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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War)킹맘 재테크]육아도 소비도 '마인드컨트롤'

  • 2017.08.18(금) 10:43

③불필요한 소비를 줄여라…욜로하다 골로간다


2017년 8월18일.
잠시도 쉴 새도 조용할 틈도 없는 워킹맘의 일상이지만 외톨이라고 느껴질 때가 많다. 온종일 움직이고 떠들고는 있지만 그 누구도 온전한 내 편은 없는 느낌이랄까.

미혼인 친구들은 나를 보며 늘 얘기한다. "남편도 있고, 자식도 있고, 좋은 직장도 있고…너는 정말 다 가졌네. 부럽다." 잠시 할 말을 잃지만 끝내 참지 못하고 말한다. "그래 난 다 가졌다. 근데 나는 내가 없어."

내가 다 가졌다고 말한 그들도 온전한 나의 편일 리 없다. 남편에게 나의 진짜 속마음을 이러쿵저러쿵 도란도란 얘기해 본 것이 언제인가. 주말에야 얼굴을 제대로 보지만 아이와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다 보면 둘만의 대화가 오가긴 어렵다. 예쁜 내 딸은 자기 할 말만 옹알옹알할 뿐 엄마가 무슨 말을 하든 '마이웨이(MY WAY)'다.

아이의 어린이집 엄마들은 시어머니가 아이를 봐주시는 경우가 많다. 그런 나를 보며 친정어머니가 봐주시니 얼마나 편하고 좋냐며 부러운 눈빛을 보낸다. 하긴 시어머니가 아이를 봐주시면 서로 불편하니 말도 조심하게 되고 불만만 쌓이고 쌓여 나중에는 얼굴도 보기 싫다더라.

그렇다고 친정어머니가 마냥 편하다는 건 오해다. 예전에 아이가 없었을 때는 힘든 일, 고민되는 일 모두 스스럼없이 털어놨던 것 같은 데, 나 때문에 힘든 엄마 앞에서 나 힘들다 얘기해봐야 앓는 소리만 될 뿐이다.

일하랴 애 보랴 친구들과는 연락 한번 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가 된 지 오래, 직장 동료들에게는 더더욱 엄마라 얘기해봐야 손해만 보겠지 싶어 집 얘기는 잘 하지도 않게 되더라. 하루에 만나고 대화하는 사람이 얼만데 편한 사람 한 사람이 없다니…

행복하다가도 문득 우울해진다는 엄마(전업맘, 워킹맘 모두)들의 마음을 100% 공감한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몸과 엄마가 돼야 한다는 부담감에 생기는 임신 우울증, 아이를 낳은 후 체력 저하와 급격히 달라지는 생활패턴으로 생기는 산후 우울증 모두 전혀 없었던 '씩씩맘'이지만 복직 후 우울증이 문득문득 찾아왔다.

어느 육아서에 '엄마가 된 나는 행복하지만 또 다른 나는 슬퍼하고 있어'라는 말에 폭풍 공감한 적이 있다. 나는 그들이 있어 세상 그 누구보다 행복한데 왜 슬프기도 한 것일까. 육아에는 고도의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한 이유겠지.


통장 두 개의 함정…감정적 소비


육아에서 엄마의 마인드 컨트롤이 가장 중요한 것처럼 소비에서도 마인드 컨트롤이 핵심이다.

함께 맞벌이하고 특별히 쓰는 데도 없는데 돈이 모이지 않는다는 부부들이 많다. 쓴 적이 없는 돈이 대체 어디로 갔다는 말인가. 이런 생각 대부분은 그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소비패턴의 문제에서 비롯된다.

언제부터인가 결혼을 해도 부부가 통장을 각자 관리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내 주변도 서로 통장을 공개하지 않고 각자 관리하면서 남편은 대출금을, 아내는 생활비와 교육비를 지출하는 식으로 분담을 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레스토랑 옆 테이블에 한 가족이 앉았다. 오늘 밥값을 누가 내느냐로 설전이 오간다. 결국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남편이 식사비를 내기로 하자 아내는 고가의 메뉴를 주문하기 시작한다. "당신이 내는 날이니 비싼 거로 실컷 먹어야지."

