 전세계적 추세인 만큼 어쩔 수 없이 따라간다는 피동적 태도보다는 능동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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