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준 대기업' 되면…네이버, 무슨 제약 받기에

  • 2017.08.17(목) 17:33

자산총액 5조원 훌쩍…공정위 '준 대기업' 요건 충족
대규모 내부거래 공시·총수일가 사익 편취 규제 대상
상호·순환출자 금지, 채무 보증 제한 등은 해당 안돼
네이버 재벌 이미지 부담 "총수없는 기업으로 해달라"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에게 재벌 총수와 같은 지위가 부여될 전망이다. 자산총액 규모 5조원을 넘긴 네이버의 '준(準) 대기업 집단' 지정이 유력해지면서다. 이에 네이버는 '총수 없는 대기업' 지정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요청하고 나서 정부의 결정에 관심이 집중된다.

 

◇ 네이버, 준(準) 대기업 지정 전망…각종 규제에 '포위'


17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계열사를 포함한 자산총액이 지난 6월 말 연결 재무제표 기준 7조2015억원(일본 라인 자산은 2조6700억원)에 달해 내달 1일 준 대기업 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네이버가 준 대기업이 되면 회사를 실제로 지배하는 사람 또는 법인을 총수(동일인)로 지정해 공정위에 신고해야 한다. 특히 개인 가운데 가장 지분율이 높고 창업자이면서 현재 글로벌투자책임자(GIO·Global Investment Officer)를 맡고 있는 이해진 전 의장을 총수로 볼 것인지가 쟁점이다.

 

총수에 대해선 사익편취 규제와 공시 의무 등이 적용되므로 특정 사람이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경영 활동에 제약이 커진다. 이해진 창업자는 주로 해외 시장 개척을 담당하고 있는데, 한국 재벌 총수라는 딱지가 붙는 데 따르는 타격도 있다. 동일인 본인뿐만 아니라 친인척(6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이 회사와 거래할 경우에도 모두 공시해야 한다. 공시하지 않거나 허위공시를 하면 과태료 등 법적 제재를 받는다.

 

이해진 창업자는 이를 피하고자 지난 14일 공정위를 직접 방문, 국내 다수의 재벌과 달리 개인이 지배력을 갖고 있지 않는 구조의 기업이므로 법인을 동일인으로 해야 한다는 점을 피력했다.

 

공정위는 자산 총액이 10조원을 넘는 기업집단을 대기업 집단(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자산 총액 5조원 이상이면 준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한다. 재벌 총수 일가의 전횡을 막고 편법적인 지배력 강화를 막기 위해서다. 준 대기업은 대기업 집단에 대한 규제인 상호·순환출자 금지, 채무 보증 제한,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의 규제 적용은 제외된다.  그러나 대규모 내부거래 공시, 총수일가 사익 편취 규제는 대기업 집단과 동일하게 적용된다.

 

예를 들어 일정 규모 이상의 내부거래를 하다 적발되면 과징금과 징역형까지 받을 수 있다. 공정거래법 외에도 중소기업·조세·언론·고용·금융 등의 분야 38개 법령 규제가 적용돼 경영에 부담이 커진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공정위 관계자들은 "네이버가 준 대기업에 지정되면 각종 부처의 규제를 받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 네이버 "우리는 재벌과 다르다"

 

네이버는 동일인을 이해진 창업자와 같은 개인이 아닌 네이버 법인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네이버는 '재벌과 달리 기업을 소유 지배하는 특정 개인이나 일가가 없고, 주주의 신임을 받은 전문 경영진이 경영하는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네이버는 지난 16일 공식 입장 발표를 통해서도 동일인 지정과 관련한 입장을 피력했다. 동일인 지정을 개인으로 하는 것은 일가친척으로 구성된 자본가 집단이란 의미의 재벌 규제를 위한 잣대라는 것이다.

 

네이버는 주식이 분산된 공개 회사로 어떤 개인도 주인이 될 수 없고, 순환출자 등 복잡한 지배구조를 통해 특정 개인 혹은 그 일가가 그룹을 소유하며 다양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재벌그룹들과는 지배구조가 다르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실제로 네이버 주주 가운데 개인으로는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이해진 창업자는 현재 4.6%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는 국민연금공단으로 10.6%를 갖고 있으며, 싱가포르 자산운용사인 '에버딘 에셋매니지먼트'(Aberdeen Asset Management)와 영국 자산운용사 블랙록 펀드 어드바이저(BlackRock Fund Advisors)가 각각 5.0% 보유 중이다.

 

계열사들도 모기업 네이버가 대부분 100% 소유하고 있는 등 순환출자 구조가 아니다. 네이버는 "이해진 창업자의 가족이나 친족의 지분 참여는 전혀 없다"고 했다.

아울러 네이버의 경영진 모두 주주의 신임에 따라 진퇴가 결정되는 전문 경영인이기 때문에 지분 소유에 의해 지배력을 갖춘 국내 대기업 총수의 지배력과는 한참 다르다는 설명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해진 창업자도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일본사업(라인)이 실패했으면 나도 잘렸다'고 말한 바와 같이 네이버의 경영진은 누구라도 주주들의 신뢰를 잃으면 물러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법인이 총수 될 수 있나

국내 민간 기업집단은 포스코, KT, KT&G 등 민영화 기업과 일부 특이 사례를 제외하면 대부분 자연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돼 있다. 대우조선해양, 대우건설 등은 채권단이 보유하면서 법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된 바 있다.

 

공정위는 네이버 같은 민간기업이 총수 없는 대기업으로 지정된 전례가 없다는 점과 이해진 창업자가 경영권이나 인사권 관련 네이버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지 등을 고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동일 공정위 기업집단과장은 "네이버와 같은 경우가 거의 없는 데다 네이버를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하는 것은 결정되지 않은 진행 중인 사안이므로 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국내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지분 분산을 이루고 전문 경영인 체제로 나아가며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네이버를 재벌기업 규제를 위한 기존의 규제 틀에 맞춰 특정 개인이 지배하는 기업처럼 규정해버린다면 네이버의 글로벌 IT 시장 진출은 물론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전환하고 있는 다른 국내 기업의 행보에도 제공을 거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