어느 날은 친구가 화가 잔뜩 나서 불만을 쏟아낸다. "내 남편이 캠핑용품을 크게 질렀어. 이 남자는 뭐 하나 꽂히면 꼭 풀세트로 장만해. 자기만 돈을 펑펑 쓰고. 안 되겠어. 나도 이번에는 명품 가방을 하나 질러야겠어. 복수해야지." 왜 경쟁적으로 소비를 하게 된 지경에 이른 것일까.

바로 통장 두 개의 함정이다.

'욜로(YOLO)' 외치다 '골로'

최근 '한 번뿐인 인생을 즐기자(You Only Live Once)'를 의미하는 '욜로'가 삶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미래보다는 현재에 충실하면서 원하는 소비를 마음껏 즐기는 욜로족도 많이 생겼다.

나는 욜로족을 절대 비난하지 않는다. 나와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일 뿐이다. 다만 욜로를 외치면서 재테크도 하겠다면서 어느 하나 포기하지 못하는 양다리족을 보면 다소 답답한 마음이 든다.

대출에 허덕이면서 매년 연휴 때마다 해외여행을 다니는 가족들도 주변에 많다. '신혼이라 아이가 없을 때는 지금뿐이야', '아이가 생겼으니 태교 여행을 갈 거야', '아이가 더 크기 전에 많이 놀러 다녀야지. 이 순간은 지금뿐이니까'…이러다 보면 현재를 즐겨야 하는 이유는 너무 많고, 모든 순간이 떠나야 할 때가 된다.

또 다른 친구는 말한다. "이번에 나를 위해 선물했어. 애 키우랴 일하랴 나에 대한 투자가 너무 없었어. 스스로 힘내라고 격려하는 선물이지"라면서 새로 산 코트를 자랑한다. "너의 지친 몸과 마음을 모두 치유해 줄 수 있다면 정말 최고의 선물이지"라고 박수를 보냈지만 속으로는 '친구야, 너에겐 재테크는 어려운 일이겠구나' 되뇐다.

나는 그들에게 말한다. 재테크에는 관심 없다면, 늘 현재에 충실하겠다면 '노 프라블럼(No problem)!'




좋은 것만 사주고 싶은 엄마 마음

"나에게 쓰는 돈은 이제 줄일 수 있어요. 그런데 아이에게만큼은 좋은 걸 사주고 싶어요."


기억도 못 할 아이에게 수백만원짜리 유모차를 사주고, 한철 입는 아이 옷에 수십만원을 쓰는 정신 나간 엄마들이 많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런데 아이를 낳아보니 이해는 된다.

나도 아이 옷이 충분히 많은데도 예쁜 옷을 보면 지나칠 수가 없다. 내 옷은 고민 끝에 결국 안 사고 나오는 일이 다반사인데 아이 옷은 충동구매도 빈번하다.

특히 나 같은 워킹맘은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도 적고 해줄 수 있는 것도 많지 않은데 물질적으로라도 풍족하게 해주자'라는 심정으로 아이를 위한 소비를 합리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엄마의 마음이 그렇다면 사줘라. 내 아이가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유모차를 타고, 좋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게 해주자. 대신 값비싼 물건을 싸게 사주자.

대체 어떻게 비싼 물건을 싸게 사냐고요. 여기에 필요한 건 엄마의 정보력과 발품이다. 백화점에 입점하는 유아동 브랜드도 정기적으로 시즌이 지난 제품들을 창고 개방을 통해 60~90%까지 저렴하게 판매한다.

내가 애용하는 브랜드의 경우 거의 1~2주에 한 번씩 계절상품별로 창고 정리를 해서 필요할 때 각종 의류와 용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다만 본사까지 가서 대량의 물건을 쟁여 짊어지고 와야 하는 것은 엄마의 몫.

각 지역의 맘까페에 가입해 각종 세일 정보를 수집하는 노력도 필수다. 내가 100의 정보를 수집할 수 없다면 엄마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맘까페는 세일 정보는 물론 아이 교육부터 육아까지 각종 정보를 공유할 수 있으니 정보 수집 시간이 부족한 워킹맘에게는 아주 유용하다.

이 정도 노력도 없이 아이에게 좋은 것을 다 해주면서 아이를 위한 미래 자금도 함께 준비하는 건 비현실적이다. 아줌마 근성이라고 욕하는 누군가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쩌겠나. 나는 아줌마인 것을…

우선은 엄마로서 마음을 컨트롤하고, 그래도 필요하다면 당당히 아줌마 근성을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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